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민교회에 대한 생각 2

작가 생각

by 뉴질남편

관계를 맺는 데 있어서 두루두루 둥글둥글하게 모든 사람과 더불어 화평하고 평안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현실은 관계와 관계 사이에 갈등이 일어날 때 그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가는지에 대해 참 미숙한 사람들이, 사람들 마다 다르겠지만, 한국 사람들이 아닐까, 그리고 그 갈등의 중심에 이민교회가 있습니다.


​이상하게도 진심인지 아닌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교회밖에 분들은 술 한잔 기울이며 소리 한번 지르고 나면 다시 화해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교회에서는 한번 사이가 틀어지면 교회를 떠나거나 평생 인사도 안 하는 사이가 돼버립니다. (심지어 장례식에도 안 온다는...)


​아마도 하나님이 살아계시다는 눈에 보이는 증거는 '용서와 화해'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만, 참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가족끼리도 돈이 사이에 끼면 원수가 되니,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타국에서 만나 화해한다는 것 자체가 하나님의 능력이 아니면 불가능하겠지요.


​만약 잘못하면, 그저 다가가 '미안하네 내가 부족해서 그러네 내 실수야'라는 말 한마디면 풀릴 거 같은데 자존심이 밥 먹여주는 것은 아닌데, 이민교회에서 자존심은 어떤 분들에게는 생명과 같은 것인가 봅니다.


​모든 사람을 쉽게 신뢰하고 믿는 것도 잘못된 일이지만, 또한 특별히 이민교회에서는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집사님이 다 같은 집사님이 아니고 장로님이 다 같은 장로님이 아니며, 목사님이 다같은 목사님이 아니기에 돈거래, 이해관계가 있는 부분에 있어서는 반드시 중간에 전문가(변호사, 회계사 등등)를 끼고 문서화하여서(까다롭다 정이 없다 하는 소리는 다 흘려버리시고)


공과 사를 정확하게 하셔야 본인도 또한 이민교회도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는 교회 집사님이 법무사가 직업이라고 해서 도와주는 마음으로 비자업무 맡기면 잘되면 좋지만 안되면 평생 원수가 됩니다. 정으로 관계로 하지 말고 평판으로 선택하세요.


싸게 해 준다면 싼 이유가 있습니다. 비싸게 돈 내면 내 권리를 말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기도모임을 한다고 집안문제가 개인의 문제에 대해서 나누는 모임을 가질 수 있습니다. 슬프지만 다 털어놓으시면 안 됩니다. 털어놓을 모임이 분명히 있습니다. 무덤까지 그 비밀을 가져갈 사람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시험해봐야 합니다.


거짓말을 하라는 건 아니지만, 입에 이야기를 넣어주셔서 그 이야기가 퍼지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속 이야기를 해서는 안됩니다. 보통 기도모임에서 마음 상하는 사례들이 많습니다. 기도하고 싶으시다면 가족과 하시고, 다른 분들과의 기도 때는 두리뭉실 기도제목이 좋습니다.


상세한 기도제목은 하나님 앞에서 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사람은 그 기도제목을 다른 사람에게 전하지만 하나님은 그 기도제목을 듣고 다른 사람에게 전하지 않고 그 기도의 소원을 이루어주시니까요.


​한 곳에서 오래 신앙생활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반드시 이민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다 보면, 위기가 찾아오기 때문이지요. 그 위기란 목회자의 일탈이나 기대 이하의 모습에 실망, 성도와 성도 사이의 불협화음, 다른 성도의 모습 속에 보이는 가식으로 인한 믿음의 회의 등등...


그래서 다른 교회로 옮깁니다.


키위 교회는 다른 교회를 옮길 때 그 교회 사람들과 원수가 되지는 않습니다. 옮기는 이유도 명확하지요, 이사를 했다, 당신 설교가 마음에 안 든다. 옮기고 싶다. 등등. 그러면 목사는 붙잡지 않습니다. 너의 길을 축복한다. 너와 함께한 시간이 참 귀했다. 너의 선택을 응원한다. 하지만 언제든 돌아와도 환영한다. 우리의 관계는 영원하다.


물론 속으로 속상하겠지만 말은 이렇게 하고 실제로 행사가 있으면 다시 그 사람이 와서 돕고 계속 교제를 이어나갑니다. 교회를 떠나는 부분에 대해서 자유롭고, 떠난다고 해서 교회는 또 크게 요동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민교회는 한번 교회를 떠나면 원수가 돼버립니다. 그리고 내가 너를 어떻게 섬겼는데 이렇게 배반할 수 있느냐라고 간접적 직접적으로 표현하지요.


그리고 연락을 하지 않습니다. 왕래도 없습니다.


아마도 성도를 하나님의 자녀가 아닌 혹시나 그 교회의 소유물로 보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원래 집사, 권사, 장로의 의미는 참 좋은 의미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한국에서는 이 의미가 영적인 계급으로 통용되지요. 집사 하면 과장, 권사 하면 차장, 장로 하면 부장이라는 회사생활을 많이 하신 분들이 이민을 오셔서 그런지 이런 의미로 이해하시고, 또래 그룹에서 다른 친구들은 다 권사 다는데 자기만 권사 안 주면 교회를 나오시는 분들이 계시더군요.


​원래 예수님은 내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려 하고 내 목숨을 주려 함이로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왜 교회는 더 섬김 받으려 하고 타이틀에 마음 상해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교회에서 타이틀 받으실 기회가 있다면 곰곰이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그 타이틀이 이민사회에서 여러분의 평생 타이틀이 될 겁니다. 그 교회를 나와도, 그리고 교회를 다니지 않아도 집사 타이틀이 붙으면 평생 여러분을 집사님이라고 부르게 되니, 타이틀을 받을 때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받으시길 바랍니다.


또한 현실적으로 집사 받을 때 되었는데 안 주고 권사 다 받았는데 안 주면 교회를 떠나기에 어쩔 수 없이 타이틀을 주는 교회도 많을 겁니다.


한국은 목회자를 너무 위에 두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목회자가 돈 때문에 목회를 한다면 그 동기가 잘못되겠지만 한 명의 노동자로서 그리고 가장으로서 한 여자의 남편으로 봐줘야지 돈, 명예, 섹스 문제에서 지켜줄 수 있는 문화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물론 기준 이상의 삶을 살아야 하며, 유리벽에서 살아야 하는 직업이 목회자이지만 한 명의 사람인 것을 또한 기억해주셔야 합니다.


​성직자라는 자리가 참 쉽지 않은 자리인 것 같습니다. 사실 속 마음을 아무 데도 털어놓을 장소가 없습니다. 목사들끼리라도 좀 하나가 돼야 하는데, 이 많은 이민교회 가운데 얼마 없는 한인들을 대상으로 경쟁을 하는 구도에서

사이가 좋을 리가 없지요. 견제하기 바쁘고, 성도 뺏어오기 바쁩니다.


​오지랖이라는 말 들어보셨을 거예요.


이상하게 한국 어른들은 안 물어봐야 할 것들을 아주 자연스럽게 물어봅니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툭툭 뱉는 말들이 상처를 주지요.


예를 들어 "연봉이 얼마야?" 이것은 키위 사회에서는 굉장히 무례한 질문입니다. "지금 무슨 비자야? 영주권 받았어" 진짜 민감한 질문입니다. 이 질문을 안 하면 안 할수록 인격이 올라갑니다.


​비자로 계급 놀이를 하는 분들이 몇 있다고 합니다.


방문 - 학생, 가디언 - 워크 - 영주권 - 시민권자


​더 몇 가지 깨달은 것들을 쓰자면...


어머니같이 친근하고 푸근하신 분들이 계십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그분은 나의 어머니가 될 수 없습니다. 그냥 나이가 많으신 분인 것뿐입니다. 그리고 아들과 딸 같은 분들이 있습니다. 그분 역시도 그런 또래의 사람들이 지잖아가 될 수는 없습니다. 분명한 관계의 선, 존경과 배려라는 상호존중이 있어야 관계가 오래갑니다.


​무엇을 봤다, 하나님이 말씀하셨다는 말을 하는 기도 많이 하시는 영적인 분들이 뉴질랜드에도 있습니다. 사실 제 생각에는 아무것도 못 본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이미 성경에 진리는 다 나와있습니다. 뭘 보고 싶으시면 성경을 보시고 그런 영적인 분들은 삼가시는 것이 건강한 이민교회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미 정답을 우리 곁에 두셨습니다. 이 목사님 말씀 좋다더라 가보자 어디서 대단한 분이 오셨다더라 들으러 가보 자라는 말에 휩쓸릴 필요도 없습니다. 이미 주신 남편의 이야기를 잘 들으세요, 여러분이 섬길 사람은 가장 가까운데 있습니다. 그리고 주신 아내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으세요, 시간이 지나면 100%는 아니지만 다 아내 말이 맞더라고요.


2016년 9월 13일에 쓴 글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이민교회에 대한 생각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