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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리골드 Nov 23. 2023

우리는 다시 또 만나게 될꺼야

Our time is limited, So keep enjoying

오늘은 전화영어를 해오던 Ken과의 마지막 통화를 한 날이었다.

세달동안 일주일에 세번, 아침 8시 20분이 되면 전화가 걸려 왔다.


제일 처음하게 된 선생님은 Melvin이라는 영국에 사는 남자였는데, 한국과의 시차가 너무도 다른탓인지,

아니면 와이파이 탓인지 모르겠지만, 두번의 통화동안 거의 들리지 않았었다.


고객센터에 연락해서 다른 선생님으로 변경하게 되었고,

두번째 만난 선생님이 필리핀 마닐라에 살고 있는 Ken이었다.



정이 많고 에너지가 넘치는 그는 통화를 시작할 때마다 첫인사와 마지막 인사에 30초 정도는 소요한다.

"Hello, Michelle! Happy happy Thursday!"

(안녕 미쉘! 정말 정말 행복한 목요일이야!)

"Take care!", "Have a wonderful day!" "See you at tomorrow!"

(건강관리 잘해! 행복한 하루 되길 바래! 내일 우리 또 만나!)


그런 그와 통화하면 영어 뿐만 아니라 너무도 즐거운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된다.

수업 방식은 내가 선택할 수 있었는데, '교재로 진도 나가기' 아니면 '프리토킹'이었다.

편안하게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어서 프리토킹을 하게 되었다.


필리핀에 가본 적이 있다는 말에 Ken은 어디에 가봤냐고 물었고,

나는 바기오라는 도시에서 영어공부를 했었다고 했다.

정말 신기하게도, Ken의 고향이 바기오였다!

우리는 첫번째 통화로 벌써 친밀감을 느끼며 20분동안 바기오는 어땠는지 이야기하며 시간가는줄 몰랐다.


마치 모든 것이 운명처럼 느껴졌다.

첫번째 선생님 Melvin과 전화연결이 되지않아서 바꾸게 되었고,

수많은 선생님 중 만난 사람이 바로 Ken이라니!

그와 통화할 때면 바기오의 그 덥지도 춥지도 않은 온도와 습도, 함께했던 선생님들, 모든 것이 그리웠다.



매일 통화를 시작하면서 그동안 할 이야기가 많았거나, 하고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우리는 마치 밀린 이야기가 가득한 친구와 통화하듯 대화하였고,

어떤 날에는 Ken이 주제를 정해서 질문을 하곤 했다.


우리가 한 주제들로는 '나의 어린시절(Childhood)', '좋아하는 영화, 책, 작가, 노래',

 'SNS에 대한 생각', '단기와 장기 목표(Shot term goal and Long term goal)',

'차를 살 수 있는 여유(Can afford)와 단지 살 수있는 것(Can buy)에 대한 생각'들 같이 정말 다양했다.



마지막주의 화요일, 나는 전화를 받을 때부터 아쉬운 마음에

"This week is our last week.."(이번주가 우리의 마지막이야) 라고 했다.

Ken은 알고 있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며칠이 더 남아있으니 그 이야기는 하지말자고 했다.

그날의 주제는 "What is your 2023 achivement?"(2023년의 너의 성과는 무엇이야?)였다.


그는 언제나 예상밖의 질문을 해서 내 마음 속 깊이 있는 것들을 끄집어내고,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것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올해 나는 여행에세이를 출간했고, 상반기에는 비록 실패했지만 어떤 시험을 준비하며 최선을 다했다. 그는 실패는 상관없다고 말했다. 무엇을 하든 내가 열심히 했다는 것이 중요하기에 거기에서 또 새로운 것을 배웠을 것이라며, 그리고 다음 책은 어떤 내용이냐며 다시 한번 응원을 해주었다.



가끔 그와 이야기할 때면, 어떤 고민들이 한순간에 해결되고, 위로받고, 응원을 듬뿍 받아 행복해지는 기분이 든다. 그는 어떤 것이 나의 'Breakthrough'(돌파구)가 될지 모르니 매순간을 언제나 'Cherish'(소중히) 여기라고 했다. 그리고 "Our time is limited, So Michelle, Keep enjoying!"(우리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 미쉘, 계속해서 즐기자!)라고 했다. 그가 하는 단어, 말들에는 반짝이고 예쁜 말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이렇게 아름다운 단어들로 영어를 말할 수도 있다는 것을 그를 통해 행복해지며 깨달았다.


마지막 통화를 하던 오늘도 시시콜콜하게 그가 주말에 여자친구와 여행을 간다는 이야기로 18분을 보내다 마지막 2분이 되어서 그는 말했다.

"I don't think this is our last, we will see again!"(난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우리는 다시 보게 될꺼야!)

Ken은 언제나 있을테니 다시 돌아오라고 했다. 매일 그는 35명의 학생과 통화를 한다. 그런 그에게 "과연 너는 나를 기억할까?"라고 물었다.

그는 말했다. "Of course, I always remember have special interaction!"(물론이지, 나는 특별한 사람은 언제나 기억해!)


우리는 다음주에 또 다시 만날 것처럼 "See ya!"(다음에 봐!)라며 전화를 끊었다.


회사에 일찍 출근해서 아침에 업무를 하고 잠깐 20분씩 그와 통화했다. 매일 무언가 약속되어 있다는 것이 어떤 날이면 귀찮아질 때도 있었고, 시간이 너무 짧아 아쉬운 날들도 있었다.


마지막 전화를 끊고나서 그 적막속에 혼자 중얼거렸다.

"슬프네"

오랜 친구와 헤어진 것처럼 아쉬웠다.

얼굴도 잘 알지 못하는 그는 나를 위로해주었고, 응원해주었고, 20분동안 여행을 떠난 기분이었다.



호주 교환학생부터 시작해서 어학연수를 하고, 여행을 하며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졌다. '내 마음 속에는 여전히 너무 소중한 시간들인데. 그들 또한 나를 기억할까?'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었다.


이젠 그 답을 알 것 같다. 마치 Ken이 마지막에 해준 말처럼 내가 그들을 기억한다면 그들도 나를 기억할 것이다. 함께 즐거웠다면 그들도 즐거웠것이다.


안녕, 우리는 다시 또 만나게 될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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