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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gnes Nov 11. 2024

우연

그리움 일기

어떤 그리움은

주최가 안 되어서

엉뚱한 생각을

자꾸만 하게 되네.


먼저 세상 떠난

엄마 언니 오빠

수도 가족 친지들이

너무 보고 싶을 때는

꿈속에서만 말고

실제로도 며칠

이승에 와서

잠시 머물다가

다시 돌아가면 안 되나

그런 생각을 하고


내가 저쪽 세상으로

잠시 방문했다

되돌아오는 그런 방법은 없을까

궁리하고 궁리해도

답은 없지만


말이 안 되는

이 엉뚱한 생각만으로도

나에겐 위로가 되는

이런 마음을

어찌 설명하면 좋을지?


암튼

기도만으로는

해결이 안 되는

이 그리움을


나는 죽을 때까진

그대로 안고 살아야겠지?

(이해인 수녀님의 햇빛 일기 중, '그리움 일기')


우연히 들러본 아차산숲도서관.

우연히 펼쳐든 이해인 수녀님의 시집.

사람 수세기 하듯

그냥 펼쳐든 페이지의 시.

때마침 사별이야기.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

'소름' 아니고 '소오름'.

보이지 않지만,

무언가 없을 것 같지만,

무언가 있다는 확신이 드는,

그런 우연,

그리고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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