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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터릴리 Sep 06. 2024

교실 속 행운 활용법

교심덕 | 교육심리덕후 교사 

  매일 아침 신문에서 '오늘의 운세'를 확인하는 것이 나의 작은 일과다. 좋은 운세가 나오면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하고, 나쁜 운세가 나오면 조금 긴장하며 하루를 준비하곤 한다. 물론 나처럼 운세에 크게 의존하지는 않더라도, 한 번쯤 복권을 사며 행운을 기대해 본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들에게도 '운'에 따라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 과연 긍정적일까, 부정적일까? 오늘은 교실에서 내가 '운'을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교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학습 놀이 중에는 골든벨처럼 학생들의 실력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는 활동도 있다. 물론, 이 경우에도 아는 문제가 나올 확률이라는 '운'이 관여할 수 있지만 말이다. 그러나 내가 선호하는 학습 놀이는 실력 60, 운 40의 비율을 유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자주 사용하는 영어 단어 빙고는 매우 간단하다. 새롭게 배운 단어들을 3x3 표에 채워 넣고, 친구가 부르는 단어를 지워가다가 세 줄을 지우면 "빙고!"를 외치는 것이다. 이 놀이는 영어 단어를 읽고 쓸 수 있는 기본적인 능력만 있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승패를 좌우하는 것은 결국 '운'이다. 그렇다면 왜 나는 수업 시간에 실력보다는 '운'이 강조되는 놀이를 활용하는 것일까?



수업은 학습 능력을 기르는 공동의 목표를 지니고 있지만, 아이들의 현재 학습 능력은 매우 다양하다. 만약 실력만으로 승패가 결정되는 놀이를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실력이 뛰어난 아이들은 계속해서 좋은 결과를 내며 흥미와 자신감이 더욱 높아질 것이다. 반면, 실력이 아직 부족한 아이들은 금방 흥미를 잃고 놀이에 참여하기 꺼려질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 '운'이라는 요소를 더하면 어떨까? 실력이 낮더라도 일정 수준의 능력만 있다면 누구나 승리할 가능성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모든 학생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놀이가 된다.

운이라는 요소는 또한 학생들 사이의 경쟁을 부드럽게 만들어 준다. 실력만으로 승패가 갈리면 학생들은 긴장하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기 쉽다. 하지만 운이 포함된 활동에서는 학생들이 실패하더라도 쉽게 좌절하지 않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 특히 학습의 초기 단계에 있는 학생들에게 이러한 경험은 회복탄력성, 즉 실패 후에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



물론, 운에 의존하는 활동이 반복되면

학생들은 학습의 필요성을 과소평가할 위험이 있다. 모든 것이 '운이 좋았어' 혹은 '운이 나빴어'라는 말로 설명된다면, 성공과 실패의 원인을 외부에 돌리기 쉽고, 노력의 중요성도 잊기 쉽다. 따라서 교실에서의 활동이 단순한 놀이를 넘어서, 학습의 의미를 되새기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빙고 게임을 할 때 영어 단어의 첫 글자와 뜻만 제시한 후 단어를 맞추는 식으로 규칙을 바꿔보자. 또 두 번의 빙고 게임을 통해 자신의 발전을 느낄 수 있게 할 수도 있다. 게임이 끝난 후 친구들이 많이 쓴 단어를 함께 복습하거나, 해당 단어로 문장을 만들어보는 활동도 학습의 의미를 더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발달심리학적으로 볼 때, 사람은 나이에 따라 '운'이라는 개념을 다르게 이해한다는 것이다. 유아기 아이들은 운을 마치 마법이나 초자연적인 힘으로 여길 수 있지만, 초등학교 시기가 되면 운을 더 현실적으로 이해하고 확률의 문제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수업 활동에서 운이 좌우하는 부분도 결국 확률과 연관이 있다. 예를 들어, 빙고 게임에서 아이들이 쉽게 쓸 수 있는 짧은 단어들을 고르는 것도 일종의 확률적 사고의 예다. 이는 앞으로의 삶에서 생존 전략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




우리의 실제 삶이 항상 원인과 결과만으로 설명되지 않듯, 성공과 실패, 혹은 예기치 못한 사건들 중 많은 것이 운에 영향을 받는다. 운을 단순히 요행을 바라는 것으로 치부하지 않고, 나에게 유리한 상황을 고민하는 기회로 활용하도록 안내하는 게 어떨까. 동시에 운에 100% 의지하기보다는 나의 능력을 키우는 것과 운을 높이는 행동을 함께 고려한다면 학생들뿐 아니라 우리 모두 더 나은 선택을 하고 발전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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