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싸라 Dec 08. 2023

제대로 된 콘텐트는 대부분 유료다.

돈 주고 살 것인가 아니면 이용하면서 계속 돈을 낼 것인가

 "아빠, 이거 깔아도 돼?"


 우리 집은 온라인게임과 관련된 몇 가지 '규칙'을 갖고 있다. 처음부터 만든 건 아니고, 어쩌다 보니 자연스럽게 하나씩 하나씩 추가됐다. 가령 이런 식이다. 딸이 쓰고 있는 패드(저렴한 버전의 갤럭시패드)에 새로운 모바일 게임을 하나 깔려면 기존 게임앱을 하나 지워야 한다. 또, 깔기 전에 아빠에게 그 앱에 대해 확인을 받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서로 약속한 주간 전체 이용시간 범위 내에서 스스로 시간을 배분해 즐길 수 있다.


 딸이 점점 커갈수록 친구들과의 관계를 통해 새로운 놀이(게임을 포함해)를 더 많이 접하고 있다. 서로의 취향이나 배경 등이 다르니 관계를 통해 새로운 걸 접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럽다. 그러다 보니 친구들과 놀고 온 다음 날 자연스레 새로운 게임 앱을 깔고자 갈구해 올 때가 있다. 사실 내가 보는 건 몇 개 없기도 하거니와 특별한 것도 아니다. 일단 전체이용가인지 여부를 보고, 서비스하고 있는 게임사(개발사 혹은 퍼블리셔)가 어딘지를 본다. 그리고 인앱 구매(앱을 실행한 후 내부의 상점을 통해 아이템 등을 구매할 수 있는 기능)에 대한 내용과 광고가 있는지 정도를 본다. 요 정도 살펴본 후 대부분은 오케이 하는 식이다.    


 대부분은 엄청 단순한 게임이다. 손가락을 패드에 대고 캐릭터를 요리조리 움직여 장애물을 피해 목적지까지 가면 한판이 끝난다. 이런 게임들은 거의 전부 무료로 깔 수 있다. 이런 게임들의 공통점이 있는데 한판 할 때마다 '인게임 광고'를 무조건 봐야 한다는 거다. 마치 유튜브 유료회원이 아니면 비디오 사이사이에 '광고'를 보는 것과 같다.


 하루는 주말에 열심히 패드 위에서 손을 놀리고 있는 딸을 보며 물어봤다. "딸, 이거 한판 할 때마다 광고 뜨는데 귀찮지 않아? 한판 한판도 시간이 엄청 짧은데 말이야. 너무 불편할 것 같은데, 괜찮아?"

 딸은 한 손으로 앱을 내렸다 올렸다 하며 자연스럽게 광고를 끄고는 대답했다. "처음엔 불편했는데, 이렇게 내렸다 올리면 광고 금방 꺼지게 할 수 있어. 근데 좀 불편하긴 해"


 이렇게 말하고 행동하는 딸을 보며 한편에선 놀라움과 대견함을 느꼈지만 사실 이 얘기의 반전은 지금부터다. 이 일이 있은 후 딸의 어깨너머로 본 게 있다. 딸이 모든 '광고'를 그렇게 바로 내리진 않는다는 걸. 어떤 게임 광고는 끝까지 보기도 하고, 때에 따라 관심을 가지고 나에게 말할 때도 있다는 것을. 세상엔 공짜가 없고, 견물생심이라더니 맞는 말이다.


 지난주 일요일 아침 모처럼 여유롭게 늦게 일어나 침대 위에서 꼼지락 하며 딸에게 닌텐도 스위치를 가져와 보라고 했다. 혹시 수박게임 들어봤냐고 하니 본 적 있다며 화색을 띤다. 그 자리에서 온라인샵에 접속해 2,500원짜리를 결제하며 같이 놀자며 건넸다. 같은 과일을 두 개 합치면 다음번 과일이 되고, 최종적으로 수박을 만들며 높은 점수를 올리는 정말 단순한 게임이다. 하지만 현재 놓여 있는 과일의 구성을 보고 다음번에 올 것을 보며 계속 고민해야 하며 플레이해야 하기에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 수박을 만들듯 말 듯,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는 딸을 보며 물었다.


"광고 없으니깐 좋지?"


딸이 대답한다. "우와, 닌텐도에 2,500원짜리 게임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광고 없으니깐 너무 좋아 아빠!!"

작가의 이전글 실례지만 잠시 나이 확인 하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