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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베라는 사람 Jan 15. 2024

댄스, 댄스, 댄스

해안가에서, 피나 콜라다를 마시고

섬에서 더 작은 섬으로 들어간다. 카약에 몸을 싣고 노를 저어 바다를 가로지른다. 몸짓이 동력이 되어 수심을 알 수 없는 곳으로 나아간다. 피부는 발갛게 익어가고, 북쪽 섬에 내리는 비를 바라본다. 노질을 멈춘 새에 파도는 알 수 없는 좌표에 우리를 데려다 놓았다. 오로지 기억하는 지형에 의존해 다시 노를 저어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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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절벽으로 둘러싸인 작은 해변에 도착한다. 거닐고 달리다가 헤엄친다. 물 위에 엎드려 물속을, 온갖 틈새를 응시한다. 등은 넘실대는 바닷물과 바람과 태양을 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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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바닥에 누워 소리를 찾는다. 일순간도 같지 않은 자연의 소리 속에서 바람의 흔적이 들린다. 눈을 감으면 바람에 삼켜진 몸이 그 흔적의 증거가 된다. 나는 그새 잠에 들어버리고, 몸에 떨어지는 빗방울에 잠에서 깨어난다. 저 멀리 있던 비구름이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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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자고 싸는 것이 전부가 되었다. 태초의 것을 의심하려던 찰나, 새끼 물고기가 거대한 산호초의 작디작은 부분을 쪼아 먹는 장면을 목격했다. 닫힌 입술 사이로 바다의 짠맛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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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는 달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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