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출근을 하고 있다. 선거철이 다가오며 관련 부서로 부름을 받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현 부서 이슈를 잠시 흐린눈 할 수 있으니 좋은 것이지만 다르게 말하면 이전과 다른 업무에 신경써야하니 도긴개긴이다. 이런 것 말고 좋은 점을 떠올리자면 경부고속도로와 강변북로가 막히지 않는다는 점, 임직원은 회사 주차를 무료로 할 수 있다는 점 정도를 언급해보겠다. 참 눈물겨운 직장인이다.
나도 그렇지만 함께 일을 하고 있는 동기와 선후배들은 아주 당연한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일반 직장에 다녔다면 주말에 출근해 일을 하는 건 퇴사를 진지하게 고려할 요인이겠으나 우리에겐 당연하기 때문이다. 매번 달이 바뀌면 휴무에 당연히 쉬는 게 아니라 쉴 수 있는 휴무를 찾고 있으니 말이다. 이번 부름도 연차 뒤 바로 주말에 출근해야 했는데 해탈과 의연이 뒤섞인 모습으로 오늘 새벽 알람에서 깼다 말해두겠다.
학창시절을 돌이켜봤을 때 이런 직장인의 모습은 상상하지 못했었다. 구체적으로 떠올려보진 않았지만 적어도 주말에 당연히 일해야 하는 직업은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기자를 준비할 때도 막연한 생각만 가지고 있었지 누가 현실적인 조건을 곱씹으며 따져보겠는가. 그래서 솔직하게 입직 후 첫해는 썩 좋지는 않았다. 남들 놀 때 놀지 못하고 남들 일할 땐 이미 일하고 있었으니깐. 기렉시트를 하지 않는다면 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깨닫고 나선 쓰라린 마음을 비워내려 애쓰고 있다. 물론 현재까지 그게 잘 되진 않지만.
문득 주말에 혹은 남들이 쉴 때 일해도 행복한 사람은 누굴까 싶었다. 원하는 일을 한다고 해도 신기함과 즐거움은 연속성 앞에 장사 없기 때문에 이같은 감정을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성취가 될 수도 있고 끊임없이 바뀌는 환경과 업무들이 될 수도 있겠지. 이런 걸 배제하고서 내가 이 일을 하고 있단 사실만으로도 감사해하는 출근길은 과연 얻어낼 수 있는 걸까 고민해본다.
그러고보니 벌써 4월이 다가왔다. 올해 3분의 1이 흘러가고 있단 뜻이다. 과연 난 올해가 가기 전 어떤 새로운 결과물을 손에 쥐고 있을까. 일에 대한 고민들을 털어내고 흘러가는 시간들을 좀 더 의미있게 보내기 위한 방법을 찾았을까. 서른에 유학을 떠나고 쉰에 새로운 대학에 입학하는 이들처럼 눈에 보이는 것 말고서 나만 아는 변화라 할지라도 목적성이 분명하다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그런 것 말이다. 어쨌든 이런 고민들을 하며 오늘도 지나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