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 시인은 '수선화에게'라는 시에서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라는 말을 했다.
남자 나이 50을 넘어 53세에 임박하니 모든 것이 외롭고 혼자인 듯 한 느낌이다.
그래도 지금까지 한 가정을 이끌면서 잘 왔다고 생각하고 나 스스로도 대견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이제는 이런 것을 어느 누구도 안 알아 준다고 생각하니 한 없이 슬퍼진다. 회사에서도 이제는 핵심 인력이 아닌 어느정도 잉여 인력으로 치부되고 있다. 그의 경험을 나누고자 하는 것이지 그 직원에게서 뭔가 새롭고 창의 적이며 회사를 이끌 동력을 얻을 수 없다고 그들은 알고 있다.
이러한 직장에서의 버림 받음은 일반적인 경향으로 어느정도 위안을 받으며 그리 서운한 것은 아니다.
내가 정말 서운한 대상은 가족이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가족에 경제적인 동력을 주고 있으며 직장에서와는 다른 취급을 받을 존재라고 생각하는데 문뜩문뜩 그들에게서 그런 취급을 받으면 웬지 더욱더 서운하다.
그런것 있지 않은가. 내가 믿었던 사람에게서 서운한 말을 들으면 더욱 더 서운하고 슬퍼지는 것. 그리고 쉽게 잊혀지지 않는 감정.
열심히 살아왔음에 대견하지만 아직도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압박감은 떨쳐 버릴 수 없는 시기이다. 그런데 가끔씩 퇴물 취급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더욱 서운하다.
가족들도 그런 느낌을 준 것은 아닐 것이다. 편하게 대하다 보니 예전에는 그냥 넘어갈 행동도 이제는 늙어가는 한 남자가 너무 깊게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서운한건 어쩌랴...
남자나이 50 중반이 접어준 한 가족의 가장.
그들은 이제 집에서 설 자라가 없어진다.
항상 중심에 있고 커 보였던 한 남자는 이제는 어느 구석에 몰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조용히 지내는 하나의 생명체에 불과하다.
지속적으로 열심히 가족에 동력을 전달하지만 이제는 예전과 달리 그리 큰 인정과 대우를 받지 못한다.
슈퍼맨 처럼 느꼈던 아빠는 이제 약간은 귀찮고 잔소리 꾼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회사에서 온갖 눈칫밥을 먹고 돌아온 남자는 조그만 쇼파에 그의 은신처를 잡는다.
저녁도 요즘은 집에와서 먹는 것이 괜시리 눈치가 보인다. 만약에 내 나이 또래에 이러한 눈치를 못 느꼈다면 아마도 두가지 일 것이다. 눈치가 없거나 집에서 강압적인 아버지일 것이다.
저녁을 소리 없이 먹고 나서 TV를 좀 볼라치면 괜한 눈치가 보인다. 자식들과 아내가 보고자 하는 채널을 내가 쉽게 장악하기가 쉽지 않다.
소위말해 리모콘 쟁탈전이 벌어지는 것이다.
뉴스 좀 보다 스스로 방으로 들어간다.
이때 거실에서 들려오는 아내와 자식들의 화기애애한 웃음과 목소리에 한 남자는 괜시리 우울해 진다.
조그마한 핸드폰으로 영상을 이것저것 보다가 괜시리 메시지도 없는 카카오톡 주소록에 있는 지인들의 프로필 사진을 본다.
그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거지 하면서....
돌이켜보니, 어머님은 내 나이정도 이실때 가끔씩 자식들에게서 서운하다는 불만을 토로하셨던 것이 기억난다.
그때는 왜 나이 들어서 저렇게 속 좁고 그렇게 하시나 자식들 불편하게 말야 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내가 당신의 뒤안길에 와 있는 것이다.
조그마한 말에도 쉽게 상처를 받는다.
자식들과 아내의 지나가는 소리에도 귀 기울이며 과대 해석하며 심지어는 오해까지 하려 든다.
"우리 남편은 주말에는 집에만 있어 세끼 밥 해줄려면 너무 힘들어"
우연히 까페에서 아주머니들의 푸념을 듣고 있다보면 나도 이제 저 대상이 되었구나 생각하니 서글퍼 진다.
삼식이가 되다니...그래도 삼식이가 먹을 수 있는 밥과 가족이 필요한 돈을 벌어다 주는데 말야.
열심히 일을 해서 양식을 가져와도 그것으로 밥을 해 주기는 싫은가 보다.
양식은 당영히 가져오는 것이고 나는 귀찮게 하지 않는 착한 남편을 바라는 것이다.
휴~~~ ^^
이제 남자나이 50줄에 들어섰다.
이 남자는 밖에서와 집에서 조심조심 눈치를 보면 살아가야 한다. 좀 서글프지만 그러한 행동이 자신이 좀 더 직장에서 오래 살아 남을 수 있고 가족에게도 좀 더 눈칫밥을 안먹는 길이다.
그래도 남자 50까지 살아오면서 가족을 잘 일구고 사는 것을 보면 그리 실패한 인생은 아닐 것이다.
그래도 여기까지 잘 왔다.
아직도 갈 길이 많이 남았지만 여기서 잠시 쉬면서 뒤안길을 보니
여러 힘들일도 많았고 상처 투성이지만
그래도....
여기까지는 정말 잘 왔다.
수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