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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 Jan 03. 2024

<세이노의 가르침>을 읽고

    

요즘 인스타의 분위기가 좀 달라진 걸 느낀다. 사업을 목적으로 운영하는 계정이 부쩍 늘어난 느낌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요즘은 그 카테고리 안에 개인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브랜딩과 그걸 위한 컨설팅은 물론이고 책과 독서를 통한 수익화까지 제법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새다. 인스타도 그분들을 위한 플랫폼을 지향하는지 개인의 기록과 오붓한 소통을 원하는 인친님들에게서 피드 도달률이 형편없어졌다는 이야기가 제법 들려왔다. 인스타 내의 정보 검색 방법도 달라져서 인기 게시물이 아니면 노출 자체가 어려워진 바람에 유명한 것만 더 유명해지는 셈이 됐다.     


그 변화를 일찍 눈치채고 인스타에서 사업을 정착시킨 몇몇 분들을 보면 시작과 키워가는 과정에서 비슷한 패턴이 엿보였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나는 그 배경에 자기 계발서의 지분이 크다고 생각한다. 책의 핵심을 금세 조직화해낸 사람들이 자기 계발 컨설팅을 시작하고 그 과정을 수료한 분들이 각자의 강점을 가지고 수익화해서 함께 성공하는 구조를 만들어가다 보니 비슷한 경로를 밟아가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렇게 성공한 분들이 공통적으로 추천한 자기 계발서를 나도 몇 권 읽은 적이 있다. 목표지향적인 분들이 쓴 책이라 그런지 책마다 하나의 메시지를 심플하고 명확하게 독자에게 전달한다. 당연히 좋은 말들이고 삶에 끌어오면 크게 도움이 될 조언도 많아서 처음엔 ‘오’ 하며 쉼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끝에 이르면 지난번에 읽었던 다른 자기 계발서의 결론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된다. 결국은 독기를 품고 개인을 성장시켜서 세상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라는, 그것에 독서가 많은 도움(?)이 된다는 그런 내용 아닌가.  

    

<세이노의 가르침> 이 책도 여기저기서 하도 칭송하길래 궁금한 마음에 읽기 시작했다. 솔직히 처음 몇 장을 읽곤 730여 쪽을 빡빡하게 채운 호통 섞인 잔소리를 끝까지 봐야 하나 많이 고민했다. 성공에 이른 누군가의 자화자찬만큼 읽기 힘든 건 성공하지 못한 누군가를 향한 비판이라서 불편한 마음이 앞섰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오로지 책 내용으로만 승부하겠다는 듯 기름기를 쫙 뺀 책 만듦새와 출판사 선정 과정, 책값에 담긴 저자의 의지와 여러 호평을 믿고 매일 조금씩 읽어나갔다.    

  

그간 읽었던 다른 자기 계발서와 달리 이 책은 뒤로 갈수록 ‘오’ 지점이 늘어났고 다 읽고 난 지금은 곧 전역할 아들이 꼭 읽길 바라는 책이 되었다. 이 책의 내용과 저자의 생각에 모두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피보다 진하게 살았다는 저자의 태도와 삶의 경험을 책 곳곳에서 확인한 영향이 컸다.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가’ ‘어떤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해당하는 내용은 보기 드물게 현실적이고 ‘인테그리티’라는 귀한 가치관을 강조한 점도 좋았다. 법과 세금처럼 보통 사람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부분부터 오래 사용한 가전제품을 수리하는 작은 일까지 스스로 하기 위해서 공부하고 애쓴 점 또한 내 아이에게 가르치고 싶은 덕목이었으며 독자가  자신을 스스로 평가해 볼 수 있도록 만든 문항의 세심함에 마지막까지 놀라게 했다.     

 

해마다 단숨에 읽기 어려운 두꺼운 책을 한 권씩 정해서 읽었는데 올해는 어쩌다 보니 이 책이 23년도에 격파한 벽돌책이 되었다. 신문사 기자인 인친님 피드에 보니 올해의 책 10권에도 선정되었다고 하던데 끝까지 읽지 않았다면 ‘으잉?’ 했을지도 모르겠다.   


#세이노의가르침 #세이노 #데이원 # 피보다진하게살아라       

#여러분의올해벽돌책은무엇인가요

#내년도벽돌책추천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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