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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씨, 글 쓰고 계시네요

쇼핑몰에서 에세이를 쓴다는 것

by 꼬르륵

지난 9월, G메일로 반가운 제안이 왔다. 굿웨어몰이라는 쇼핑 플랫폼에서 3040 여성을 대상으로 매거진을 발행하는데, 그 안에 내 글을 싣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사실 그동안 브런치를 통해 연재 제안을 여러 차례 받았다. 한 번은 정치색이 짙은 일간지에서 '요즘 며느리와 요즘 시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써달라는 제안이 왔다. 마침 시어머니와 한 집에 살면서 연년생 남매를 키우느라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상태에서 쓴 '조금 예민한 며느리입니다'가 브런치 메인에 랭킹 3위로 떡 하니 올라와 있을 때였다.


연재는커녕, 혹시 시댁 사람 중에 브런치를 하는 이가 있어 내 글을 읽고 "아니, 이거 이모네(또는 고모네) 그 며느리 아냐?"라고 할까 봐 불안 불안하던 때였다. 꽤 높은 금액에도 불구하고 제안을 거절했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고생하시는 어머니를 보고 있자니 차마 연재까지 해가며 시어머니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고 싶지 않았다. 아무리 우아하고 고상하게 마무리하려 해도 어차피 그 글은 뒷담화에 가까웠다. 심지어 나는 예상치 못했던 댓글과 조회수에 지레 놀라 그 글을 작가 서랍에 쑤셔 넣기까지 했다. (그래서 그 글은 현재 비공개 상태다.)


폭발적인 조회수로 브런치에서 '크리에이터' 배지까지 받았는데, 정작 배지를 받게 한 글은 감춰놓고 배지를 달고 있자니 뭔가 먹튀한 기분이다. 하지만 어쨌든 상당 기간 많은 공감을 받았으니 나는 크리에이티브하긴 한 것 같다며 정신승리를 하고 있다.


그렇게 돈을 받고 글을 쓰는 제안을 거절한 후, 주로 무료로 글을 쓰고 인터뷰를 했다. 그러다 KBS 라디오에서 워킹맘의 목소리를 담고 싶다며 인터뷰 제안이 왔다. 출연료를 보며 '아, 우리 회사(tbs FM)가 출연료를 적게 주는 건 아니었구나...' 하며 시세 파악을 할 수 있었던 것에 의미를 두기도 했다.


쇼핑몰에서 에세이를 쓴다는 것

돌고 돌아 다시 이야기를 하자면, 이번에는 굿웨어몰과 계약서라는 것을 쓰고 이름도 거창한 '콘텐츠 협업'이라는 것을 하게 됐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재밌다.

일단 쇼핑 플랫폼에서 에세이를 상당히 비중 있게 실어주는 것도 신선했고, 굿웨어몰 측에서 내 글 아래에 내 에피소드와 관련된 쇼핑 리스트를 자연스럽게 전시해 뒀는데 꽤 자연스럽고 혹(?)하는 것이었다. 나조차도 사고 싶었으니까.

아쉬운 게 있다면 기사나 브런치처럼 '좋아요'나 '댓글'을 달 수 없어서 내 글을 읽은 사람들의 반응을 볼 수 없다는 것. 그래도 떡 하니 걸려있는 나의 사진과 나의 글을 보니 미지근해졌던 작필의 욕구가 다시 샘솟기 시작했다.

마감 시한도 널널했다. 한 달에 두 개의 에피소드만 넘기면 됐다. 하지만 미루고 미루다 보면 달랑 두 개의 글도 '두 개나' 써야 되는 날이 되어 돌아오곤 했다.


엄마씨의 탄생

그날도 미루고 미루다가 엄마들이 힘든 날, 엄마들의 체력 관리를 주제로 글을 쓰고 있었다. 아이들이 잘 수 있게 취침 모드로 침실에 가습기도 켜주고, 별 조명등도 운치 있게 켜주고, 나는 거실에 앉아 노트북 앞에서 머리카락을 이쪽으로 넘겼다가 저쪽으로 넘겼다가 창작의 고통을 유난스럽게 티 내고 있었다.

그런데 첫째 아이가 빼꼼 고개를 내밀고는 슬금슬금 걸어 나와 내 옆자리에 앉았다.

"왜, 빨리 자야지."

내가 말하자 "엄마가 안 오니까 그러지." 첫째가 볼멘소리를 했다.

나는 안 되겠다 싶어 "엄마가 이걸 써야 너 장난감도 사주고, 먹고 싶은 간식도 사주는 거야. 진짜 찍히는 카메라 갖고 싶다며?"

나의 말에 첫째의 눈이 반짝거렸다.

"진짜? 나 카메라 사줄 거야?"

"어. 그런데 엄마가 일할 수 있게 도와줘야 돼. 엄마가 글을 써야 돈이 나와."

그러자 첫째가 존중과 배려의 마음을 한껏 담아 내게 말했다.

"알았어. 엄마씨."

언제부터인가 첫째는 내가 불러도 대답이 없거나 말을 들어야 될 것 같을 때 내게 "씨"를 붙여 말하기 시작했다. 우리 첫째 딸의 나이는 여섯 살이다. 나는 그 존칭의 등장에 피식 웃었지만 반응할 겨를은 없었고, 아이는 다시 침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엄마씨는 다음 날 기한에 맞게 굿웨어몰에 글을 넘겼다.


글이 돈이 되는 일

글을 넘겨야 돈을 받는 연재 생활. 이것도 참 재미있는 일인 것 같다. 그리고 내 글이 돈을 받고 넘길 만한 재미가 된다는 것에 상전벽해, 일취월장, 유아독존... 뭐 우쭐하기도 하고, 아직 부끄럽기도 하고, 다양한 감정이 든다. 아마도 그런 기분은 돈이 나와서 애 장난감을 사주면 더 하겠지.


굿웨어몰에 연재 중인 글이 궁금하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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