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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싸라 Mar 22. 2024

친구들과 노는 게 제일 잼나요

누구와 함께 놀고 계신가요 (게임)

 딸은 언제나 놀고 싶어 한다. 친구들과 다른 일로 만났고, 그 일이 끝났다고 하더라도 바로 가질 않는다. 가령 주말에 친구들과 한 달에 한번 있는 박물관 탐방 투어를 마친 뒤에는 '이제부터 친구들과 좀 놀고 싶다'라고 하거나 놀이를 마칠 시간이 다가올 무렵 '좀 더 놀고 싶어요'는 뭐 자동으로 나오는 멘트다. 또 금요일 오후만 되면 동네 친구와 놀고 싶어 안달이다. 눈 옆 피부 질환이 금방 낫질 않아 병원에 가보려고 금요일에 시간을 잡으려 치면 친구와 놀아야 되는 시간이라며 안 된다며 성화다. 다 놀고 각자 집으로 가더라도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시간을 정해 '동물의 숲'의 각자 섬에 놀러를 한 번씩 가야 성에 찬다. 이렇게 딸은 끊임없이 자신의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얘기 나누며 놀고 싶어 한다. 


 이렇게 에너지 넘치는 딸임에도 불구하고 뭔가 쭈뼛할 때가 있다. 바로 자기가 잘 모르거나 혹은 처음 보는 또래 등을 만났을 때다. 그땐 웬만큼 심심하지 않거나 상대방에 대한 호기심이 없다면 다가서서 말을 걸기는커녕 관심조차 주지 않을 때가 많다. 즉, 딸도 예전부터 알고 지냈던 친구들과 노는 게 대부분이다. 새로 만난 또래라고 할지라도 적어도 얼마간은 서로가 맞는지 조금은 시간을 보내 확인하고, 맞는다 싶으면 그제야 본격적으로 놀기 시작한다. 즉, 딸도 놀 때는 모르는 사람이 아닌 친한 친구들과 함께 한다. 


 현실에서 이런 딸의 모든 놀이 과정을 부모인 우리는 아직까진 거의 99% 알고 있다. 아니 믿고 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우리가 모르는 딸의 관계가 더 많아질 거다. 나보다는 딸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아내의 경우, 딸의 친구들 이름도 대부분 알고 있고, 그들 사이에 어떤 일들이 발생하고 있는지도 대충 알고 있다. 우리 가족을 예로 들어 설명하긴 했지만, 아마도 자식들과 정상적인 유대관계를 맺고 있는 가정이라면 우리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즉, 우린 우리 자녀들이 현실에서 어떻게, 누구와 놀고 있는지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이 부분에선 오히려 관심이 지나치진 않을까 염려하는 게 더 현실적일 것 같긴 하다. 


 근데 오프라인에서는 이렇게나 많던 관심이 온라인에서는 어떨까? 우리의 자녀가 온라인에서는 누구와 놀고 있고, 어떻게 놀고 있는지 오프라인만큼 우린 알고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온라인게임 업계에서 일하며 부모-자녀를 함께 업무적으로나 업무 외적으로 만났을 때 공통으로 듣는 얘기가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이거다. 


'게임을 잘 몰라서 자녀가 구체적으로 어떤 게임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누구랑 하고 있는지를 모르겠다.' 


근데 이런 개인적인 경험이 그저 특수한 사례가 아니구나라고 최근 느낀 적이 있다. 싱가포르 정부기관 중 디지털과 관련된 정책을 다루는 MCI (Ministry of Communications and Information)에서는 최근(2024년 2월) '자녀들의 온라인 게임 활동에 대한 부모들의 낮은 인식'에 대한 조사 결과 및 인식 제고 방법에 대해 발표한 바 있다. 아래는 MCI의 현황 조사결과 중 일부다. 


- 청소년의 1/3 정도가, 때때로 혹은 자주, 모르는 이들과 함께 온라인 게임을 하고 있다. 

- 부모의 약 30%만이 자녀가 누구와 게임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 (*즉, 70%는 모른다는 얘기다.)


 우리는 왜 자녀(*만 19세 이전까지)의 현실세계엔 그렇게도 관심이 많으면서 온라인은 그렇지 않은 걸까?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참 다른 환경처럼 느껴지지만 '경험'의 관점에서 보면 비슷하다. 사실 우리 딸뿐만 아니라 나조차 오프라인에서는 모르는 사람(또래가 아닌 사람 포함)과 노는 몇몇 상황(i.e. 여행지, 젊었을 소개팅 등 모르는 이들과 연결돼 새로운 경험을 하려는 목적을 가지고)제외하면 본능적으로 경계한다. 따지고 보면 그럴 이유가 딱히 없기 때문이다. 물론 온라인은 상대방이 누군지 모르기에 오프라인에서 노는 것과는 다르다. 즐기고 있는 온라인 게임이 명이 함께 해야 플레이 가능하다면 그럴 있다. 롤이나 오버워치를 하는데 친구 5명이 모두 모여 있을 없는 법이니까. 또, 상대가 있는 게임이기에 모르는 이들과 만나는 너무 자연스럽다. 하지만 반드시 게임 보이스 채팅 기능을 켜놓거나 디스코드로 모르는 이들과 연결해 대화를 해가며 플레이할 필요는 없다. 더군다나 이렇게 연결된 모르는 이와 계속해 얘기를 나눌 필요는 더더욱 없고. 


 MCI에서 제시한 제고방법은 사실 단순하다. 주요 테크회사(i.e. 구글, 메타, 바이트댄스, X 등)와 협업해 부모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안전 디지털 안내 자료'를 배포/안내/교육을 하자다. 그 자료에는 자녀의 디지털 안전을 위해 기술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방법이 포함된다. Parental Control, 프라이버시, 신고방법 등이 그 세부 내용이다. 온라인이라는 세상이 복잡해서 게임 내용이 복잡해서 접근하기 어렵다면 이런 부분도 분명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될 테다. 하지만 우린 이미 알고 있다. 이런 시스템이 잘 작동할 수 있기 위해서는 부모-자녀 간에 사전에 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근데 오프라인에는 우린 이미 어느 정도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더 놀고 싶어요', '몇 시까지 놀게요', '누구랑 놀고 싶어요' 등등 자녀가 커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이런 얘기가 오고 간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런 대화를 온라인 관련해서도 나눠야 한다는 거고.  


 마지막으로 자녀의 온라인 활동에 관심을 가지기 위해 어떻게 합시다라는 뻔한 얘기보다는 Jane McGonigal이 'Reality is Broken'에서 '게이머에게 드리는 현실적인 조언' 중 한 대목으로 마무리한다. 


2. "Playing with real-life friends and family is better than playing alone all the time, or with strangers. 현실 세계 친구들과 가족들과 노는 게 혼자 혹은 모르는 사람들과 노는 것보다 좋아요.


Gaming strengthes your social bonds and builds trust, two key factors in any positive relationship. 게임은 긍정적인 관계를 위한 주요한 두 가지 핵심 요소인 사회적 유대 강화 및 신뢰를 구축합니다. And the more positive relationships you have in real life, the happier, healthier, and more successful you are. 현실세계에서 여러분이 더 긍정적인 관계를 맺을수록, 당신은 보다 행복하고, 건강하고 성공할 수 있습니다. 


You can get mental and emotional benefits from single-player games or by playing with strangers online - but to really unlock the power of games, it's important to play them with people you really know and like as often as possible. 혼자 플레이하거나 모르는 이들과 온라인으로 플레이하더라도 정신적, 정서적 혜택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의 진짜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자주, 당신이 정말 잘 알거나 좋아하는 이들과 노는 게 중요합니다. 


A handy rule of thumb: try to make half of your gaming social. 경험에서 말씀드리면, 게임시간의 절반을 사회활동으로 만들어 보세요. If you play ten hours a week, try to play face-to-face with real-life friends or family for at least five of those hours. 만약 주당 10시간을 플레이한다면, 적어도 5시간은 현실 세계 친구들 혹은 가족들과 같이 함께 플레이하세요. 


And if you're not a gamer yourself but you have a family members who plays games all the time, it would do you both good to play together. 만약 당신이 게이머가 아니고 가족 중 게이머는 있더라도 같이 플레이한다면 모두에게 좋을 거예요. (Even if you think you don't like games! 비록 당신이 게임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말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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