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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쓴 Apr 26. 2024

접영 연습하다가 허리에 무리가 왔다.

  새벽 수영 7개월 차 수린이는 접영 때문에 고민이 많다. 접영 웨이브도 킥 타이밍도 여전히 어렵고 될 듯 말 듯 잘 안되고 있다. 토요일마다 자유수영을 가는데 한 번은 자유수영하는 한 시간 내내 접영 연습만 했다. 나도 빨리 멋진 접영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한 욕심은 늘 탈이 나기 마련이던가.. 다음날 허리가 너무 아팠다.


  나중에 알고 보니 초보는 영법 한 가지만 오래 연습하면 안 된단다. 특히 자세가 제대로 안 잡혀있고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는 초보는 접영을 오래 하면 허리에 무리가 올 수 있다고 한다. 찜질팩으로 허리찜질하고 누워서 푹 쉬니까 다행히 이틀 만에 좋아졌다.


  나도 그렇고 많은 사람들이 조급해한다. 조급하다는 것은 '잠깐의 노력으로 빠른 결과를 얻고 싶어 한다'라는 뜻이다. 즉, 날로 먹기 심보다! 무엇이든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시간이 걸리는데, 언제 될지 모를 그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 견디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실 그 '시간'이라는 것은 일상을 살다 보면 몇 개월, 몇 년은 순식간에 지나간다. 그런데 그 시간 동안 무언가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면 겨우 며칠, 몇 개월도 시간이 정말 안 간다.


  '하다 보면 그냥 돼요.'라는 수영 선생님의 말씀이 배우는 사람 입장에선 답답할 뿐이지만, 저 말은 팩트다. 복싱할 때도 내가 잘하니까 사람들이 나에게 물어보는데, 사실 나는 어떻게 해야 잘하게 되는지 모른다. 그냥 오랫동안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잘하고 있었다. 그냥 잘 되든 안되든 계속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이렇게 하는 거구나!'하고 느낌이 빡! 온다. 그렇게 또 잘 되다가 안되다가 하는 시기를 거치고 나면, 어느 순간부터는 잘하고 있다. 짧고 굵게 열심히 연습하는 게 아니라, 천천히 꾸준히 하면 언젠가 결국 저절로 되는 것이었다. 어차피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을 억지로 빨리하려다 난생처음 극심한 허리의 고통을 맛보았다.


  그나마 다른 것들에 비해 운동은 결과가 빨리 나오는 편이다. 몇 개월만 빡세게 운동해도 꽤 멋진 몸을 만들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바디프로필 찍는 거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운동처럼 몇 개월만 빡세게 하면 좋은 성과가 나오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외국어 공부도 몇 개월 한다고 크게 늘지 않고, 악기도 몇 개월 배운다고 멋지게 연주할 수 없고, 전문자격증은 몇 개월 가지고는 따기 힘들다.


  운동은 몸이 기억을 한다. 머리는 몇 년 지나면 거의 다 까먹지만, 몸은 몇 년이 지나도 기억을 한다. 그러니 어렸을 때 오래 했었던 운동이나 악기는 어른이 되어서도 다시 하면 금방 따라 할 수 있다. 몸이 그 감각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머리보다 몸이 더 똑똑한 것 같다.


  수영을 시작한 이후로 틈틈이 유튜브에 수영 강습 영상을 찾아보고, 그냥 가끔은 허공에 대고 손동작도 연습해 본다. 나와 같이 수영 초급반에 입문했던 사람이 나보다 더 잘하면 질투도 나다가, 선생님의 잘한다는 칭찬 한마디에 급 빵긋빵긋하다가, 몇 바퀴 돌지도 않았는데 금방 숨을 헐떡이는 나한테 짜증도 나다가, 이렇게 감정이 천방지축 날뛰는 중이다. 그러는 와중에도 꼭 한 번씩은 상급반 분들의 모습도 본다. 계속하다 보면 나도 언젠간 저렇게 잘하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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