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요맘때 출판사 대표님이 갓 나온 이 책을 들고 우리 동네에 오셨다. 다음날이면 바다 건너로 떠날 나를 위해 왕복 4시간을 마다하지 않고 왔다. 이른 아침 우리는 공항철도역사 구석에 앉아 이 책을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며 함께 기뻐했다. 고심했던 면지와 표지의 색상에 감탄하고 갓 태어난 아기를 바라보듯 이쁜 구석을 찾느라 바빴던 순간들.
어제 일처럼 생생한 그날이 벌써 일 년 전이다. 순간들을 떠올리면 시간이 무척이나 빠른 것 같지만 그 일 년동안 나를 훑고 지나간 경험과 감정의 파고를 더듬어보면 결코 짧지 않은 날들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 모든 순간이 나에겐 더없이 소중하고 다시없을 시간이었음도 함께.
그 시간을 같은 마음으로 통과했을 출판사 대표님과 처음으로 밥을 먹었다. 만날 때마다 얻어마신 커피에 미안해하는 내게 대표님은 매번 기도처럼 말했었다. “중쇄 찍으면 작가님이 사주세요.”
그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밥 한 끼 대접하기에 일 년이란 시간은 충분히 길어서 우리는 어느 때보다 편하게 만났다. 밥 한 공기를 싹 비운 대표님 모습이 더없이 다행스러웠고 돌아오는 길, 함께 한 5시간 동안 오디오가 빈 적이 없다는 걸 깨닫곤 목도리에 얼굴을 묻고 몰래 웃었다.
그날 수없이 흩어진 많은 말들 중에 내가 꼭 쥐고 가야 할 한 마디가 있다면 “한 권 분량의 글을 모아서 책으로 출간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에요. 대단한 일을 하신 거예요.” 대표님의 이 말은 내 안의 흐린 마음을 걷어내고 이룬 순간 희미해진 감사를 또렷이 바라보게 했다. 그렇지. 그런 거였지. 더 선명해진 눈과 마음은 그날 내가 받은 선물. 굴곡 없이 있는 그대로, 나에게 다가오는 것들을 마주해야지.
#어떤꿈은끝내사라지지않고 #꿈꾸는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