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심덕 | 교육심리덕후 교사
학생들이 사탕을 쭉쭉 빨며 교실로 들어온다.
어, 이게 맞나?
당황스러워서 다른 대처가 생각나지 않았고 "얼른 씹어먹고 막대기 버리고 오세요"라고 말했다. 그런데 다음 시간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내 마음속에서 무언가 올라왔다. 결국 참지 못하고 왜 수업 시간에 사탕을 먹으면 안 되는지 길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사탕을 먹다가 친구와 부딪힐 경우 다칠 수 있고, 수업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부터, 수업 중에 음식을 먹는 건 선생님과 다른 학생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말까지 늘어놓았다. 훈육 방법은 길게 말하기보다는 짧고 강하게 전달하는 것이 효과적인데 1차 실패. 그리고 수업이 끝난 후 내 훈육 내용은 적절하였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내가 너무 꼰대일까?
처음 교직생활할 때 나는 친근한 교사가 되고 싶었다. 실제로 첫 담임 때 내가 24살이고, 당시 우리 반 아이들이 12살이었으니 겨우 12살 차이였다. 돌아보니 나이 차 많이 나는 언니 누나 정도였다. 아이들에게 편하게 말을 했고, 행동했고 아이들 역시 그랬다. 아이들은 수업 시간에 배우는 내용과 상관없이 하고 싶은 말을 이어했고 수업 시간에 자유롭게 화장실을 오가는 것도 허용했더니 우르르 화장실을 왔다 갔다 하곤 했다. 아이들의 말을 잘 들어주고 믿어줘야 좋은, 친절한 선생님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몇 년 담임 생활을 했다. 아이들이 나를 너무 편하게 생각하는 나머지 친구나 가정에서 할 법한 행동과 말을 아무렇지 않게 했다. 예를 들어, "이거 안 하면 안 돼요?"라는 질문은 아주 흔하고, 수업시간에 나눠준 학습지를 찢거나 낙서로 함부로 다루는 모습도 종종 일어났다. 어느 순간, 내가 교사로서의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 같았고 '이건 좀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떻게 이 상황을 바로잡아야 할지 막막했다.
그때부터 나는 아이들과 적절한 거리를 두려는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 약간은 단호한 선생님이 되려고 했던 것 같다. 아이들과 함께 규칙을 세우기 전에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수업시간 약속을 먼저 제시하고 공유했다. 다른 아이들이 불공평하다고 느끼거나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요구는 거절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예전보다 더 많은 잔소리를 하게 되었고, 아이들에게 조금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게 되었다. 아이들도 나를 다르게 보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처음엔 친근했던 선생님이 이제는 '잔소리 많은' 선생님이 되어가고 있었다.
혹시 내가 너무 꼰대가 된 건 아닐까? 고민할 때도 있어왔고 여전히 있다. 하지만 교직 생활을 하면서 강하게 느낀 것은 교사는 학생들에게 적절한 방향을 안내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무질서하게 행동할 수 있고, 이는 쉬는 시간의 무질서로 이어지고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또 학습에 의욕이 있는 혹은 주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 대다수의 학생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나는 여전히 친근한 교사가 되고 싶지만, 동시에 학생들이 나를 존중하고, 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도 느낀다. 그러기 위해 때로는 엄격한 기준을 세워야 하고, 그 과정에서 잔소리를 하게 되는 것도 피할 수 없다.
그래서 내가 꼰대 교사가 되어가고 있는 것일까? 어쩌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좋은 선생님처럼 보이기보다 하나라도 학생의 행동 하나라도 좋은 쪽으로 변화하는 데 도움 주고 싶다. 더 중요한 것은 잔소리하는 내용을 교사인 내가 실천하는 모습을 솔선수범해야 하고, 아이들이 이해하도록 설명하는 것이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칭찬과 격려를 통해 좋은 행동이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내가 어떤 교사가 되어야 할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학생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할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