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들과 조카가 함께 어울려 놀던 어린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처형이 벌써 환갑을 맞이했다. 처형은 우리 가정에 아낌없이 베풀고, 우리 부부와 함께 여행을 많이 다녔기에 사이가 각별하다. 그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지만, 어른들이 제일 좋아한다는 두둑한 현금다발이 나에겐 없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노래 선물을 만들어 드리기로 했다.
동서 형님이 김여사(자기 부인 = 우리 처형)가 일순위라는 말씀을 하시기에 거기에 힌트를 얻어 작사를 하고, 아내와 산책하던 중에 대충 멜로디가 나오기에 며칠간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다. 다 만들고 나서 보니 생일인데 생일축하곡이 없는 게 아쉬워서 환갑잔칫날 하루 전에 생일축하곡도 만들었다. 노래를 식당에서 틀기 위해 사장님께 미리 양해를 구해 룸을 확보하고, 나는 블루투스 스피커를 준비했다. 잔잔한 발라드풍의 생일축하곡이 먼저 나오고 그다음에 신나는 <일순위> 노래가 나오게끔 순서를 정했다.
만들면서 '노래를 틀었는데 막상 분위기가 썰렁하면 어쩌지'하는 걱정도 들었다. 천하의 유명한 작곡가가 만든 곡도 내 귀에 별로인 경우가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예상외로 환갑잔치에 참석한 가족들이 모두 너무 좋아해 줬다. 특히 동서 형님은 오로지 일 밖에 모르는 스타일인데, 노래에 맞춰 박수를 치고, 어깨를 들썩이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 처형은 나의 각별한 선물에 크게 고마움을 표했다.
잔치에 음악이 있고 없고는 큰 차이가 났다. 큰 스피커로 기성곡을 트는 것보다 직접 만든 곡이 훨씬 값지고 빛이 났다. 피아노 연습은 자주 지루하고 힘들지만, 나의 소소한 재능이 사람들을 잠시나마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나도 무척 기뻤다. 영화 <밀수>의 영화음악을 류승완 감독의 부탁으로 얼떨결에 맡았다는 장기하는 자기도 영화음악이 처음이라 잘 모르는 부분은 찾아가며 배워가며 만든다는 얘기를 했었다. 안예은도 이번 신곡 <잉어왕>을 만드는 과정에서 몰랐던 '일렉트로 스윙'이란 장르를 편곡팀을 통해 알게 됐다는 이야기를 유튜브 영상에서 하더라. 현업에 있는, 인기 있는 뮤지션들도 다 알고 음악을 만드는 게 아니라는 사실에 나는 안도하고 용기를 얻었다.
이번 처형의 환갑잔치는 음악이 내게 '계속해도 되는 가치 있는 일'임을 알려준 귀한 계기였다. 당장 돈은 안되는 일이지만 말이다. 좋은 가을 날씨에 취해 정신없이 밖으로 돌아다녔었는데, 다시 정신 차리고 음악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가 돼 주었다.
음악이든, 글이든 어떤 분야든지 뛰어난 재능이 아니라도 계속하다 보면, 진심으로 그 일을 즐기면서 하다 보면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인정도 받는 순간들이 온다는 믿음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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