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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꼬르륵 Nov 18. 2024

임재범 씨를 보며 '이븐한 나이 듦'에 대해 생각하다

천피디의 이븐한 음악 일기, 여덟 번째. 외인부대-줄리

지금 쓰고 있는 잡지의 이름 속 ‘이븐한 음악 일기’의 ‘이븐 하다’라는 말은 “골고루 잘 익다”라는 뜻이다. 최근 뜨거운 화제가 된 “흑백요리사”에서 심사를 본 안성재 셰프가 언급해서 패러디가 자주 되고 있다. 나 역시 그가 강조하던 이븐함(?)을 음악 일기에서 느끼게 하고 싶어서 “천피디의 이븐한 음악 일기”라는 이름을 짓기도 했다. 사실 단순하게 재밌어서 그렇게 한 것도 있다. ㅋ     


그런데 며칠 전 오랜만에 만난 한 지인이 자기 아들이 요즘 자기에게 “엄마, 참 이븐하게 나이 드셨네요”라고 하며 놀린다며 어이없는 웃음을 터뜨렸다. 나 역시 이제 초등학교 6학년이 된 녀석의 참신한 표현력에 웃음을 터뜨렸다.      


이븐한 나이 듦.      


웃자고 한 이야기지만 조금 다큐스러운 맥락으로 보자면 정말 중요한 부분이다. 외모는 나이가 들었는데 정신이 나이를 먹지 못하면 그것만큼 난감한 경우가 없다. 반대로 시간이 지날수록 태도, 말이 멋지게 익어가는 누군가를 보며 덩달아 외모까지 멋있어 보이는 때도 있다. 그리고 나는 그런 느낌을 최근 임재범 씨를 보면서 느꼈다.      


어딘지 모르게 불안한 눈빛과 자칫하면 화풀이의 대상이 될 것 같던 예전 모습과 달리 몇 달 던 ‘싱어게인3-무명가수전’에서 본 그는 배려가 돋보이는 인생 선배의 모습이었다.      


그는 통과시켜 줘서 감사하다는 참가자에


"기회는 저희가 드린 게 아니라 본인이 얻은 거다. 감사하다고 얘기 안 하셔도 된다. 저희도 노래하는 선배일 뿐이고 먼저 노래했다는 것밖에는 더 내세울 건 없다"


하고, 평가에 앞서 항상 개인적인 의견이라는 말을 붙였다.


못 본 사이 그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자세히 알 순 없어도 나는 임재범 씨가 참 멋있게 나이 들고 계신다고 느꼈다. 지인 아들의 표현대로 “참 이븐하게 잘 나이 드셨다”라고 해야 하나. 그런 그가 프로그램 막바지에 특별히 마이크를 잡은 순간, 여전히 대체 불가능한 실력까지 보여주다 보니 나의 호감은 배가 됐다.      


"여기 심사위원이라고 앉아 있는 저희도 가수고요. 우리도 어떻게 될지 몰라요. 진짜…. 백지영 심사위원님 말대로 우리도 어떻게 될지, 내일 당장 어떻게 될지 모르고…. 수없이 쓰러지고, 수없이 후회하고, 수없이 포기해 보고, 또 악에 받쳐 노래할 때도 있었고, 내가 행복해지고 싶어서 노래할 때가 있었고, 남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서 노래할 때도 있었고…. 많은 것들을 겪게 되고 또 겪게 될 거예요. <싱어게인 3>을 통해 시청자분들이 보시고 여러분들 얼굴 기억하시고 응원해 주실 거예요. 분명히."     



한 번의 실패가 인생의 실패는 아니라는 메시지를 계속 주던 그.


천피디의 이븐한 음악일기 일곱 번째 곡은 그런 그의 젊은 시절 모습을 볼 수 있는 외인부대-줄리다.     


https://www.youtube.com/watch?v=JKVbAEUUjAs          


그룹 ‘외인부대’에 대해 알아보자면 외인부대는 한국 헤비메탈의 원년을 연 ‘부활’과 ‘시나위’ 출신 멤버들로 결성되었다. 자세히 알아보자면 ‘부활’의 기타리스트 이지웅과 ‘시나위’의 보컬리스트 임재범, ‘다섯손가락’의 박문일, ‘바퀴자국’의 손경호, ‘셀프서비스’의 손무현이 합류해 밴드의 라인업을 완성했다. 이렇게 각기 다른 팀에서 활동하던 멤버들이 모였다는 의미로,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에서 영감을 받아 ‘외인부대’라고 이름을 했다고 한다.      


‘줄리’는 이들의 1집 앨범 타이틀곡으로 작사는 기타리스트인 이지웅, 작곡은 이지웅과 임재범이 함께 했다.


임재범 씨의 20대 때 목소리와 밴드의 훌륭한 연주가 함께 어우러져 뮤지션들에게 명곡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가수 윤도현이 이 곡을 들으면서 가수 데뷔를 꿈꿨다고 했을 정도라고 한다.       


가사를 보면


“오 쥴리

아름다운 모습이 밤마다 여울져

내 마음에 비추고

쥴리 설레는 마음에 오늘도

이 밤을 지새워가네

Oh I need you, Julie, Oh I love you, Julie”      


무엇보다 임재범 씨의 가창력이 돋보이는 곡이기도 하다.


그의 동영상에 달린 재밌는 댓글을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나이 들어서 멋있으려면 젊을 때 잘 생기면 된다”.


아마도 그의 나이 든 모습도 좋아하는 팬심이 담긴 댓글이리라. 외람되지만(?) 외모뿐 아니라 내면도 이븐하게 익어가시는(ㅎ) 가수 임재범 씨를 나도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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