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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리골드 Dec 01. 2023

레이크루이스 앞에 앉아 레이크루이스를 듣는 것

피아노를 좋아해서 여행을 가다

피아노를 좋아했다. 수능이 끝나고 대학교에 들어가기전 어렸을 때 8년간 쳐오다 그만둔 피아노를 다시 배우고싶어 피아노학원에 다니게 되었다. 아마 재즈피아니스트 진보라를 한창 좋아할 때였다.

한달동안 뉴에이지, 재즈음악들만 맘껏 배우고 연습했다. 체르니, 베토벤같은 클래식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곡들만 칠 수 있다는 것, 어른이 되고 처음 가지게 된 자유였다.



그때 알게 된 곡이 '유키구라모토의 Lake louise'였다. 이 곡을 연주할 때면 알지도 못하는 그 먼 캐나다의 록키산맥을 건너 에메랄드빛의 레이크루이스 호수 앞에 앉아있곤했다.

꿈을 꾸면 이루어지는 것 같다. 캐나다에 가게 되었고, 한겨울 크리스마스즈음에 록키로 여행을 떠났다. 금방이라도 펑크날 것 같은 낡은 버스를 타고 조금만 잘못 가면 낭떠러지 절벽으로 미끄러져 떨어질 것 같은 좁은 산길을 지나 마침내 레이크루이스에 도착했다.



생각한 모습의 푸르른 호수는 절대 아니었다.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채 꽁꽁 얼어버린 레이크루이스는 아이스링크장이 되어있었고, 얼음 궁전이 가운데 있고 사람들은 스케이트를 타고 있다.


그 꿈 같은 장면들이 놀라웠고, 완벽하게 아름다웠다. 의자에 앉아 이어폰을 꽂았다. 추위도 잊은채 유키구라모토의 레이크루이스를 들으며 그 장면을 바라보았다. 고요한 아름다움 속에 흘러나오는 음악속으로만 빠져들었다. 아직도 그때의 사진을 볼 때면, 어떤 장면들이 그  음악소리로 기억된다.

다음 여행지는 캐나다에 가고싶다. 에메랄드빛 호수 앞에 앉아 다시 음악을 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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