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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정숙 Apr 15. 2022

영원히 돌고 도는 회전목마 같을지라도

말에서 내려야 할 시기는 반드시 온다


최근에 우연히 친구와 함께 놀이공원에 간 적이 있었다. 분명 어렸을 땐 놀이공원에 ‘놀’자만 들어도 마음이 그렇게 설렜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다지 흥미가 없는 걸 보면 때론 익숙함이 일상의 재미를 빼앗고 있는 건 아닐까 싶다. 

                        

놀이기구를 타려고 줄을 서있던 수많은 사람들의 표정에서 설렘과 기대감이 언뜻 보이는 듯했다. 삼삼오오 모여 밝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 또한 같이 밝아지는 느낌이었다.     

양갈래 길목에선 팝콘같은 벚꽃잎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는데,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마스크를 끼고 있음에도 확연히 보이는 사람들의 즐거워하는 표정과 하늘에서 분홍색 꽃비가 내리는 듯한 멋진 광경이 더해져 차분했던 마음이 따뜻하게 동요되기 시작했다. 





                   



- 회전목마 탈래요?       

             

시시할 것 같았던 제안에 특별히 거절의 이유를 찾지 못하고 놀이공원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던 회전목마를 탔다. 그저 천천히 그 자리에서 계속 돌고 있는 회전목마가 재미없는 내 삶과 같다고 느껴지던 때가 떠올랐다.                    

‘그래도 가만히만 있었던 건 아니잖아.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 같아도 뭔가를 계속 했다는 게 중요한 거야.’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결국 노래를 멈추지 않은 사람에 의해 불려지니까. 

                   

30대가 돼버린 내게 회전목마를 타는 재미는 이제 어린아이들이나 느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타보니 어린 시절 그때로 다시 돌아간 것 같았다.     

내가 몇 살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느껴본 순수한 감정이었다. 인생에서 놓치고 싶지 않은 순간이었다. 순간의 기쁨을 다음으로 미루는 일은 잠시 내려놓고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해야 했다.   

                      

돌고 도는 회전목마같은 삶이라고 해도 그 안에서 재미를 찾으면 된 거다. 너무 삶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길.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또 가을이 가면 겨울이 오듯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이다.     


영원히 돌고 도는 회전목마를 타고 있는 것 같아도 말에서 내려야 할 때는 반드시 온다. 언젠가 끝이 난다는 것이다. 그러니 말을 타고 있는 동안에는 후회없이 신나게, 그리고 재미있게, 멋지게 삶을 리드하는 철들지 않는 당당한 어른으로서 살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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