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 때문에 난리다. 강 건너 불이 어느새 나의 일상이 되었다. 안 그래도 미세먼지 때문에 한동안 감금 생활이었는데, 이제는 바이러스 때문에 날이 좋아도 나가질 못한다. 비축해둔 마스크도 점점 바닥이 나고 있다. 불과 몇 달 사이 마스크 가격은 몇 배나 올랐지만 그나마도 구할 수 있으면 다행이다. 참 힘든 시기다. 생각해보니 이런 일이 몇 번 있었다. 그때마다 마스크 쓰고, 잘 씻고, 최대한 외출을 줄이는 것 외에는 딱히 방법이 없었다.
직장에 다닐 때, 회사 상황이 힘들거나 맡은 프로젝트가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회의 석상에서는 늘 이런 말이 오갔다. “Back to basics!” 상황이 좋지 않으면 우선 마음이 조급해진다. 조급해지면 판단능력이 떨어지고, 실수가 잦아진다. 어떤 실수는 사소하지만, 어떤 실수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일으킨다. 따라서 사소한 실수를 막으려면, 판단능력을 떨어트리지 않으려면, 그리고 조급하지 않으려면 아주 기본적인 것부터 확인해야 한다는 뜻일게다.
우한 폐렴으로 벌써 몇백 명이 확진을 받고 몇 명이 죽었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또 일어나고 말았다. 이런 때는 아무리 믿음으로 단단히 무장해도, 돌아서면 한여름 덩굴처럼 불안이 껑충 자란다. 달아날 수 없는 죽음의 덫에 갇힌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 또한 결국 끝이 난다. 살아남은 이들은 다시 평온한 일상을 보낸다. 그런 일이 있었는지조차 잊고.
이미 벌어진 일이다. 일단 각자 건강하게 버티는 것이 중요하다. 잘 씻고, 마스크 꼭 하고, 사람 많은 곳에 가지 않기. 기본적인 것만 잘 지키면 언제 그랬냐는 듯 지극히 평범했던 일상이 다시 우리에게 돌아오리라 믿는다. 사랑하는 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하늘이 맑은 날에는 외출하고, 시간 나면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그런 일상이.
그러고 보면 행복은 아주 기본적인 것에서 시작되는 게 아닌가 싶다. 나의 경우는 어떨까. 우선 가장으로서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기본이다. 아들로서 형제로서 그리고 친구로서 상대에게 자주 안부를 묻고 때때로 만나 우정을 다지는 것이 기본이리라. 일하는 사람으로서는 또 어떤가. 주어진 일을 나의 사명으로 여기고 조금이라도 더 발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 기본이다. 내가 있음으로 무언가는 더 나아져야 하지 않겠나. 대한민국 시민으로서,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능력 안에서 힘든 이웃의 필요를 채워주는 것이 기본이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크리스천으로서, 더 자주 말씀을 읽고 기도하는 것이 기본이라 생각한다. 불평할 시간에 감사 거리를 하나라도 더 찾고, 변변찮은 재주지만 글로 하나님을 찬양하고, 때때로 복음을 전하는 것이 기본이다. 허락하시는 상황에 아멘으로 화답하고 나아가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아이에게 성경을 읽어주는 것도 빠트릴 수 없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변치 않는 절대적인 기준을 알려주는 일이니까.
Back to basics! 결국 중요한 것은 기본이다. 상황이 어떻든 간에 꼭 해야 할 일을 하면서 하루를 보내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길이자, 행복의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