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어제가 N주년이네! 오늘 아침 출근을 위해 휴대전화 캘린더를 보다가 알게 된 사실이었다. 따로 기념을 하기 위해 표기해 둔 일정은 아니었지만 주니어 시절(지금도 저 밑 어딘가지만) 일부 비밀번호를 입직 날짜로 해둬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시간이 이만큼 지났다니.
처음 일을 시작하고 나서는 별 생각이 없었다. 내가 얼마나 이 업에 종사할지 모르지만 어쨌든 취업이 어려운 세상에서 한가지 직업을 얻어냈다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었으니까. 그렇게 정신없이 1년이 지났고 이왕 시작한 일 계속 해보자는 마음에 이리저리 사부작거리다보니 N년차를 말할 만큼 해가 지나가 있었다.
돌아보면 대단한 무언가를 이룬 건 아니었다. 내 이름 석자를 기자로 알고 있는 이들이 늘어났으니 어떻게 포장하면 업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누가 출신 학과를 살려 직업을 선택하냐는 말이 나오는 요즘 전공을 살렸으니 이것도 성과라고 볼 수 있는가 싶기도 하고.
앞선 글들에서도 언급해왔지만 최근 업계 이탈을 시도하려고 했었다. 매일 다른 모양새로 터지는 사건사고를 더 이상 가장 빠르게 접하지 않고 싶어서였다. 그럼 다른 부서로 가면 되지 않냐 말하겠으나 취급하는 이슈가 달라질 뿐 일하는 형태는 똑같다. 이젠 공급자를 떠나 제발 바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걸 보면 이 업에 꽤 신물이 났음을 증명하는 것 아니겠는가.
고작 몇년 해봤다고 번데기 앞에서 주름을 잡냐 핀잔을 줄 수도 있다. 과거 시절이었다면 내게 맞지 않아도 근속하는 게 미덕이었겠지만 지금은 다른 세상이지 않나. 하고 싶은 공부를 하기 위해 전과란 결심으로 후회없는 학부시절을 보냈던 것처럼 앞으로 더 많이 남은 인생을 위해 다시 한번 결정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요즘 느낀다.
웃기게도 이런 결심을 할 때면 꼭 선후배들을 만나 밥을 먹든 커피를 마시든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리고 아직 썩 나쁘지 않음을, 하차 결정을 늦게 내려볼까 마음이 말랑해진다. 정답은 없지만 아쉬움을 잔뜩 남기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는 지금, 어떤 방향성을 갖고 나아가야 하는 걸까. 고민이 길어진 마음의 색과 비슷하게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주말이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