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첫 집 구매의 여정
보통 뉴질랜드 주택은 판매 시 토요일과 일요일에 집중적으로 오픈홈이 열린다. 30분에서 1시간 정도의 시간 동안 그 집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토요일이나 일요일 정해진 시간에 방문하여 집을 살펴보는데 아름답게도 참 잘 집을 꾸며놓는다. 오픈홈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부동산중개인인데 보통 방문 시 본인의 인적사항을 기입하도록 아이패드나 혹은 방명록을 입구에 비치해 놓는다. 정말 거짓말 안 하고 집을 4-50개 정도 본 것 같다. 일단 오픈홈을 가면 중개인이 이런 질문들을 묻는다.
"준비한 예산은 어느 정도 되십니까?"
"은행 Pre Approve는 받으셨습니까?
"첫 번째 집입니까 두 번째 투자용 집입니까?"
사실 우리는 현실을 몰랐다. 또한 아내도 풀타임, 나도 풀타임이 된 것 만으로 너무 기분이 들떠서 은행에 가면 당연히 우리가 빌리고 싶은 대로 다 빌려줄 거라 생각하고 현실이 아닌 소원에 근거한 대답을 했다.
"예산은 1 밀리언 조금 넘어요"
"은행 Pre approve는 당연히 받았죠(사실 이 용어가 뭔지는 모기지 어드바이저를 통해서 처음 알았다.)"
"첫 번째 집인데 조만간 첫 번째 집 사고 두 번째 집도 알아볼까 생각 중이에요"
지금 생각하면 뭔 근거 없는 자신감인지 이렇게 마음대로 대답하니 당연히 중개인 입장에서는 놓치지 말아야 할 고객 중 한 명이 되었고 정말 어떤 중개인은 줄기차게 전화를 해서 미안하기까지 했다.
인생이 그런 것 같다. 누가 뭐 했다고 하더라, 요즘에는 어떻다고 하더라, 다 안된다고 하더라라는 말만 들어서는 절대 현실을 알 수가 없다. 반드시 내가 직접 해봐야지 알 수 있는 지식이 있다. 자격이 안되더라도 자격이 있는 것처럼 일단 방문을 하고 나니 중개인을 통해서 참 많은 정보를 들을 수 있었다. 그 정보의 내용은 집주인이 왜 집을 팔려고 하는지, 가격은 어느 정도로 받으려고 하는지, 요즘 주택시장이 어떤지, 은행금리가 어떤지 등등의 전반적인 소문과 분위기 등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우리는 뉴질랜드 주택시장에 대한 상식이론들을 섭렵할 수 있었다. 모기지 어드바이저가 줄 수 있는 현실과 부동산 중개인들이 주는 현실정 보는 확실히 결이 다르다. 모기지 어드바이저의 입장은 고객에게 은행융자를 판매하는 것이고 부동산 중개인의 입장은 고객에게 집을 판매하는 것이다. 모기지 어드바이저는 고객에게 최대한 많은 은행융자를 받게 해주는 것이 실력이라면 부동산 중개인은 판매자에게는 가장 비싸게 집을 팔아주는 것이요, 구매자에게는 말은 안 되지만 가장 싼 값에 집을 구입하게 하는 것이다.
1 밀리언이 넘어가는 집만 본 아내와 나는 눈이 엄청 높아져서 2층 집은 불편하다고 쳐다보지도 않았다. 현실을 몰랐기에 지역도 하윅 쪽으로 결정했다. 그 후 현실을 깨달은 후에 그 높은 소망의 히말라야 산 꼭대기에서 현실의 산 아래로 내려오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고 많은 마음의 아픔이 있었다. 그래도 우리에게는 나름 산 정상에서 그 풍경을 구경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서로를 위로했다.
집을 충분히 본 후에 다시 모기지 어드바이저를 찾아갔다. 그 만남 후에 우리는 현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 부부의 합산 연봉으로는 아무리 영끌을 하더라도 우리가 사고 싶은 집을 구매하기에는 융자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현실을 말이다. 바로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잠시 즐거운 착각의 세계에서 벗어난 우리는 절망했다. 그리고 그 모기지 어드바이저는 실력이 없는 사람일 것이라 생각하고 우리가 직접 은행을 방문해서 대출담당자와 대면할 계획을 세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