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민박을 한다. 강원도 고성 쪽인데 3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하고 있다. 그만큼 오래되었지만 방은 깔끔하고 요리를 할 수 있는 식기구들이 준비되어 있다. 바닷가와의 거리도 걸어서 5분도 안 되는 거리에 위치해 있다. 도로와 떨어져 있어서 조용하고 마당에서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다. 민박을 운영하다 보면 다양한 유형의 손님들을 맞이한다. 부부, 커플, 어린아이와 함께 온 가족, 강아지와 여행 온 손님, 친구 등이 있다. 비수기에는 혼자 여행을 오는 분들도 있다.
요즘은 겉모습만 봐서는 나이를 가늠하기 어렵지만 대략 30대 중 반쯤 되어 보이는 부부와 5~6살 정도로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민박을 왔다. 나도 아이였던 때가 있었지만 조그마한 키에 작은 손과 발, 올망졸망한 눈코입 어린아이는 정말 귀엽고 사랑스럽다. 거기다 말은 또 어쩜 조잘조잘 잘도 하는지.
사람을 많이 만나다 보면 작은 행동이나 말투에 그 사람의 인품이 느껴질 때가 있다. 아무리 자기 방이 아니라고 하지만 에어컨, 전등 등을 다 켜놓고 가는 사람도 있고 깔끔하게 이불정돈까지 해놓고 가는 손님도 있다. 사람의 성격을 한 번만 봐서 파악하기 어렵지만 처음 만나 인사를 나누고 방 안내를 할 때의 표정이나 말투를 보면 방을 어떻게 쓰고 갈지가 가늠이 간다.
아이를 보면 부부가 어떤지도 보이는 경우가 있다. 아이에게 부모는 세상과 다름없다. 부모가 다른 사람을 대하는 방식을 그대로 보고 배운다. 오늘 만난 아이는 수줍음이 많아 보였는데 이내 적응을 했는지 조잘조잘 이야기를 잘하는 아이였다. 방안내를 할 때 간단한 안내사항을 주의 깊게 들으며 문의할 부분에 대해 정확히 문의했다. 현관 방충망을 닫아야 하는 것을 알고 나서는 아이에게도 그대로 설명해 주었고 아이는 야무지게 문을 열고 닫을 때마다 방충망을 잘 닫았다. 오가며 마주칠 일이 생기면 서로 가벼운 인사를 했다.
마당에서 고기 구워 먹을 준비를 하는 동안 아이도 분주하게 움직였다. 아이는 마당을 가로질러가며 뛰어가며 소리쳤다.
"제 도움이 필요하시면 말씀해 주세요~!"
명랑한 목소리로 외치며 본인이 할 일이 있는지를 확인했다.
아직 어린아이인데도 부모님을 도우려는 모습이 귀엽고 기특했다.
"언제든지 도울 준비가 되어있으니까요. 저는, 말만 해주세요."
든든한 아이의 말에 엄마가 이야기했다.
"그럼 이것 좀 방에다 두고 와줄래?"
엄마의 부탁에 아이는 신이 나서 물건을 들고 방으로 뛰어갔다.
아이 덕분에 나도 빙그레 미소 지을 수 있었던 하루였다. 아이들은 잘 지치지 않고 언제나 새로운 활동거리를 찾는다. 아이에게는 일상생활이 놀이이다. 바다에서 신나게 놀고 와 엄마, 아빠가 해주신 저녁을 든든히 먹고 푹 잘 자고 이곳에서 좋은 추억을 안고 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