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교과 전담교사로 살아남기
초등 교과 전담교사로 살아남기
전담 교사를 하면서 역설적으로 담임교사의 책임이 얼마나 많았는지 다시금 깨닫게 된다. 생활 지도라는 명목으로 학생의 모든 일거수일투족이 담임교사의 책임이다 보니, 아이들이 있는 시간 동안은 초긴장 상태였다는 걸 이제야 느낀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의 문제 행동 예방에 온 에너지를 쏟는 듯하달까. 교실에서 조금만 동작이 크다 싶으면 경고에 들어가는 내 마음은 편치 않았다. 그리고 일일이 모든 사건을 부모님께 말씀드리지는 않지만, 한 가지 사건이 크게 발생하면 연관된 일들도 같이 꼭 뒤끝 있는 사람처럼 쌓아뒀다가 말씀드리게 되는 일도 피하고 싶지만 종종 발생하곤 했다. 이랬던 담임교사 시절과 달리, 전담 교사를 하면서 아이들이 새롭게 보이고, 내가 좀 다르게 아이들을 대한다 싶은 면들이 있는데 그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자 한다.
전담 교사를 하다 보니 한 아이에 대해 파악하는 정도가 담임교사에 비해서는 얕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만큼 그 아이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도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이의 행동이나 말을 그 자체로 보게 되고, 장점은 장점대로 부족한 점은 부족한 점대로 보인다. 그래서 아이에게 더 솔직하고 객관적으로 특정 부분에 대한 피드백을 해줄 수 있다. 평소에 그 아이가 얼마나 자주 숙제를 안 해오는지 등을 모르기 때문에 '리코더 연습'에 대해서만 피드백을 준다. 10번 더 연습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그것만 확인하는 게 가능하다.
현재 6학년 영어와 음악을 가르치다 보니 일주일에 1시간씩은 만나고 있긴 하지만 하루 6교시에서 1교시는 크지 않은 부분을 차지한다. 종이 치면 아이들은 교실로 돌아가고 그 시간을 지켜야 한다. 그러다 보니, 한정된 시간을 최대한 의미 있게 보내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마음이 크다. 그래서 차시별 수업을 더 밀도 있게, 체계적으로 구성하게 된다. 제한이 있는 곳에서 창의성이 나온다고 했던가. 시간이 모자란다고 다음 시간에 이어서 마무리할 수 없고, 다른 반들과 진도가 차이가 나버린다. 시간을 적절히 활용하면서도 교육적 효과가 높은 놀이나 활동에 대한 고민과 탐구가 깊어진다.
특정 반의 한 아이가 지속적으로 수업 방해 행동을 한다. 음악 시간, 영어 시간 할 것 없이 계속 팝송을 크게 부르며 주의를 깨트리는 것이다. 다른 전담 교사 시간에도 그런다고 ㅎㅎ 그런 경우, 그 아이와 하루종일 같이 수업을 해야 한다면 힘들겠지만 1시간을 잘 다독여 보내고 나면 또 수업 분위기가 좋은 반 시간이 돌아온다. 해당 아이에게 "노래를 잘 부르는구나. 쉬는 시간에 선생님 앞에서 따로 보여줘."라고 좋게 말할 마음의 여유가 있다.
자신의 생각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곤 한다. 물어보니 담임 선생님 시간에는 그러지 않는다고 한다. 그만큼 전담 시간에는 아이들이 비교적 해방감을 느끼고, 학교 규칙에 얽매어 있던 자기 자신을 풀어헤치는 것 같다. 그런 만큼 아이들의 학교 생활에 대한 불만, 반감도 거리낌 없이 드러낸다. "~선생님이 불공평하게 했어요. " "우리 학교에는 왜 ~ 해요?" 등등. 거기에 동조하거나 맞장구치지는 않고, 그냥 '그런 일이 있었구나' 정도로 대꾸하는 편이지만 아이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좀 더 가까이서 보고 느낄 수 있다. 확실히 6학년이 되면서 자아가 강해지고, 어떤 부분은 납득하지 못하고 이런 식으로는 수용하는구나 하는 걸 알 수 있다. 그리고 담임이 된다면 이런 점을 고려해서 학급운영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전담을 하면서 다양한 아이들의 군집과 학급을 하나의 집단으로 보게 되어, 학급 분위기를 좌우하는 여러 가지 요소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무엇보다 내가 조금 더 여유 있게 아이들을 보고 대할 수 있어 기쁘다. 많은 선생님들이 전담 교사의 경험을 하면서 학급 그리고 학생을 다른 측면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