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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질남편 Apr 22. 2024

행동 3 - 은행방문과 절망(Feat. 나의 철학)

뉴질랜드 첫 집 구매의 여정

두 명의 모기지 어드바이저를 만났다. Pre Approval Letter를 받았지만 그 성적(?)은 처참한 수준. 은행 돈을 받는다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줄 처음 알았다. 우리 부부의 몇 개월치의 패이슬립, 그리고 은행명세서를 제출하고 얼마를 받을 수 있는지 계산을 하는데 정말 벌거벗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부분은 줄여야 하지 않겠는지 혹은 이 항목에 지출은 왜 되었는지에 대한 실제적인 지침을 받은 후에 가장 영혼까지 끌어모아 빌릴 수 있는 돈은 우리의 예상보다 턱없이 적었다.

그래서 직접 은행에 부딪혀 보기로 결심하고 우리 부부는 거래은행을 찾아갔다. 예약을 하고 그다음 주 토요일에 대출담당자를 만나 이야기를 시작했다. 책상에 앉아 대충 우리가 빌릴 수 있는 금액을 제시하는데 이건 모기지 어드바이저가 제시한 금액보다 더 처참한 수준의 금액을 빌릴 수 있다고 제시하는 것이 아닌가!

모기지 어드바이저 은행직원이 걸고넘어졌던 이슈는 동일한 이슈였다. 그것은 바로 십일조와 헌금이었다. 은행융자를 받을 때까지만 헌금과 십일조를 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들었을 때 솔직히 마음에 갈등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 기록만 없다면 빌릴 수 있는 금액이 훨씬 많아지고 우리가 원하는 집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소리는 참으로 먹음직하고 보암직한 매혹적인 유혹이었다.

이 글을 읽는 비기독교인들은 이해할 수 없겠지만, 헌금과 십일조를 가르치는 목사가 헌금과 십일조를 포기하고 은행융자를 많이 받아 집을 산다는 것은 목회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와 비슷했다. '아니 단지 몇 개월 하지 않고 그 돈 모아놨다가 은행융자받으면 그때 한꺼번에 하면 되지 않겠나?'라는 반문도 있겠지만 그렇게 무리해서 빌리게 되면 은행융자 갚느라 당연히 십일조와 헌금도 못하게 될 것은 뻔한 일임이 자명했다.

또 집을 사면 은행융자만 나가는 것이 아니다. Rate도 지불해야지, 보험도 지불해야지, 물 값, 전기세, 인터넷 등등 역시 따져보면 은행융자를 많이 받는 것이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님을 우리는 집을 사지 않았지만 집을 무리하게 산 많은 이들의 증언을 통해 알고 있었다.

아무튼 은행을 방문한 후에 우리는 다시 모기지 어드바이저를 찾아가서 도움을 구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왜 모기지 어드바이저가 필요한지를 처절하게 알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 부부의 집 구매 철학은 확고했다. '만약 십일조와 헌금을 낼 수 없을 정도로 은행융자를 빌려야만 집을 살 수 있다면 우리는 집을 포기하겠다' 다시 말하지만, 이것은 종교인으로서 우리 부부의 신앙의 신념이기에 많은 독자들이 이해할 수 없겠지만 아무튼 이것이 우리가 넘지 않겠다고 다짐한 마지노선이었다.

첫 번째 모기지 어드바이저는 참으로 실력이 있으신 분이었다. 그 실력이란 최대한 우리의 부족한 연봉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융자금액을 빌릴 수 있는 길을 아는 분이었다. 그분 덕택에 우리의 현실을 알게 되었고 또한 그분 덕택에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만큼의 융자금액을 그분을 통해 빌릴 자격을 얻게 된다면 우리는 우리의 신앙의 신념을 저버리고 분명 더 큰 집, 더 지역이 좋은 집을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저질렀을 것이다. 그런 유혹의 불씨를 차단하고자 그분께는 미안하지만 우리는 다른 어드바이저를 찾아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오해하지 마시라, 그분은 능력적으로 보면 오클랜드 안에서 다섯 손가락에 들어가는 탑 중에 탑이다. 하지만 나 역시 그 상황에서 당연히 신념보다는 실리를 추구할 것이 뻔히 보였다. 한 마디로 나 자신을 믿을 수 없었다. 따라서 목적을 이루는 능력보다는 목표의 이상을 다소 낮추고 아니 그 목표를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신념을 지켜가면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을 도와주는 어드바이저가 우리에게는 더 필요했다.

집을 구매함으로 일상이 망가지는 것을 우리는 허용할 수 없었다. 이상과 욕심으로 무리해서 집을 구매함이 우리의 평범한 일상의 삶을 망가트릴 수도 있다. 집을 소유하면 행복하지 무슨 배부른 소리를 하느냐 반문할 수 도 있지만 난 그렇게 생각한다. 집을 구매했는데 모기지에 묶여서 그동안 해왔던 소소한 쌀국수 한 그릇의 여유, 플레이스테이션과 네플릭스 구독의 여유, 가끔 친구들을 만나면 '이번엔 내가 밥을 살게'하면서 먼저 계산하는 여유, 그런 모든 여유의 시작점이 나는 내가 속한 교회라고 이름하는 공동체에 드리는 헌금과 십일조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못 사면 못 사는 거다라는 마음으로 우리는 집에 우리의 신념을 맞추기보다는 신념에 집의 가격과 지역과 규모를 맞췄나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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