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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베라는 사람 Jan 03. 2024

구름에 사는 사람

소리없는 것들의 소리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빗방울이 조금씩 굵어지니 주변에 있던 사물들의 소리가 들린다. 소리가 없는 줄 알았던 것들의 소리. 새벽을 감싸고 있던 희뿌연 연기와 매캐한 냄새가 가라앉기 시작한다. 타들어가던 심지와 고막이 터질듯한 굉음을 내던 불꽃 축제는 끝났다. 새해라고는 하지만 어제에서 오늘로 넘어왔을 뿐이다. 젖은 시멘트를 지나 촉촉한 흙이 있는 곳으로 가 땅에 코를 박는다. 흙내음이 몸을 통과한다. 


이곳에서의 일상은 단조롭다. 아침에 일어나 뒷문을 열면 커다란 나무가 보인다. 처음 들어보는 새소리와 아침 바람에 나뭇잎이 부대끼는 소리가 들린다. 그대로 자리에 앉아 눈을 감는다. 숨을 쉬기로 한다. 가늘고 얕던 숨통에 힘껏 공기를 집어넣자 뻐근한 내장과 굳은 어깨가 삐그덕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시 깊고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눈을 뜨자 하얀 타일 바닥에 비친 나무와 그 위로 흘러가는 구름이 보였다. 앞만 볼 땐 보이지 않던 하늘이 바닥에 맺혀있었다. 


이곳은 구름 위의 도시라고 불린다. 잔디에 누워 옅은 담배연기처럼 퍼지는 구름의 끄트러미를 본다. 아름답다. 뒤엉키듯 돌며 사라지고 나타나기를 반복한다. 시작과 끝이 없으며, 나선으로 불어오는 바람결에 그대로 흘러갈 뿐이다. 일순간 나는 황홀함에 취해 숨 쉬는 법을 잊었고 온몸이 붕 뜨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바로 그다음 순간, 중력과도 같은 슬픔이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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