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탄생 뒤에 어김없이 당도하는 죽음. 너무나 당연해서일까? 누구 하나 피해 갈 수 없는 자연의 순리를 대부분의 사람들은 잊은 듯 산다. 나도 그랬다. 남의 일인 양, 내겐 일어나지 않을 거란 근거 없는 확신조차 의식하지 못한 채 살았다. 그러다 갑작스럽게 맞닥뜨린 가까운 이들의 죽음 앞에서 비로소 나의 마지막을 상상하게 되었다.
그 상상과 실감이 깊어지면서 언젠가부터 죽음의 때와 이유를 미리 알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아마도 현실에서 죽음이 존재를 드러낼 때 느낀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이런 내게 누군가 말했다. 죽음의 때를 알고 있는 것이 오히려 더 큰 두려움일 수 있다고. 생각해 보니 그랬다. 두려워서 알고 싶었는데 막상 어떤 때를 상상하자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그 순간을 의식하지 않으면서 살 자신이 없었다. 일상의 어떤 행복도 마냥 행복할 수 없었고 누리는 평안도 곧 사그라들 촛불 같기만 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순식간에 어두워진 저녁처럼, 아무 경고도 없이 홀연히 다가올 각자의 마지막은 신이 준 축복이란 생각에 이른다. ‘알프레드 디 수자’의 유명한 시처럼 그저 지금을 살아가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라는 걸, 이 책 속 요한네스의 탄생과 죽음을 보며 다시금 알게 된다.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맙소사, 아무 경고도 없이 순식간에, 어두워지는군, 어스름도 땅거미도 없이, 홀연히, 발 디딘 곳이 어딘지도 모르게 한순간에 어두워진다, P105-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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