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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나 Dec 14. 2020

우울증에 걸려야만 위로받을 수 있나요

공황장애 우울증 등 많은 정신 관련 질환들이 많이 드러난 요즘. 마치 내 타이틀의 하나인 양, 자랑스러운 소갯거리인 양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다. 내가 지금 저런 질환들은 부끄러운 병이니 숨겨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오히려 저런 병들을 솔직히 터놓고 주변인들의 도움을 받으며 고쳐나가려고 힘내자는 의미가 분명 많을 것이다.




우선 진료와 약의 도움 없이는 제어가 도저히 안될 정도로 조금의 평범한 일상도 영위하기가 힘들 정도의 병에 대해서 얘기하려는 것도 아니다. 전적이거나 호르몬 등의 문제로 고통을 겪는 경우도 제외다.




정신질환을 털어놓는 것에 대해 훨씬 자유롭고 부드러운 사회 분위기가 생성된 요즘.

난 우울증이야. 난 공황장애야.라고 말할 정도 아닌 사람들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고 싶다. 그 경우에 바로 나도 속해있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나도 아마 병원에 가면 우울증입니다. 혹은 공황장애입니다. 또는 불안장애입니다.라고 진단을 받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요즘 시대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난무하는 세상이다.




나는 간혹 가슴이 턱 막혀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

나는 간혹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 마음이 불안해지고 심할 경우 가슴 통증과 함께 손이 살짝 후들거리기도 한다.

가만히 있다가도 눈물이 나고 울적해진다.




아마 당장 병원으로 달려가 보라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나를 아는 주변인들은

"네가?"라고 의아해할지도 모르겠다.




난 나의 저런 증상들을 결코 가볍게 보는 건 아니지만 지금 나의 처지라면 충분히 저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질 부분도 있고 나의 노력 여하에 따라 해결될 부분도 있다. 또한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거나 죽는 게 낫겠다.(정도의 상상은 가끔 상상 정도는 해본다) 아니면 더욱 극단적으로 죽고 싶다. 죽어야지. 이런 생각은 하지 않는다. 뭐 가끔 머릿속에 떠오를진 몰라도 진짜 실행해봐야 하는 욕구는 들지 않는다.




그걸 알아서일까 내 주변인들은 내가 힘들다고 해도 죽을 애는 아니라는 걸 알기에 크게 유념하지 않을 것이다.(실제로도 유념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나 같은 사람은 요즘 같은 시대에 위로받기 힘들다. 공감이나 이해는 바라지 않는다. 당연히 당사자가 아니면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와는 달리 눈에 보이는 진단을 받았거나 약의 도움을 받거나 극단적인 생각을 행동으로 옮겨본 적이 있거나, 혹은 그 가까이까지 갔던 사람들은 본인의 아픔을 호소할 때 반드시 위로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날 이해해주지 않으면, 나의 이상행동을 받아들여주지 않으면 언젠간 자기는 큰일 날 사람이니 반드시 날 위로해줘야만 해.라고 하는 듯하다.




본인들은 꼭 그렇게 위안을 받고 보호를 받아야만 하면서 나는 그런 병의 타이틀이 없다고 보호받지 못하고, 본인들은 언제든 위험해질 수 있으니 지켜줘야 한다면서 나는 그런 행위를 하지 않으니 지킴을 받지 못한다.




정말 진단을 받을 정도의 우울증과 우울감은 다르다고 한다. 우울감의 경우는 인간 대부분이 겪는 감정이고 한다. 나도 그래서 나 스스로를 우울감 정도라 생각한다.



(아래 내용들은 전부 예로 든 상황이다)

연인과 헤어져 목숨을 버린 사람이 있다.

난 이해하지 못한다. 헤어져 힘들어하는 사람을 위로는 얼마든지 해줄 수 있지만 자살을 할 정도까지의 심리는 이해하지 못한다.




어릴 힘들다고 자살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무조건 저건 아니야.라고 생각했다.

내 기준에서만 보았다.

애인이 나를 때리고 협박하고 돈을 뜯어갔는데도 이겨내고 잘 살아왔는데 누군가는 단순 이별로 힘들어하다 자살을 한다.

난 매일 빚에 허덕여 투잡을 뛰느라 여행은커녕 잠잘 시간도 없는데 누군가는 회사에서 승진을 못하고 인정을 받지 못한 것 같다며 식음을 전폐하고 정신의학과 치료를 받는다.


내 입장에선 모두 배부른 투정 같다고 여겨지는 것이다.

하지만 나이를 어느 정도 먹은 지금은 여전히 이해는 가지 않지만 저 사람은 그런가 보다. 하게 되는 정도에는 이르렀다.




나의 이런 글이 굉장히 위험할지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너 같은 사람들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이겨내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거다! 네가 따뜻한 말 한마디만 더 해줬어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다. 이런 욕을 먹을 수 있는 글일지 모른다.




난 모든 정신 관련 환자들에게 이런 소리를 하는 게 아니다. 단순히 다 힘드니 그만 징징대라는 소리를 하려는 게 아니다. 아주 간혹 이런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아픔을 무기 삼아 본인만 무조건 공감받고 위로받으려는 사람. 자신의 아픔을 방패막이 삼아 본인만 세상에서 제일 힘들다는 듯하는 사람.

나처럼 굳이 병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모두가 힘든 이 세상 서로 도와가며 힘내서 죽지 말고 살아보자는 거다.




손에 가시 하나만 박혀도 세상에서 제일 아픈 게 자신이라 말하는 인간이라지만 또 어딘가엔 사지가 없어도 재활을 하고 우뚝 일어서는 인간도 있다.




그렇듯 저렇게 힘들면 죽을 수도 있지라는 분위기보다는 저렇게 힘들어도 다시 일어설 수 있지 라는 분위기가 흐르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그리고 남들 눈엔 하찮은 아픔도 본인에게 제일 큰 힘듦이면 공감받길 원하듯 하찮게 여기는 그 사람의 성향도 이해해주면 좋겠다.




넌 엄마한테 잔소리 들었다고 가출을 생각할 만큼 힘들겠지만 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타입이야.

너의 스트레스를 무시하지 않을 테니 너를 공감 못하는 나의 성향도 공감해줄래?




모순적이긴 하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세상이 되긴 해야겠지만 너무 이해와 공감을 강요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오히려 그런 적당한 거리감이 좀 더 객관적이게 서로를 바라보게 하고 감정을 균형 잡히게 해주지 않을까.




정리도 되지 않고 말도 안 되는 글을 미친 듯 휘몰아 써서 매우 불편하기도, 전혀 읽히지도 않는 글이 된 것 같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그저 그거다.




무조건 덜 힘든 사람이 더 힘든 사람을 이해해줘야만 하고 맞춰줘야만 하는 건 아니다. 같은 일에도 더 힘들 수 있겠다 라고 공감을 원하듯 같은 일에도 덜 힘들 수도 있구나 라는 의문도 한 번 씩 가져보면 좋겠다. 아 쟤는 왜 이런 일로 별로 힘들어하지 않는 걸까? 어떡하면 그럴 수 있지?라고.



그리고 그렇다고 그런 사람들이 늘 씩씩한 건 아니라는 것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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