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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콘텐츠랩 넛지 Dec 22. 2021

쉐프의 아이덴티티가 느껴지는 곳, 오스테리아 오라

파스타 맛슐랭 두 번째 이야기

누군가 길을 가다 오스테리아 오라의 외관을 본다면 아기자기함에 뒤돌아봤을 것이다. 오스테리아 오라는 뇨끼가 먹고 싶었던 키미가 발견한 곳. 이곳의 파스타는 생면임에도 불구하고 합리적인 가격이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쉐프님의 진정성 있는 인터뷰가 더욱 마음을 끌었다.



테이블 4개가 전부일 정도로 내부는 작지만, 오히려 이런 아기자기함이 가게의 아늑한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감각적인 소품들에서 쉐프 부부가 가게에 가진 애착을 느낄 수 있었다. 저녁에 방문해도 분위기는 좋을 듯!                     

오스테리아 오라는 생면뿐만 아니라 피클, 식전빵, 피자도우, 안초비 버터, 소스까지 전부 직접 만든다. 그래서 그런지 쉐프님의 추구하는 점이 명확하게 보였다.


식전빵은 특별할 것 없는 치아바타. 진짜는 바로 안초비 버터! 안초비는 유럽에서 멸치를 절여서 발효한 젓이다. 안초비 버터는 처음 먹어봐서 비릴까 봐 걱정했는데…. 웬걸! 마늘빵에 있는 양념만 떼서 먹는 것 같았다.     













가을의 맛, 단호박크림뇨끼     


오늘 우리의 목적은 단호박 뇨끼를 먹기 위해서였다. 풀네임은 단호박크림뇨끼로 이 집의 인기메뉴다. 원래는 2년 전 할로윈데이 한정 메뉴였는데 인기가 많아져서 고정 메뉴가 된 것 같다.          

 항상 하얀색의 크림소스 뇨끼만 먹다가 단호박 소스 뇨끼를 먹으니 색달랐다. 겉이 바삭한 뇨끼와 살짝 달달한 단호박 소스를 같이 먹으니 가을의 맛이 느껴졌다. 뇨끼 위에 가루를 낸 피스타치오는 단호박의 고소함을 더해주기에 충분했다.     


단호박 소스는 약간 단호박죽 같은 느낌. 메뉴판에 있던 설명에는 앙파칩도 올라갔다고 하던데 양파칩의 식감보다는 피스타치오의 식감이 강했다.         

 

오스테리아 오라의 아이덴티티가 느껴진 화이트라구    

 

지난주 윤공에서 우린 된장라구파스타를 먹었다. 그때의 기억이 참 강렬했다. 똑같은 ‘라구파스타’인데도 쉐프의 취향이나 개성에 따라서 전혀 다른 요리로 탈바꿈 되었다. 오스테리아 오라에서도 같은 경험을 맛보길 기대하며 화이트라구를 주문해보기로 했다.             


                                                        

오스테리아 오라의 화이트라구는 소고기 부위 중에 육즙과 마블링이 풍부한 살치살로 만들어 담백한 맛을 끌어 올렸다. 생면의 식감을 느끼길 원하는 쉐프님의 배려였는지 소스는 크림과 치즈의 맛이 진하지 않고 깔끔했다. 제철 채소도 토핑으로 들어가 전체적으로 신선함이 눈에 띄는 라구였다. 생면의 식감이 쫄깃해서 얇은 스파게티니 면인데도 불구하고 꼭 칼국수를 먹는 느낌이었다.      

    

공장에서 제조되어 나오는 건면과는 다르게 생면은 직접 반죽하기 때문에 쉐프의 지향점이 제대로 드러난다. 생면을 반죽할 때는 물이 들어가지 않는다. 계란의 수분만으로 면을 반죽해 수분이 적어 단단하고 쫄깃한 식감이 특징이지만 오스테리아 오라의 생면은 부드러운 편이었다.      



파스타 맛슐랭 토막 상식

일반적으로 생면 파스타 반죽에 들어가는 재료는 밀가루, 달걀, 소금과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이다.      



오스테리아(Osteria)는 이탈리아어로 가정식, 오라(Ora)는 지금, 현재라는 뜻. 가정식 느낌의 따뜻한 식사를 하길 원하시는 쉐프님의 바람이 담겨있다. 손님들의 편안함을 바라는 쉐프님의 생각이 부드러운 면에서 그대로 느껴졌다.         

  

바다의 향을 느끼고 싶다면, 새우 비스큐소스    

 

비스큐란 새우, 게, 랍스터 따위의 갑각류로 만든 프랑스의 스프를 지칭하는 단어이다. 새우나, 게의 껍데기를 채소들과 함께 볶고, 화이트 와인과 토마토소스를 넣고 끓여준 뒤 거름망에 걸러 진하게 농축된 엑기스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감칠맛이 풍부하다. 과거에는 스프를 걸쭉하게 만들기 위해 재료들의 껍데기를 갈아 넣기도 했지만, 현재는 쌀을 이용해 농도를 조절한다고 한다.


비스큐란 음식이 우리에게 친숙하지 않기 때문에 갑각류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주의가 필요하다는 문구를 메뉴 설명해 추가해 주셔도 좋을 것 같다.   

   

 오스테리아 오라의 새우 비스큐는 어란도 들어가 해산물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맛이었다. 대신 토마토 소스의 산미를 기대하고 시키기에는 버터와 오일의 맛이 강했다. 오일 베이스의 파스타란 점을 인지하고 주문하시길 바란다. 면은 링귀니로 앞서나온 화이트라구의 면보다 두꺼웠다. 살짝 넓은 단면 덕분에 면의 존재감이 소스의 해산물 향에 묻히지 않고 존재감을 나타냈다.        

   

오스테리아 오라는 가게의 이름과 잘 어울리는 꾸미지 않은 건강한 맛이 인상적인 곳이었다. 자극적인 느낌이 없어 먹고 나서도 배가 편안했다. 그래서 그런가? 생각보다 많은 양을 먹게 되었다. 예산을 넉넉하게 잡는 것을 추천한다. 피자도 굉장히 맛있다던데…. 재방문한다면 피자를 먹어봐야겠다.      


예약우선제이지만 다소 협소한 가게 내부와 1인 쉐프체제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방문 전 예약을 하고 가는 것을 추천. 휴무일도 월별로 바뀌니 방문 계획이라면 가게 인스타를 확인하는 것도 좋다. 친구와의 소규모임, 부모님과 함께하는 식사, 데이트 코스로 추천한다.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



* 오스테리아 오라     

서울 마포구 잔다리로 105 1층

예약우선제

주차: 가게 앞 도로변 공영주차장(흰색선) /       평일 유로, 주말은 무료

소형견 동반 가능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osteria_ora_/


글 - 에디터 키미 / 검수 - 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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