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죽은시인 Apr 20. 2021

샌프란시스코 - 경건과 세속 사이

일간 최세진에서 다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 중 하나는 당연 내 여행과 미술 이야기다. 여행에도 미술에도 프로가 아니고 식견도 얕지만 내 맘대로 바라본 느낌과 해석을 공유하고 싶다.


2014년. 공대생을 마치고 의전원 입학 직전. 26살이었던 나는 홀로 샌프란시스코로 떠났다. 특별히 샌프란시스코여야 할 이유는 없었다. 다만, 한번도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동경이었고, 새로운 시작을 하기 전 나 스스로에게 재충전의 시간을 부여하고 싶었다.


1년의 대부분 비가 오지 않는다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1주일여의 시간동안, 계속 비가 왔다. 하지만 비가 와서 인지, 밖으로 돌아다니기보단 그 어느때보다 원없이 미술관과 성당에서 미술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인생 미술 여행" 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마음에 드는 작품들을 많이 만났고, 힐링을 할 수 있는 곳도 많았다.


공대생이었던 나에게 샌프란시스코라고 하면, 샌프란시스코라는 도시보다 "실리콘밸리"가 먼저 떠올랐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샌프란시스코는 스타트업 열풍으로 대변되는 실리콘밸리 외에도 충분한 매력이풍부한 곳이었다. 바다바람이 항상 함께했고, 다양성이 살아 숨쉬었다. 언덕을 오르내리는 것은 피로하기 보단, 이 언덕 다음엔 무엇이 나올까 하는 설렘을 주었다. 그곳에서 내가 보고 느낀 미술의 향기를 나누고 싶다.


Francis Cape "Utopian Benches"  


샌프란시스코 미술원 (San Francisco Art Institute)은 정말 별 생각 없이 지나가다 만난 공간인데, 샌프란시스코에 다시 가게 된다면 꼭 재방문 하고 싶은 곳이다. 아담한 정원과, 학교 옥상에서 보이는 도심 전경은 잊지 못할 것이다.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 중 하나를 만난 곳이라서 그럴지도...

photo credit: sejin choi


내가 그곳에 갔을 때는 Francis Cape라는 한번도 들어본  없는 작가의 "나무 벤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나무 벤치에는 관객들이 자유롭게 앉을  있었다. 개인적으로 작품 설명을 열심히 읽지는 않는 편인데... 이게 뭐지? 그냥 나무 의자들 같은데 이런것도 작품인가? 하면서 벤치에 앉았던 기억이 있다. 벤치에 앉았을 때의  느낌을 잊을  없다.


아무도 없던  빈공간에 놓인 나무 의자에 앉는 순간 마음에 말할  없는 평온함이 찾아왔다. 마치 조용한 교회 의자에 앉아 기도를 드릴 때와 같은 경건한 마음이 샘솟았다. 단단한 나무의 질감이 허리를 통해서 올라오는데, (변태같지만) 짜릿했다. 평온함과 경건은 재미없고 의미없는 것으로 치부되는 오늘날이지만,  느낌을 한번 경험한다면 지우지 못할 것임을 장담할  있다.


 년이 지나서야  작품을 떠올리며 다시  작품에 대해 찾아보게 되었다. 아니! 알고 봤더니  벤치들은 18세기 미국에서 종교 집단에서 모임을   사용했던 벤치들을 따라서 만든 것이었다. Cape  "design and craft express belief" 라고 했다던데, 어떻게 이렇게도 본인의 의도를 작품을 통해서  전달한 것일까. 종교 모임의 현장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종교 집회의 현장에 나를 가져다 놓았으니 말이다.  당시 종교 집단들은 함께 모여 식사 하고, 기도 하고, 예배드렸는데   사용한  의자들은 구체적인 종교/종파에 상관 없이 영성을 담은 소품이었던 것이며,  Cape  이를 부활시켰다. "개인주의" 대비되는 "공동체주의" 가치를 보여주는 가구의 의미도 있다고 한다.


벽화 Murals

샌프란시스코는 흡사 벽화의 도시 같다. 건물 벽부터, 그래피티까지 도시 곳곳을 벽화가 채우고 있다. 벽화의 화가라고 한다면 가장 대표적인 것은 '디에고 리베라' 그가 가진 특유의 그림체는 잊기 힘들다. 프리다 칼로의 남편이기도 했던 그는 "자신의 예술적인 창조성은 여성과의 관계에서 나온다" 말하고 미술계 대표 쓰레기다. 1930년대, 자본주의의 심장과 같은 곳을 멕시코인이자, 공산주의자인 디에고 리베라의 작품으로 채우겠다는 생각은 꽤나 파격적인 생각이었던  같다. (디에고 리베라가 벽화를 그린    곳은  당시 주식거래소이다.) 특히 디에고 리베라가 미국에 와서 그린 그림들은 "미국의 긍정적인 가능성" 대한 것이었으니,  스스로에게도 역설적인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샌프란시스코 곳곳에 있는 디에고 리베라의 벽화 작품들  일부가 SFAI  있다. 흔히 갤러리 안의 작품을 많이 얘기하지만, 나에겐 도서관의 책들과 어우러진 리베라의 작품들이  매력적이었다.

Mural  감동은 지하철역에도 이어졌다. 작품 설명 앞에서 바이올린을 멋지게 켜시고 계신  덕분에, 어떤 작품인지 확인은 못했지만, 멋진 중남미 스타일 무늬의 조형물은 마치 샌프란시스코가 아니라 멕시코에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실패의 문턱에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