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교과전담교사로 살아남기
6월, 일 년의 딱 반이 지날락 말락 한다. 날씨가 점점 뜨거워지고 연초에 새해 다짐을 세울 때와는 다르게 이제는 매일이 익숙하고 새롭지 않은 듯한 느낌이 든다. 학교 생활도 비슷. 반을 바꿔가며 수업하던 긴장도가 이제는 조금 낮아졌고, 단원별 수업 흐름도 원어민과의 코티칭 스타일도 조금씩 맞춰져 가서 많이 편해졌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내가 언제 숙제를 내는지, 언제 평가를 하는지, 어떤 것을 칭찬하고 혼내는지 자연스럽게 습득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빠짝 차려야 한다. 적지 않은 10년 간의 교직 경험으로 미루어봤을 때, 이 시기가 가장 위험하다.
먼저 교사의 입장에서 아이들이 편해지다 보니 말이 많아지거나 혹은 잘 다듬어지지 못한 상태로 나오기 쉽다. 좋게 말하면 훈육의 말, 아이들의 표현으로는 잔소리가 많아지면 실언도 섞인다. 어제 있었던 일이다. 6학년 아이들이 교실에 들어오자마자 장난쳐서 자리를 교체했다. "아~~ 왜 저만" 구시렁거리는 아이의 볼멘소리를 뒤로하고 지난 시간 결석한 아이 따로 말하기 시험 안내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난리가 난 것이다. 내 말소리가 1:1로 전달되지 않을 정도로 소란스러웠다. 그래서 결국에는 전체를 엎드리게 하고, 잔소리가 길어졌다. 1학기 안에 단체가 엎드리고 수업 시작 제대로 못하는 반은 이 반이 처음이라고 굳이 할 필요 없는 말을 해버렸다. 상대적 비교를 통한 칭찬도 썩 교육적이지 않은데 상대적 비교를 통한 훈육이라니, 교육심리를 배우고 있는 교사가 맞나? 마음이 영 찜찜했다. 수업 준비도 학기 초에는 영어가 헛 나올까 봐, 더듬더듬할까 봐 수업 시나리오를 써보고 또 연습해보고 했다. 그런데 요즘은? 대략적인 수업 흐름 계획, 자료 준비하고 바로 실전이다. 수업은 당연히 학기 초보다 잘 흘러가지만 정제된 표현의 사용 비중은 낮아졌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학급 친구들의 스타일을 완전히 파악하여 낯선 친구를 조심스럽게 대하는 모습은 없어진다. 친한 친구들에게는 너무 심하게 몸으로 친근함을 표현하다가 싸움, 학교 폭력이 발생하기 쉽다. 실제로 다치는 사건 사고가 여름방학 전 6,7월에 많이 발생한다. 친구들을 놀리거나 장난치는 말도 계속 쓰다가 당하는 친구가 폭발하기도 한다. 그리고 엄격한 교사인지 그냥 넘어가는 교사인지 파악하여 그에 맞게 행동하는 모습이 더 많아진다. 이때쯤 특히 '그럴 수 있지' 하며 예외를 계속 허용하면 이 분위기가 더 극단적으로 흘러가며 여름방학까지 쭈욱 간다.
그래서 6월이 중요하다.
이번주는 또 현충일에 재량휴업일까지 황금연휴까지 앞두고 있으니 아이들이 더 들떠있다. 교사가 흐트러지면서 학생도 흐트러지는 걸까? 아니면 반대 방향일까? 아니, 둘 다일수도 있다. 나부터 익숙함을 핑계로 수업이나 생활 지도에 있어 계속 타협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본다. 다시 한번 수업 약속 또는 학급 생활 약속을 점검하고 인지할 때다. 학기 첫날 오리엔테이션했던 수업 약속을 다시 확인해 본다. 수업 시간에 지켜야 할 세 가지를 손 들고 말하기, 모두에게 예의 바르게, 자리 정리하기로 안내했는데 세 가지 다 일관되게 지도하지 못했던 것을 반성한다. 특히 요즈음. 다음 주 휴가가 끝나고 오면 수업 약속을 다시 한번 이야기하고 또 칠판 옆에 게시한 후 매 시간 잘 지켰는지 자가 점검하는 시간을 마치기 직전에 가지려고 한다. 아이들에게 상기시키는 것이기도 하지만 나 자신에게 상기시키기 위함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