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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Mar 31. 2024

학창시절 상상에 없었던 주말 풍경

우린 목적지를 찾아가고 있을까 아니면 목적지란 표지판을 따라가고 있을까. Paul 제공

주말에 출근을 하고 있다. 선거철이 다가오며 관련 부서로 부름을 받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현 부서 이슈를 잠시 흐린눈 할 수 있으니 좋은 것이지만 다르게 말하면 이전과 다른 업무에 신경써야하니 도긴개긴이다. 이런 것 말고 좋은 점을 떠올리자면 경부고속도로와 강변북로가 막히지 않는다는 점, 임직원은 회사 주차를 무료로 할 수 있다는 점 정도를 언급해보겠다. 참 눈물겨운 직장인이다.


나도 그렇지만 함께 일을 하고 있는 동기와 선후배들은 아주 당연한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일반 직장에 다녔다면 주말에 출근해 일을 하는 건 퇴사를 진지하게 고려할 요인이겠으나 우리에겐 당연하기 때문이다. 매번 달이 바뀌면 휴무에 당연히 쉬는 게 아니라 쉴 수 있는 휴무를 찾고 있으니 말이다. 이번 부름도 연차 뒤 바로 주말에 출근해야 했는데 해탈과 의연이 뒤섞인 모습으로 오늘 새벽 알람에서 깼다 말해두겠다.


학창시절을 돌이켜봤을 때 이런 직장인의 모습은 상상하지 못했었다. 구체적으로 떠올려보진 않았지만 적어도 주말에 당연히 일해야 하는 직업은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기자를 준비할 때도 막연한 생각만 가지고 있었지 누가 현실적인 조건을 곱씹으며 따져보겠는가. 그래서 솔직하게 입직 후 첫해는 썩 좋지는 않았다. 남들 놀 때 놀지 못하고 남들 일할 땐 이미 일하고 있었으니깐. 기렉시트를 하지 않는다면 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깨닫고 나선 쓰라린 마음을 비워내려 애쓰고 있다. 물론 현재까지 그게 잘 되진 않지만.


문득 주말에 혹은 남들이 쉴 때 일해도 행복한 사람은 누굴까 싶었다. 원하는 일을 한다고 해도 신기함과 즐거움은 연속성 앞에 장사 없기 때문에 이같은 감정을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성취가 될 수도 있고 끊임없이 바뀌는 환경과 업무들이 될 수도 있겠지. 이런 걸 배제하고서 내가 이 일을 하고 있단 사실만으로도 감사해하는 출근길은 과연 얻어낼 수 있는 걸까 고민해본다.


그러고보니 벌써 4월이 다가왔다. 올해 3분의 1이 흘러가고 있단 뜻이다. 과연 난 올해가 가기 전 어떤 새로운 결과물을 손에 쥐고 있을까. 일에 대한 고민들을 털어내고 흘러가는 시간들을 좀 더 의미있게 보내기 위한 방법을 찾았을까. 서른에 유학을 떠나고 쉰에 새로운 대학에 입학하는 이들처럼 눈에 보이는 것 말고서 나만 아는 변화라 할지라도 목적성이 분명하다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그런 것 말이다. 어쨌든 이런 고민들을 하며 오늘도 지나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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