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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Jun 16. 2024

배워서 남줬더니 따라온 감사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팩폭을 날리는 동생을 보니 T임이 분명하다. Paul 제공

별안간 휴대전화가 울렸다. A동생으로부터 온 연락이었다. 특별히 내게 전할 말이 없을텐데 싶은 마음으로 문자를 열어봤다. 감사인사를 전한 것이었다. 본인이 이직을 하게 됐는데 지난해 자기소개서와 관련해 무료로 강의를 해줬던 게 큰 도움이었다고. 짧지만 정성스러운 내용과 함께 커피 기프티콘도 첨부해줬다.


지난해 무더운 여름이 막 시작됐을 무렵이었다. B동생이 독서스터디를 만들고 싶다길래 나도 참석하겠다고 한 뒤 몇번 갔었다. 스터디에 오는 인원이 너무 없길래 활성화 차원에서 내가 먼저 자소서 첨삭 강의를 제안했었다. 뭐 대단한 스킬을 전수해주려는 건 아니었다. 글을 쓰고 싶은데 막막해하는 어느 누구라면 기꺼이 함께 고민하겠다는 자리였다.


이런 내 마음이 고마웠는지 B동생은 자신의 SNS에 대대적인 광고글을 올렸다. 무려 '기자'가 강의를 해준다면서 말이다. 이 문구가 꽤 멋쩍었지만 어쨌든 독서스터디에 많은 이가 올 수 있다면야란 생각으로 지원자가 있길 바랬다. 생각보다 강의에 참석하고 싶다는 사람은 많았고 지정한 시간에 올 수 있음과 동시에 왜 강의를 듣고 싶은지 이유가 분명한 몇명을 추려 강의를 진행했었다. A동생도 포함해서 말이다.


강의에 들어서면서 내가 한 약속은 이랬다. 나를 믿고 시간을 내어준 만큼 나도 대충하지 않고 열과 성을 다해 현실적인 지적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강조한 말은 이거였다. 돈을 주고 배우려면 1시간에 못해도 50만원은 넘을거라고. 그러니 부디 진심을 다해 열심으로 연습하고 또 연습하라고.


모든 게 내 맘 같지 않듯 수강인원 중 열심을 다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은 분명했었다. 그 가운데 A동생은 늘 진심으로 배우려고 했다. 피치못할 사정으로 강의를 빠질 땐 숙제를 톡으로 보내왔고 강의 현장에선 질문을 잇따라 던지기도 했다. 이런 모습에 난 목표한 바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근사한 어딘가에 도달할 것이라 장담하듯 조언을 건네준 기억이 있다.


당시 강의를 마무리하며 이것도 인연이니 혹 정말로 이직을 하거나 공채를 위해 자소서를 써야 한다면 내게 도움을 청하라 했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주어지고 그것을 쥐고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만이 또 다른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는 것이니 과연 누가 실천을 할까 싶었다. 1년이 지나 이렇게 소기의 성과가 있었다 후일담을 전해주니 참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최근 진로와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내게 A동생의 연락은 그래도 한가지 확실한 게 있다는 자신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무얼하든 말하고 쓰는 것으로 밥벌이를 하면 굶진 않겠구나 싶었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걸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기꺼이 나눌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을 달라는 기도도 이뤄진 셈이라 감사가 커지기도 했다. 배워서 남주는 일은 참 수고스럽지만 아까움이 남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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