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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나 Dec 10. 2020

마음이 어지러워 머리도 어지러운 걸까?


이 녀석이 날 또 찾아왔다.




돈 많은 백수가 꿈인 나는 현재 돈 없는 백수이다. 반쪽짜리 꿈을 이룬 셈이다. 몸이 약한 편이라 업무강도가 세지 않은 회사생활을 했음에도 나는 참 자주 아팠다. 내 신체 중에 멀쩡한 곳이 과연 있나? 싶을 정도. 그래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남편에게 이런 말을 해댔다.

"난 일하면 몸이 아파. 그러니 일을 하면 안 되는 체질이야"

즉 나 일 좀 안 하게 해 주라.라는 뜻이다.


하지만 요즘은 남편이든 아내든 외벌이로 살기란 힘든 세상이다. 더욱이 우리 부부처럼 정말 상황이 안 좋은 경우에는 둘이 벌어도 참 버거운 세상이다. 둘 다 딱히 전문직종도 아니고 계약직이든 회사 사정이든 여러 이유로 한 회사에 안정적으로 다니지 못하고 있다 보니 더 그렇다. 그렇기에 푼돈이라도 열심히 벌어야 했다.

어쨌든 현재 나는 백수가 되었고 내 논리대로라면 난 이제 아프면 안 된다. 일을 안 하기 때문이다. 집안일을 주부 9단처럼 하는 것도 아니고 육아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난 또 아프다.


몇 해 전에 한 번 겪어봤던 이석증이 날 또 찾아왔다. 처음 그 증상을 겪었을 때 엄마랑 같이 병원에 갔었는데 어려서부터 몸이 약했던 나를 엄마는 참으로 걱정을 많이 했다. 그날도 다 큰 딸을 굳이 엄마가 병원에 데리고 가서 수액도 맞히고 밥도 사 먹였다. 괜히 또 엄마 생각에 울컥하네. 하늘로 떠난 엄마가 이제 내 걱정은 그만하고 행복하길 바라며 엄마 얘기는 이만 접고.

오늘도 이석증 진단을 받고 돌이 제자리로 가도록 해주는 간단한 운동법을 배우고 집으로 왔다. 다행히 효과가 있었는지 전보다는 어지러움이 살짝 덜하다.


난 그러고 보면 참 잘 어지럽다. 어릴 때부터 멀미도 엄청 자주 했다. 소풍 가는 버스에 올라타면 친구들이 먼저 물어봤다. 토 할 비닐봉지 챙겼느냐고.

버스는 덜컹거려 멀미. 택시는 냄새가 나서 멀미. 배는 휘청휘청해서 멀미. 비행기가 난기류를 만났다 하면 멀미.

아침 조회시간 운동장에서 쓰러지는 광경의 주인공은 나. 잠깐 앉았다 일어날 때도 눈 앞이 핑. 무서운 놀이기구보다 빙글빙글 도는 회전 컵이 더 두려운 나.

어지러움과 또 그와 연결된 멀미는 내가 기억해내는 나이에서부터 지금까지 지겹도록 내 몸에 붙어있다.


단순히 내 몸이 약해서, 내 몸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 거라면 차라리 다행이건만. 사람의 몸은 꽤나 예민해서 신체의 문제에 정신의 문제까지 늘 더하기가 되어버린다. 아니 더하기를 넘어 두배 세배 곱하기가 되어버리기도 한다.


마음이 너무너무 무거운 백수. 나의 온전한 꿈인 돈 많은 백수가 된다면 내 몸은 지금보단 덜 아플 것 같다. 돈이 다가 아니라고는 하지만 큰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니까. 적어도 돈이 많으면 아픈 내 몸을 훨씬 더 적극적으로 고치려 할 테니까. 지금은 돈이 없으니 몸이 아파도 모른척해야 한다. 하지만 오늘은 끝내 이석증에게 아는 척을 해버리고 말았다.


2021년에는 결판을 내고 싶다. 돈 많은 백수, 돈 없는 백수, 돈 많은 일꾼, 돈 없는 일꾼 중에 하나를 꼭 고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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