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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봄 6시간전

유난히 지치는 날

 정신과 의사도 사람이기에 밀려드는 환자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지칠 때가 있다. 마음을 다해 설명해 주었지만 그 마음이 전해지지 않을 때, 감정을 날것 그대로 ㅆ을 섞어 쏟아내는 말을 한참을 듣고 있을 때, 내가 마치 약주는 기계가 된 것 같을 때 등등. 개인적으로 ‘이약 빼고 이약 넣어주세요’라는 명령 같은 요구를 정말 싫어한다

 

 그럴 때 다시 마음을 다잡고 진료에 집중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아이템들이 있다. 첫 번째는, 꽤 오랜 시간 치료를 받던 분이 먼 곳으로 떠나며 선물해 준 사과. 함께 준 카드를 읽으며 살짝 울었다. 짧은 글인데 치료자에 대한 깊은 마음이 느껴졌다. 그녀는 꽤 열성적으로 치료자의 지침에 맞춰 노력했고, 진료 중 내 말 하나하나 놓치지 않으려 하였으며, 좋아지려는 마음이 많이 느껴졌다. 나 역시 그에 맞춰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생겨났고, 조금 더 호전시킬 방법을 연구했다. 100프로가 평소 열정이라면 120프로의 열정을 끌어내게 하는 환자였다. 아침에 출근해서, 혹은 기운이 떨어질 때, 사과를 보며 열정 넘치게 진료를 해보자는 다짐을 해본다.

 두 번째는 스트레스볼이라며 건네준 인형. 사실 진료실과 집을 주로 오가고, 환자들도 그다지 힘들지 않았기에 스트레스받을 일이 별로 없어서 언제 쓰지 했는데 받고 나니 스트레스받을 일들이 우르르 생겼다. 나도 모르게 인형을 쥐어짜며? “음…효과가 있을까? 좋네~~”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있더라.

  아무것도 없던 모니터와 키보드만 있던 책상에 이렇게 식구들이 늘어난다. 생각보다 마음 다잡기 좋더라~

 삭막한 데스크에 마음의 안정을 유지해 줄 아이템 하나쯤 놔보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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