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ailit Apr 08. 2023

#3. 무기력과 체중의 상관관계

우울증 극복 글쓰기 3일 차

2022년 3월 1일, 나는 키 170cm에 몸무게 59kg이었다.


결혼식 당일 바쁜 회사 일에 다이어트는 고사하고,

식장에 들어갈 수 있을까 고민이었는데, 새벽까지 일하고 겨우 결혼식을 치를 수 있었다.


다이어트 식단을 해도 1kg도 빠지지 않는 몸무게였지만, 이 모습으로 오랜 세월 살아온 나였기 때문에 파인 드레스를 입어도 부끄럽지 않았다.


웃으면 도드라지는 턱살, 동근 어깨, 몰랑몰랑한 아랫배, 살짝 비껴 나온 겨드랑이 살까지 거울 속 내가 사랑스러웠다. 그날의 주인공은 나였기 때문에 메이크업의 실수나 헤어의 이상함도 크게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2023년 3월 1일, 딱 1년 뒤 내 몸무게는 67.5kg

목포에 내려와 1년 동안 잘 먹고, 잘 놀고, 활동량도 없이 8kg 가까이 살이 올랐다.


부모님은 나태해진 내 모습을 보고는, 몸 관리를 너무 안 하는 게 아니냐며 핀잔을 주었다.

남편은 계속 살이 빠지는데 혼자만 증량을 하고 있으니 아이러니였다.


그러다 최근에 남편이 왜 살이 빠지고 탈모 증상이 왔는지 알게 되었다.

이후 한 달 동안 나도 남편과 고민을 나누며 같이 살이 빠지고 있다.


4월 8일 오늘, 체중계에 올라가니 정말 오랜만에 보는 숫자가 깜빡거린다.


62


37일 동안 정확히 5kg이 내 몸을 떠났다.


딱히 체중을 줄이려고 노력한 적 없다.

단지 음식물이 소화가 되지 않아 우유나 음료수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


어제 먹은 것은 두부 1/4모, 친구가 사준 핫초코가 전부다.


운동 없이 이렇게 극심한 몸무게 변화가 있어도 되는 건지, 병이 생긴 건가 의심이 들기도 하지만

원래 과체중이었기에 정상 체중 범위로 돌아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저체중이 되면 문제가 되겠지만, 아직까지는 1년 동안 증량한 몸무게가 서서히 제 자리를 찾아가는 느낌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알게 된 것이 있다면

내게 식욕은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정말 중요한 욕망이었던 것이다.



식욕이 없으면 의욕이 없다.

점심에 뭘 먹을까, 저녁에 뭘 먹을까 내일이 기대되지 않는다.


소식자들은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몰랐는데, 이제는 이해할 수 있다.


첫 직장 생활할 때, 친하던 과장님은 중요한 보고나 문서가 있을 때면 점심도 안 드시고 일만 하셨다.

속이 불편하다며, 내게 야채김밥 한 줄만 사 와달라고 했다.


그렇게 점심에 사다 준 김밥을 2알 3일 정도 드시고는, 반 이상을 야근할 때까지 더 드시지 못하셨다.

내가 걱정스러워서


"이 과장님, 저녁은 같이 드시러 가시죠."라고 이야기하면

"나는 약 한 알만 먹고살았으면 좋겠어. 먹는 게 너무 귀찮아."라고 말하셨다.


"먹는 게 세상의 제일 큰 기쁨인데 약 한 알로 때우면 슬프지 않아요?"라고 대꾸했었는데

요즘은 그 과장님이 너무 이해된다.


내가 해야만 하는 일, 처리해야만 하는 것에 집중하면 음식 먹는 일도 피곤하다.


인생의 큰 기쁨 중 하나는 술이요, 하나는 술과 페어링 되는 안주와 음식들이었는데,

이제 두 가지를 다 못 먹게 되는 사는 낙이 하나도 없다.


새로운 즐거움을 시급하게 찾고 있는 이유다.

어릴 적 내가 좋아하던 일을 떠올리면 그림 그리기와 글쓰기였다.


누가 가르쳐 준 적이 없지만 자정이 넘을 때까지 다락방에 올라가 만화책을 베껴가며 그림을 그리고 일기를 썼다. 내 해방구였다.


글을 안 쓴 지 정말 너무 오래되었지만,

글과 그림이 내 인생의 기쁨으로 다시 돌아왔으면 한다.


기쁨과 함께 일상이 다시 여유를 찾았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2. 세상에! 식욕마저 무기력해지다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