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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ailit Apr 11. 2023

#4. 나는 왜 무기력을 반복하나_원인 찾기

무기력 극복 글쓰기_4일 차

무기력에 대해 글을 쓰기로 한지 4번째다. 정확히는 무기력 극복을 위한 글쓰기. 살기 위한 글쓰기다.

3번의 글쓰기는 무기력 증상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이번에는 왜 무기력해졌는지 그 원인을 스스로 파악해 보고자 한다. 


무기력해진 이유에 대해 생각하면 여러 가지가 있지만, 아래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급격한 환경의 변화

둘째는 친구, 소통할 사람, 관계의 부족

셋째는 일의 루틴함, 재미없음

넷째는 산전 우울증


가장 우선적으로 꼽은 급격한 환경의 변화는 2022년 결혼과 함께 시작되었다.

퇴사와 창업을 동시에 하였고, 10년 동안 하던 일이 아닌 새로운 일에 도전하였다.

일하는 환경이 변했고 매일 보던 직장동료들과도 안녕이었다. 


10년 서울 살이를 정리하고, 데이트로 몇 번 놀러 온 적이 다인 전라남도 목포 로 이사하였다.

혼자 살던 자취생활을 마감하고 둘이 사는 결혼생활로 변경되었다.


나라는 사람은 동일한데 내 주변에 만나는 사람, 자연환경, 일하는 환경, 친구, 가정생활까지 모든 게 변하였다. 인간은 급격한 환경 변화에 스트레스를 받고 우울감과 불면증 식욕감퇴에 시달리기도 하는데 그게 나라는 사람이었다.


진찰을 받으니 병명은 적응장애

자세한 설명은 아래 내용 참고.



적응장애適應障碍, adjustment disorder


어떤 스트레스나 충격적 사건을 겪은 후 정서, 행동적 부적응 반응을 나타내는 상태


가장 큰 원인은 특정한 스트레스에 대한 개인의 취약성이다. 정신적으로 받은 충격의 강도에 비해 지나치게 적응을 못하는 증세가 나타나는데, 직업·대인관계·학업 등 다른 분야에서도 장애가 나타난다. 정신적 충격 또는 스트레스가 해소되면 6개월 안에 증세가 없어지지만 스트레스가 계속된다면 지속될 수 있다. 모든 연령층에서 발생할 수 있지만 특히 청소년기에 많이 나타나고, 정신과 환자의 10%가 이 장애를 가지고 있다.


증세는 우울증, 불안증 등이 나타나는데 이것이 동시에 나타나기도 한다. 신체적으로는 수면장애, 자율신경계 항진 등의 증세가 생긴다. 그 밖에도 행동이 공격적으로 변하거나 과음을 하기도 하고,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기며,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이 증세가 6개월 이내에 사라지는 경우를 급성이라고 하고, 만성은 6개월 이상 지속되는 상태를 말한다.


치료를 위해서는 스트레스의 원인을 없애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부차적으로 개인 및 가족 상담, 이완훈련, 스트레스 적응 훈련 등 정신 치료를 시행하는데, 우울증이 심한 경우에는 항우울제를 투여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적응장애 [adjustment disorder, 適應障碍]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두 번째는 친구, 소통할 사람, 관계의 부재

목포는 내 고향이 아니다. 나는 초등학교 중학교는 경상도에서 나왔고 고등학교는 경기도, 대학은 강원도에서 졸업했다. 


회사에서 친해진 친구들도 서울에 있다. 원 가족은 강원도에 산다. 

깊이 있게 소통할 사람은 오직 남편뿐이다. 남편에게 더 기대고 의지하게 되는 악순환이다.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을 이야기할 상대가 전무하다.


심지어 나는 극 E 성향에, 지금도 카카오톡 친구 맺은 사람 수가 1700명이 넘는다. 

서울에 살 때는 주말에 오전 브런치 약속, 오후 차 마시고, 저녁 약속, 술 약속까지 기본 3-4개씩 약속이  있었다. 


극 I 성향인 남편은 집에서 혼자 있으며 에너지를 채우는 반면, 

나는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하고 경험하고 느껴야 에너지를 얻는데


이 에너지를 못 얻으니 상황이 더 어렵게 흘러가는 것 같다. 


좀 과하게 사람을 좋아하는 편이었어서 모임을 좋아하고 자주 만들어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눴다. 

오죽하면 친구들이 별명을 '리트리버'라고 했을까...

나를 알고 지냈던 친구들은 현재 내상태를 아무도 믿지 못할 것이다. 그들은 나를 자꾸만 '인싸'라고 불렀다. 전혀 인정할 수 없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어딜 가나 친구가 있었고 회사 가드, 경비아저씨와도 친했던 나는 인싸였나 보다.


그런데 여기서는 완벽한 아웃사이더다. 다 큰 어른이 갑자기 친구를 만들기가 어렵다는 것을 여실히 느끼고 있다. 친구를 사귀려고 독서모임도 가보고, 운동도 해보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 붙임성이 부족해서일까?


협동하고 활동적인 무언가를 만들어해야만 할 것 같다.


세 번째는 일의 루틴함, 재미없음

회사 일을 접고 목포에서 나는 작은 게스트하우스를 운영 중이다. 

콘셉트가 있는 공간을 만들어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신다. 

초반에 일할 때는 사람을 좋아하는 내 성격에 딱이라고 여겼고 실제로 재미있었다. 

그런데 코로나로 비대면 체크인이 익숙해지다 보니 손님들과 얼굴 마주칠 일이 점점 없어졌다. 

손님들의 체크인 시간도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며칠을 묵어도 얼굴을 못 본다. 


이제 오픈한 지 10개월 차 안정기에 접어들어 처음의 새로움이나 재미가 현격히 사라졌다. 

게스트하우스 일의 8할은 청소이기에 청소를 하고, 객실을 정비하면 하루가 지나간다.

루틴하고 루틴 한 일이다.


서울에서는 라스베이거스로 베를린, 런던, 밀라노로 매번 출장을 다니고, 매일매일 새로운 사람을 만나 미팅하고, 밤을 새워서 기획서를 썼다.

내가 서울의 직장 생활을 왜 그만두었는지 생각해 보면 평생 그렇게 출장만 다니며 명절도 없이 워커홀릭으로 살기 싫어서였다.


가정을 만들고 싶었고, 취미와 여가생활, 시간이 있는 삶을 원했다. 

결국 지금 내가 원하는 데로 시간은 많아졌는데, '일' 자체의 재미가 떨어지다 보니 성취감 부분에서 에너지를 많이 잃고 있다.

내게 목포에서의 10개월은 편안하고 안정적이었지만, 이 일을 과연 평생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돌이켜보니 나는 10년 동안 꽤 치열하게 살았던 것 같다.

남들의 24시간보다 더 격정적으로 시간을 쓰며 일에 매달렸었다. 혹자는 도파민 중독 아니냐고 묻기도 했는데, 일부 인정하는 바이다. 


지금의 루틴 한 일은 10개월 만에  손에 익었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일이라 더욱 흥미가 없다.


마지막은 산전 우울증

아이는 축복이다. 여전히 이 생각에 변함은 없다.

계획에 없던 임신이었지만, 나만의 가정을 만드는 것은 어릴 적부터 나의 소망이었기에 아이가 온 것은 행복했다. 


그런데 임신을 처음 해봐서 그런지 이 파괴적인 호르몬 녀석에 적응을 못하겠다. 

길 가다 갑자기 눈물이 흐르지 않나, 웃겼다가 슬펐다가 감정 기복이 롤러코스터 수준이다.

게다가 입덧도 처음에는 먹덧이라 걸신들린 것처럼 먹었다가, 이제는 울렁거리고 체할 것 같고, 양치만 하면 토할 것 같음을 반복하고 있다. 몸도 추웠다가 더웠다가 이성으로 통제할 수 없다.


인간이 아니라 흡사 짐승이 된 기분이다. 하루 종일 배 멀리를 하고 있는 느낌에 좋아하는 음식도 못 먹고, 우유나 물로 연명 중이다.


찾아보니 산전 우울증 증상이다. 임신한 산모의 30%가 겪는 일이라고 한다. 산전 우울증은 방치하면 산후 우울증으로 이어지기에 각별히 관리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어차피 임신해서 약도 먹지 못한다. 할 수 있는 일이란 것은 친구들과 가족들의 힘을 빌려 극복해야 한다. 그래야 태아도 산모도 건강하게 출산까지 갈 수 있다. 


내가 왜 무기력에 빠졌는지 스스로 파악한 원인은 이렇게 네 가지다.


찾으면 더 찾을 수 있겠지만 큰 갈래로는 이 정도고, 다음 편에는 이제 각 원인에 맞는 해결책에 대해 고민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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