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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화 Apr 26. 2022

주짓수하기 좋은 날

정에 너무 이끌려서는 안 된다(이 나이가 되고서 깨달은 사실)

그동안 사실 나와 맞지 않은 체육관에 쭉 다니고 있었다.

한 달 정도 다니다보면 체육관 분위기나 운동 강도나 이런저런 면들에서 자신과 맞는지 맞지 않은지 서서히 판단이 선다. 실제로 나와 비슷한 날(그 친구가 하루 일찍 들어왔다)에 들어온 성인 남성은 딱 한 달을 다니고 잠시 쉰다는 명목에 나갔다. 체육관을 쉰다는 건 그만둔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다. 관둔다는 말을 선뜻 하기 힘드니 쉬겠다는 이유를 대는데 그게 나가는 사람 마음에도 편하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첫 번째로는 마감이 한꺼번에 몰려서 도저히 나갈 틈이 나지 않았고, 두 번째는 회전근개 파열이 도저히 낫지 않아서였다. 조금 나았다가 근육이 찢어지기를 반복하다보니 운동을 영원히 못 하게 될까봐 겁이 슬슬 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쉬기 시작하다보니 이곳은 나와 맞지 않으니 이번 기회에 옮기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이번에는 며칠 다녀서 나와 맞는지 맞지 않은지 테스트를 하고서 들어가기로 했다(새로운 도장에서 수업을 며칠 들어도 된다고 했다). 수요일 아침에 나가기로 했고 그곳은 검은색 도복은 절대 입지 못한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아끼고 있던 리미티드 에디션 호돌이 흰색 도복을 오랜만에 꺼냈다. ㅠ.ㅠ 띠는 처음엔 하드한 재질을 사서 너무 딱딱해서 묶을 때마다 손이 아파서 후회를 했는데, 쓰다보면 말랑말랑해진다는 선배의 말을 듣고서 보니 어느새 정말 말랑해져 있었다. 말랑말랑해진 대신 꼬질꼬질해졌지만 말이다.


나는 지금까지 운동이라면 마라톤과 등산, 필라테스를 해본 게 거의 다다. 그런데 주짓수를 하게 된 건 내 몸을 자유롭게 쓰고 싶어서였다. 나이가 더 들기 전에 몸의 가동 범위를 최대한 늘려놓고 싶었다. 그리고 할머니가 돼서도 주짓수를 하고 싶을 만큼 주짓수는 정말 재미있다. 


원래는 재활운동(?)을 위해 한동안 헬스를 다닐 생각이었다. 얼마 전에 검토한 소설이 헬스장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헬스 관련 용어가 상당히 많이 나오는데, 그 작품을 출판사에서 판권을 따오게 되면(번역가가 작품을 읽은 후에 검토서를 써서 내면 출판사 쪽 여러 관계자들이 이야기를 나누어 책의 판권을 살지 말지를 결정한다. 그때 이 작품을 한국에 내자고 해서 다 낼 수 있는 건 아니다. 여러 출판사가 경합이 붙으면 판권을 어디에서 가져가게 될지도 알 수 없다. 이번에 검토한 작품은 그런 경합을 거치고 있고 나는 이 작품을 작업하게 되면 바로 헬스 피티를 끊어서 공부해가며 작업할 생각이다) 본격적으로 피티를 받으며 헬스 공부를 하고 트레이너에게 용어 감수를 받으려고 했다. 그런데 결과가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태인 데다 운동을 쉬고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서 일만 했더니 순식간에 몸이 묵직해졌다. 그런데 이건 내 느낌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실제로 체중계가 정확하게 증명하고 있었다. 단기간에 무려 4키로나 쪄버렸다.


수요일에 다시 주짓수를 배우러 나간다고 생각하니 조금 전에 저녁을 먹고 디저트로 케이크와 핫도그를 먹으면서도 벌써부터 자기 관리가 시작된 느낌이다! 나의 다이어트는 이미 시작된 것이다!! 수요일부턴 다시 바닥에 실껏 삐대다 오는 날이 시작될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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