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워터릴리 Jul 25. 2024

방학 과제 내는 교사의 심경

교심덕 | 교육심리덕후 교사 

  오늘은 6학년 영어교과 1학기 마지막 수업날이었다. 며칠 전부터 방학 과제를 낼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다가 내기로 결정했다. 수업 시작하면서 학습 활동으로 1) 프로젝트 발표 마무리 2) 방학 안내 3) 1학기 복습 퀴즈로 안내했더니, 6년의 학교 생활 경험으로 눈치가 상당히 높은 아이들은 벌써 눈치를 채고선, 


"샘, 영어 방학 숙제 있어요? 아~~~ "


하며 탄성을 낸다. 


  이런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심지어 이렇게 숙제를 내도 안 할 아이들이 많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다. 요즘에는 방학 과제에 대한 상도 없고, 안 해온다고 혼나는 것도 없다 보니 아이들은 방학 과제를 굳이 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 같다. 담임 선생님이 내주는 방학 과제도 해오는 아이들만 열심히 해온다. 그러니 교과의 숙제는 더 무관심일 수밖에. 과목불문 보충학습과 다양한 체험 즉, 방학 과제가 필요한 학생들은 안 하고 충분히 잘했던 친구들은 보충을 넘어 심화까지 마스터하고 온다. 여하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교과전담 생활 과감하게 방학 과제를 내기로 결심한 이유는 


1명이라도 방학 숙제 덕분에(?) 영어 학습을
5분이라도 더 할 수 있다면 


  숙제를 대하는 학생들의 유형이 있다. 숙제의 고통을 약간 즐기며 자기 발전의 계기로 삼는 1 유형,  툴툴거리지만 숙제라서 하는 2 유형, 할 것 같은 눈빛으로 끄덕이지만 안 해오는 3 유형, 어차피 안 할 건데 하는 표정으로 안 해오는 4 유형. 1 유형에서 4 유형으로 갈수록 그 수는 많아지는 경향이... 있다. 예전에는 숙제를 안 해오는 아이들이 있으면 내가 괜히 스트레스를 받고 그랬다. 그래서 숙제를 안 냈던 시기도 있다. 하지만 어떻게든 해오는 1,2 유형 아이들에게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그들에게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했다. 1명이라도 방학 숙제가 있어서 덕분에 영어 공부를 5분이라도 더 한다면 교사로서 숙제를 내줘야 할 필요성은 충분하다.




 숙제를 내주기 전에 자신의 영어 능력을 자가 점검하도록 했다. 메타 인지를 발휘해 자신의 영어 능력을 객관적으로 돌아보며 방학 과제의 필요성을 스스로 납득할 수 있기를 바랐다. 이어  3가지 학습 방법을 안내했다. 

(참고 : AI 펭톡은 EBS가 개발하여 제공하는 AI 영어학습 프로그램으로 영어 수업 및 자기주도학습에 활용가능)


첫 번째, 1학기 동안 영어 수업시간에 단어 읽고 쓰기가 어려웠다 

→ AI 펭톡에서 파닉스 학습을 한다. 


두 번째, 1학기 영어 교과서 내용 복습하고 싶다.

→AI 펭톡에서 1학기 영어 교과서 해당 내용 골라 학습한다. 


세 번째, 더 심화된 영어 공부를 하고 싶다. 

→ [EBS English - 펀리딩 - 도서]에서 원하는 영어책 골라서 듣고 읽는다.  ※ 비회원 이용 가능


AI 펭톡 앱 화면 /뉴스1DB ⓒ News1

  

  여기서 방학 과제를 학생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건 아주 중요하다. 교육심리학을 공부하기 전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과제를 일방적으로 제시하곤 했다. 하지만 교육심리학적으로 학습에 대한 내적 동기가 발휘되기 위해서는 자율성이라는 욕구가 충족되어야 하고, 제한된 보기라도 '선택'하고 참여하는 행위 자체가 동기와 흥미를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을 여러 연구 결과가 뒷받침한다. 이를 활용해서 이번에는 굉장히 단순하게 영어학습 수준에 맞춰서 과제를 선택하도록 권했다. 나아가 학생들의 개별성을 더 발휘하는 자기주도학습이 이뤄지게 하려면 영어 팝송으로 공부하기, 좋아하는 분야 영어 영상 찾아보기 등 가드너의 다중지능이론에 기반해 더 다양한 학습 방법을 선택지로 제시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방학 동안 학습 현황을 기록하도록 안내했다. 처음에 방학 과제가 있다는 사실에 비명 지르던 것과 달리 방법을 선택하고 할 수 있는 만큼 (최소 5일 이상)  열심히 해보자고 이야기하자 아이들이 그래도 "한번 해볼까?" 하는 눈빛을 보내주었다. 그리고 몇몇 의욕 넘치는 학생은 과제가 마음에 드는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해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데, 사실 처음에는 할 수 있는 만큼 하자고 안내했다. 어느 한 반에서 "최소 몇 번 해야 해요?"라고 물었고 그래서 즉흥적으로 "5일"이라고 말해버렸다. 반마다 다르게 이야기한 게 들통나려나 모르겠다. 이렇게 1학기 영어 마지막 수업이 끝났다. 방학 동안 나도 챗 gpt와 영어 학습 꾸준히 하고, 2학기 영어 수업은 어떻게 디자인할지 고민해 봐야겠다고 숙제를 스스로 내본다. 


작가의 이전글 경제신문 읽는다고 뭐 달라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