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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을여행작가 로지 Aug 09. 2021

제주 여름, 길을 걷다

제주의 매력에 빠지다

제주도는 분명 걷기 좋은 섬이다. 섬 속의 섬 가파도 섬과 우도 섬도 그랬다.


차를 타고 스쳐 지나가서는  섬세한 면을 놓치게 마련이다. 비록 스쳐 지나가는 아름다운 풍경에 "와! 저거 봐!" 탄성은 나오겠지만 세심한 부분까지 발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마을마다 켜켜이 올라간 밭담들 사이로 하얗게 낀 이끼를 바라보며 삶을 간음할 수 있는 감동도 느끼지 못한다. 거기다 돌 하나하나의 쌓임이 다른 사실도 듣지 못할 것이다. 어느 집은 그 밭 담 사이로 다유기 식물을 아기자기하게 틈 속에 박아두었다. 마치 숨은 그림을 찾는 모양새다.


숲으로 들어가면 도시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다양한 식생대를 만날 수 있다. 세찬 바닷바람에 맞고 자란 길 위의 꽃들은 한쪽으로 몰려있다. 물론 커다란 나무들도 옆으로 나란히 사이좋게 뉘어있다. 이런 것들을 차를 타고 지나가면 그저 아름다운 풍경일 뿐이다.


포근하고 설레는 봄이 오면 봄 소리가 들리고, 서늘한 가을이 오면 가을 내음이 난다. 지금 계절인 여름은 짠내음이 풀풀 나는 바다 내음이 가득하다. 푸른 바다가 좋아지는 여름이면 여름 꽃들이 길가에 소식을 알린다.


사람들의 마음을 맑게 하는 색채는 어떤 색일까? 궁금해질 무렵이면 능소화를 떠올린다. 주홍빛이나 살구색 빛에 능소화는 대표적인 여름 꽃이다. 그뿐만 아니라 단정하게 집 대문을 지키며 오시는 손님들에게 강열한 인사를 나눈다.


잔잔한 파도가 치는 구좌읍 세화 해변으로 가다 보면 중산간 도로에, 천년의 숲 비자림이 있다. 느린 걸음으로 비자림 인근 길을 걷다 보면 야성적인 수국 꽃이 길가를 빼곡히 메우는데, 꽃봉우리가 얼마나 커다란지 마치 보름달만 하다.


비자림 숲을 걷다 보면, 맑고 청량한 비자 열매 내음이 코끝을 스친다. 옹기종기 매달려있는 비자 열매는 어찌 보면 올리브 열매와도 비슷하다. 코로나로 유럽을 나가지 못하니 초록열매만 보면 유럽을 그리워하며 대리만족을 하게 된다.


분명 제주는 마음을 맑게 하는 푸르름이 가득하고 여름 색채에 저절로 힐링이 되는 곳이다. 그렇다면 이 여름이 가기 전 어디로 여행을 떠나면 좋을까! 그곳은 단연코 제주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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