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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Mar 13. 2024

또 떠나는 선배를 보며

해외를 가면 꼭 신문 가판대 앞을 가본다. 생판 모르지만 마음 속 동료애를 느껴서랄까. Paul 제공

퇴근하고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별안간 휴대전화가 울렸다. 발신인은 지난해 부서를 옮겼던 선배였다. 무슨일인가 싶어 전화를 받으니 "이직한다"는 말씀을 하셨다. 선배는 그 이유로 도전을 한번 더 해볼까 싶어서라고 언급하셨다. 자리가 잡히면 얼굴을 보자던 선배는 "젊을 땐 큰 조직에 있어야 한다. 그리고 50년 동안 여기에 있을 건 아니니까 여러 도전을 해보라"고 조언하셨다.


그동안 정말 고생하셨다 말하고 싶은데 선뜻 입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단지 "많은 의지가 됐는데 선배 떠나시면 어떡하나요"란 말만 반복해서 하고 있을 뿐이었다. 별스런 대화를 나눈 건 아니지만 오고 가는 대화 속 굳이 꺼내지 않았지만 위로와 공감이 공존하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전화를 끊은 뒤 착잡한 마음이 한동안 가시질 않았다. 회사에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선배가 줄어간다는 마음 때문이었다. 그 누구보다 헌신적이면서도 진심을 다해 취재하는 참 기자셨는데. 지난해 부서를 옮기시면서 전화로 내게 피와 살이 되는 조언을 놓치지 않으신 바 있었다. 이제 그 열정적인 모습을 함께 하지도 멀리서 보지도 못한다고 생각하니 씁쓸함이 커져갔다.


존경한다고 말할 수 있는 선배들이 잇따라 업계를 떠나고 있다. 결심 배경은 다양하겠지만 이제는 환경과 상황이 변해 정년까지 현장을 마음껏 누빌 수 없는 현실이 짐을 싸는 공통적 이유가 아닐까 싶다. 선배들 연차에 비하면 아직 갓난아기 수준에 불과하지만 조급해지는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다. 나 역시 정년을 그렸을 때 불투명하고 그렇다면 젊음을 갖고 있는 지금 하루 빨리 변모를 시도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어서다.


사실 마음이 동요되고 있는 큰 이유는 행복하지 않아서다. 어느 순간 일을 생각하면 한숨이 나오고 두려운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우리네 직장인들 모두 같은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꾸역꾸역 살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나만 유별나게 어렵다, 답이 없다 토로하는 건 아니다. 다만 요즘 출퇴근길 위에서 이렇게 사는게 맞는 걸까, 행복할 수 있는데 자신감이 없어 내가 외면하는 건 아닐까하는 고민이 줄지어 든다. 뾰족한 방도를 찾지 못하니 안갯속을 걷는 것 마냥 좀비처럼 오늘 하루를 완수해내고 있다.


동료의 기자페이지가 삭제되면 잠시 어수선할 뿐 다시 언제 그랬냐는 듯 쳇바퀴는 굴러갈 것이다. 이곳을 거친 수많은 동료처럼 이야기를 끄집어내지 않으면 잊혀진 존재가 되는 거다. 선배는 지난 수십년간 기자 생활을 통해 무얼 얻고 어떤 걸 남기셨을까. 남아있는 난 펜대를 굴리며 어디를 바라봐야하고 무슨 가치를 쫓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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