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교과전담교사로 살아남기
교육심리학적으로 살펴보는 시험
대학원생인 나도 시험은 싫다. 학부 때처럼 시험이 성적이 철저하게 상대평가로 매겨져 학점으로 남는 것도 아닌데 시험이라는 말이 주는 스트레스는 여전하다. 하지만 알고 있다. 부끄럽지만 시험이 없다면, 내가 지금처럼 그때그때 열심히 공부하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을. 내가 공부하고 싶어서 대학원에 진학해 놓고서도 이런데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의무 교육을 받고 있는 이 아이들의 마음이야 말해서 무엇할까? 그래서 아이들에게 수업 시간이 흘러가버리지 않고 마음과 머리에 한 가지라도 남겼으면 하는 바람으로 시험을 주기적으로 치르게 하고 있다. 구식으로 단어 시험도 치고, 수행 평가계획에 따른 수행평가도 치른다. 평가, 퀴즈, 점검 등 다양한 이름으로 바꿔서 무게감을 덜어주려고 노력했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그래서 그냥 시험이라고 말한다.
학습 방법으로서 시험, 전방효과와 후방효과
앞서 말했듯 내가 쓰고 있는 시험은 그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는 학습 방법 중 하나다. 최근 효과적인 학습법으로 시험 효과의 활용이 제안되었고, 이에 대한 연구도 많다. 평생 교육의 관점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input만 계속 늘리기보다는 output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제안하는데, 같은 맥락이다. 즉, 여기서 말하는 시험이란 인출연습과 동의어다. 교육심리학적으로 시험은 앞에서 배운 내용에 대한 학습을 증진할 수 있는데 이것을 시험의 후방효과라고 한다. 이와 달리 시험이 앞으로 배울 내용에 대한 학습을 촉진시키는 것을 시험의 전방효과라고 한다. 앞선 학습 내용에 대한 기억을 강화한다는 후방효과는 당연하게 느껴지는데, 신선하게 느낀 부분은 시험의 전방효과였다.
시험의 전방 효과는 시험 전 후로 학습이 이루어짐을 전제한다. 두 번째 학습에 어떻게 도움을 준다는 것일까? 시험이 두 가지 학습 내용의 맥락을 분리하고, 서로 헷갈리는 것을 예방한다는 것이다(Bauml&Kliegl, 2013; Szpunar et al., 2007, 2008). 간단한 영어 시험을 예로 들어보자. Month를 나타내는 영어 단어 시험을 치게 되면 August 8월 단어에서 초반 A 또는 U를 생략하는 오류를 저지르기 쉽다. 이 오류에 대해서 아무리 교사가 미리 언급을 하더라도, 인지하기 어렵다. 시험, 즉 인출을 해 봄으로써 진짜 헷갈린다는 것을 경험하고 다음에 AU로 시작하는 단어 (예: audience)를 익힐 때 참고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외에도 시험이 이후에 어떻게 학습할지 그 전략을 세우는 데 영향을 미치고 (Pastotter et al., 2011; Wissman et al., 2011) 주의를 향상한다는(Jing, Szpunar, & Schacter, 2016; Szpunar et al., 2013) 연구결과도 있다.
시험, 더 중요한 것
이와 같은 연구 결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세 가지다. 첫째, 학생들에게 시험이 학습 방법으로서 가지는 효과에 대해 알려줄 필요가 있다. 시험이라는 존재가 너무 당연해서 왜 쳐야 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볼 기회가 잘 주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시험은 말 그대로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아이들이 더 잘 학습하기 위해서 시험을 친다는 것을 충분히 여러 차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이해한다면 시험 불안에 휩싸이기보다는 시험을 능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둘째, 인출 연습을 최대한 다양한 형태로 제공하자. 나의 경우, 수업 시간 끝나고 한 줄로 서서 배운 것 중에 한 가지를 말하거나 내가 내는 아주 간단한 퀴즈를 풀며 교실로 돌아간다. 이 역시 인출 연습의 한 예이다. 세네 시간 연속 month를 나타내는 표현에 대해서 수업을 하지만 매 시간 마칠 때 내 물음에 쉽게 답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만난다. 그들에게는 여전히 인출연습이 더 필요한 것이다. 셋째, 누구나 작은 성취감과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기회로 삼는다. 시험을 그냥 치고 끝~ 이러면 아직 동기가 덜 부여된 학생들은 그냥 시간을 때우고 말아 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무엇이 부족한지에 대해 짧게 같이 이야기 나누고 일정 수준을 도달하지 못한 경우 다시 한번 테스트를 보도록 한다. (아이들이 너무나 싫어하는 재시험) 그리고 이때는 저번 시험보다 2~3개 더 맞춘다 정도의 달성 가능한 수준의 목표를 제시해서 작은 성취감을 맛보도록 한다.
여기까지가 시험 자주 치는 영어 전담 선생님의 변명이었다. 교육심리전공으로 대학원 수업을 들으면서 습관적으로 해왔던 교육적 행위를 교육심리학적 배경을 찾아보고 더 나은 방향을 탐구해 보는 재미가 있다. 특히 시험은 아이들에게 학습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를 유발한다는 죄명으로 초등에서는 그 비중과 중요성이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많은 연구결과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시험을 교육심리학적으로 연구한 내용을 살펴보고, 현실 교육에 적용할 부분을 찾아보는 것은 더더욱 의미 있고 필요한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