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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질남편 Apr 26. 2024

집 구매 전에 우리가 지냈던 집들 2

뉴질랜드 첫 집 구매의 여정

어제는 ANZAC Day였다. 작년 이맘때 우리는 이사하기 바빴다. 10년 만에 이사를 하는 지라 짐이 꽤 많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송전탑 집을 사느냐 마느냐 우리 부부가 논의 중이었던지라 일단 그 논의는 뒤로하고 이사하는데 모든 신경을 쏟았다. 또한  6개월 단기 렌트 기간 동안 무조건 집을 구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감사하게도 집주인아저씨와 단기렌트 세입자와 단기렌트 집주인이 서로서로 편의를 봐주셔서 일주일 동안 이사를 했다. 교회 성도님이 Storage사업을 하셔서 그래도 대형 트레일러를 갖고 계시기에 그것을 빌릴 수 있었고, 교회 봉고차를 빌려서 일주일 동안 왔다 갔다 하며 짐을 천천히 옮길 수 있었다. 시간은 일주일이었지만 이삿날을 하루 정해 교회 청년과 성도님들에게 부탁한 결과, Sam, Evan 그리고 Christian이 짐 옮기는 것을 도와주었다. 보통 이사할 때 비용이 많이 들지만 이 세 분에게 감사인사로 점심을 대접한 비용 외에는 다른 비용이 없었다.


새로 이사한 집으로 이사한 후에 최악의 폭우가 쏟아졌다. 사실 작년은 1월도 폭우 5월도 폭우로 인해 오클랜드 및 전 뉴질랜드 지역이 비상이었다. 그 5월의 폭우 가운데 갑자기 이사한 집에 물이 새기 시작했다.


집에 물이 새는 것은 집 자체에 큰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어떤 주인이든 바로 움직이는 비상상황이다. 바로 집주인과 가족이 집을 보러 왔다. 예상외로 많은 새지 않은 것을 보고 집주인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사실 집주인이 오기 전에 여러 가지 부분에 대해서 컴플레인을 한 상황이었는데, 집에 관련해 단 1센트도 쓰기 싫어하는 집주인의 마음을 모르는 아내는 내 이메일에 더해 Face to face로 또 컴플레인을 하니 이 사람이 크게 열받았나 보다. 이 사람이 보낸 글귀가 아직도 잊히지가 않는다.

"If these problems are too much for your family to live with perhaps you need to look for another place to live."

이런 이메일을 받으니 정신이 번쩍 났다. 아쉬운 건 너니 싫으면 나가라는 소리로 들려서 바로 전화를 걸어 잘못한 것도 없었지만 사과를 하고 6개월이라도 이 집에서 살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하니 집주인이 마음이 풀렸다. 갑자기 집 없는 서러움이 복받쳐 올랐다. 이때부터 이 서러움의 에너지로 정말 본격적으로 우리의 첫 번째 집 구매를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이 렌트집의 좋은 점은 "위치"였다. 은퇴한 부자 키위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사시는 평화로운 동네. 교회와 가까운 동네. 안전과 치안이 그나마 다른 동네보다는 보장된 동네였다. 두 번째로 "가격"이었다. 그 위치에 3 베드룸 집이었는데 렌트비를 570불을 요구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단기렌트계약"이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 그 어디에도 단기렌트는 찾아보기 어렵다. 모두 제대로 된 집이라면 다 장기렌트 세입자를 선호한다. 하지만 이 집에 살아보니 왜 단기렌트 세입자를 구하는지 그리고 왜 가격이 다른 집에 비해 저렴한지를 알게 되었다. 그 이유는 바로 다음과 같은 단점들 때문인데 그 단점이 아주 심각했다. 아마도 오래된 모든 집들이 대부분 다 이런 모습일 것이라 생각한다. 두 아이의 아빠로서 감정이 들어가 있는 글이지만  그래도 최대한 객관적인 시각으로 단점들을 밑에 나열해 본다.

습기와 곰팡이

이 집은 습기가 엄청났다. 공기의 순환이 안되기 때문에 밑에 카펫이 축축했다. 그것과 동시에 벽에 곰팡이가 자욱하게 피었다. 그런 벽을 감추기 위해서 하얀색 페인트로 집을 칠해놨는데 그로 인해 습기가 빠져나가지 못해 마치 한증막 사우나를 경험하게 되는 습기의 최악의 한증막이 형성되는 이상한 구조의 집이었다. 그래서 뉴질랜드의 오래된 집들은 대부분 HRV가 다 설치되어 있다. 이 시스템은 집안의 공기가 순환될 수 있도록 각 방 천장에 환기구를 만들어 외부에서 내부로 공기를 순환시킨다. 이 장치가 없으면 100프로 곰팡이가 생기는 집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새로 지어진 집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아무튼 이 집에서 이사를 나갈 때 피어난 곰팡이를 걸레로 없애느라 엄청나게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 곰팡이에 대해 언급을 하니 이 사람은 자기 집에 있는 제습기를 나에게 주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The dehumidifier should help with this, however, most "Kiwis" will open the windows and let the fresh air blow through to air the house."


5월부터 뉴질랜드는 점점 추워졌다. 7, 8월에는 창문을 열면 얼어 죽는다. 전 세입자가 춥다고 불평을 했는지 창문을 못으로 다 박아버려서 창문이 반쪽만 열렸다. 나머지 창문은 정말 상태가 심각했다. 아무튼 창문을 열고 지내면 곰팡이가 덜 할 것이라는 그녀의 말에 '아 네 그러십니까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하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불평을 해봤자 집에서 나가라는 답밖에는 돌아오지 않을 것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추위 그리고 완전히 닫히지 않는 창문

원래 뉴질랜드가 추운지는 알고 있었다. 4월과 5월은 그래도 견딜만했는데 6월부터는 정말 얼어 죽는 줄 알았다. 창문을 닫아도 찬 바람이 들어왔다. 커튼이 있었지만 그 커튼에 곰팡이가 검게 이리저리 피어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성애가 가득 끼었고 그 성애가 밑으로 주르륵 흘러 나무창문틀에는 곰팡이가 한가득 피었다. 스토리지에 옷을 넣어놨는데 대부분 모든 옷들에 다 곰팡이가 피었다. 너무 속상했다. 창문이 안 닫히는 바람에 내가 직접 버닝스에 가서 문틀 고정쇠를 구입해서 창문을 닫았다. 화장실 창문과 부엌창문은 아크릴 판으로 막아버렸다. 결국 6월에 온 가족이 다 독감에 걸렸고 돌아보니 집이라는 공간이 얼마나 삶을 살아가는데 중요한지를 처절하게 깨달았다. 그래도 버틸 수 있는 힘이 내 집을 언젠가는 사겠다는 소망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우울감

일과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이면 아이들이 짜증을 냈다. 나도 집에 가기가 싫었다. 아내는 회사에서 오기 싫어했다. 집보다 회사가 더 따뜻했기 때문이다. 나도 교회에서 오기 싫어했고 아이들도 웬만하면 학교를 더 가고 싶어 했다. 6개월 후에 집을 산다는 계획은 있지만 보장은 없었기에 뭔가 시간이 지날수록 우울했다. 차라리 1년 계약을 해서 제대로 된 렌트집에 들어가는 것이 더 나았을까라는 후회감도 들었다. 하지만 이런 최악의 어둠의 환경이 우리로 하여금 집을 검색하고 계약하는 에너지가 되었다. 돌아보면 감사함이지만 객관적으로 이 집은 정말 사람을 우울하게 만드는 집이었다. 딸아이에게 글을 쓰며 그 집이 어땠느냐고 물었다. "그건 Home이 아니라 그냥 House였어" 아내가 그때를 회상하며 한 술 더 뜬다. "아냐 마치 그 집은 벽과 천장이 설치돼있지만 길바닥에서 살아가는 느낌이었어."

게라지

게라지가 있다고 해서 좋아했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지난 1월 홍수 때 흙이 밀려들어와 게라지의 역할을 할 수 없는 게라지였다. 또한 이웃집이 딱 붙어 있기에 차를 넣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집 층과 게라지층이 계단으로 이어져있을 만큼 높이가 상당했기에 세탁기에 빨래를 돌리고 가져오는데 밖에 나가서 계단을 내려가서 가져와야 하는 구조였다. 냄새가 나고 흙이 밀려 나와 있고... 그래도 게라지가 있기에 필요 없는 짐을 넣어놓을 수는 있었다.

주차공간

입구가 너무 좁아 주차를 하려면 정말 고난도의 주차기술이 필요했다. 아내는 새벽에 일을 나가면서 한두 번 펜스에 차를 박았다. 혹시나 팬스가 무너져서 몇 천불 물어줄까 봐 엄청 걱정했지만 차에만 흠집이 나서 얼마나 마음을 쓸어내리며 안도했는지 모른다. 집에 차가 두 대인지라 집 앞에 어렵게 한 대를 대고 다른 한 대는 길 가에 주차를 했다. 워낙 차를 털어가는 일들이 많은지라 혹시나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항상 귀중품을 집으로 가져왔고 게라지가 없어서 아침마다 차창문에 생긴 이슬과 성애를 없애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

이웃

전 세입자가 조심스럽게 이웃이 부부싸움을 많이 해서 한번 경찰을 불렀다고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새벽 두 시에 뭐가 깨지고 소리를 지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금방 소리가 잦아들었지만 종종 뉴질랜드 버전 사랑과 전쟁의 실시간 라이브 사운드를 들으니 이게 은근히 스트레스가 심했다. 아이들은 무서워하고 아내도 스트레스를 받고 나도 고민이 많았다.

말도 안 되는 전기세

이상했다. 그렇게 추운 가운데에서 히트펌프도 틀지 않고(사실 가동하면 냄새가 나서 도저히 사용할 수가 없었다.) 뜨거운 한팩을 끌어안고 이불을 들고 다니며 지냈는데도 전기세가 3백에서 때로는 5백 불까지 부과되었다. 집주인에게 물어보니 뜨거운 물을 많이 사용하면 그렇다고 설명을 했다. 그렇다고 전기세를 아낀다고 물을 전기포트로 끓여서 사용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그런가 보다 하고 샤워할 것 샤워하고 설거지할 것 설거지하면서 전기세를 눈물을 머금고 지불을 했다.  

이런 고난의 시간들을 지내면서 우리는 더 절박하게 집을 알아보게 되었고 결국 집을 선택하여 계약을 하게 된다. 그 계약날짜가 바로 작년 5월 8일이었다. 다음 글부터는 실제적인 정보 위주로 새 집을 사는 과정에 대해 자세히 기술하도록 하겠다. 새집을 계약하고 CCC가 발급된 날 집주인에게 전화를 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Hello! How have you been? I have both good news and bad news to share. Which one would you like to hear first? The good news is that I bought a house. And the bad news is that the best tenant you trusted and believed in is now leaving this house."

이 대화 후에 다음과 같은 이메일과 함께 집을 비우겠다는 정식레터를 썼다.

"Dear Land lord,

I hope this letter finds you well. As we discussed during our phone conversation regarding the purchase of our new home, I am delighted to inform you that the CCC (Code Compliance Certificate) has been issued today. Therefore, I am writing to officially notify you of my decision to terminate the tenancy agreement for the property located at _______. As per the terms of our lease agreement, I will be vacating the premises on Sunday, September 10th, and the last payment will be made on Monday, September 4th.

I want to express my sincere appreciation for the opportunity to be a tenant in your property. Throughout my time here, I have thoroughly enjoyed a comfortable and pleasant living experience, and I am truly grateful for your prompt attention to any maintenance or repair issues that arose.

I have taken exceptional care of the property, and I will continue to do so until my departure. Prior to leaving, I will complete all necessary cleaning and repairs to guarantee a seamless transition for the next tenant.

If possible, I would sincerely appreciate it if you could complete the documentation for the bond fee return along with the inspection on Sunday, 10th September.

Once again, I want to express my heartfelt gratitude for your professionalism and unwavering support throughout my tenancy. I wish you continued success in managing your properties.

Thank you for your understanding, and I look forward to a smooth and efficient completion of this transition.

PS. Please find the attached 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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