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의 기능을 갖고 있는 것
모든 문장이 S+V로만 이뤄져 있다면 얼마나 간단할까요? 물론 어떤 경우엔 그저 대명사(가령 거시기 등등) 하나로나 혹은 간단한 동사(나이 들면 이상하게 명사가 생각이 안 나 자꾸 동사로 그 단어를 설명하긴 하지만) 만으로도 내 뜻을 전달할 수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드뭅니다. 이유야 어쨌든 저희는 길게 말하거나 길게 쓰여 있는 글을 읽으며 삽니다. 근데 복잡해진 말과 글을 접할 때 모국어를 쓸 때는 잘 못 느끼지만 외국어를 배울 때는 본능적으로 느낍니다. 아, 복잡해.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어. 그래도 읽는 건 조금 낫습니다. 하지만 외국어로 말해야 하거나 몇 마디 문장이라도 써야 할 때는 참 난감합니다. 왜 자꾸 문장이 S+V 밖에 나오지 않는 건지 머리는 하애 집니다. 딸의 옆에 앉아 영어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지금 흔들리는 딸의 눈빛에서 그 생각을 읽고 있습니다. 아래 문장과 비슷한 것들을 두고 딸은 한숨 쉬며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습니다.
Her pride did not allow her to show her grief in public.
딸은 S(Her pride)와 V(did not allow)를 찾아 해석했습니다. 그리고 모르는 단어 grief의 뜻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완전히 이해되지 않는 표정입니다. 비슷한 예입니다.
A rabbit's large ears enable it to hear the slightest sound.
역시 이번에도 S(A rabbit's large ears)와 V(enable)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이 문장을 완벽하게 이해한 것처럼 보이진 않았습니다. 좀 더 복잡한 예시로 볼까요? 아래는 제가 subs 중인 Quartz의 daily newsletter 중 한 문장입니다. 미리 밝히자면 이 정도 복잡한 문장은 절대 다루지 않습니다. 그저 예시일 뿐입니다.
Costco shrugged off tariff concerns. Despite rising costs, the retailer’s bulk-buying model has customers snapping up groceries and electronics.
위 세 문장의 공통점은 문장 내에 to-v 혹은 v-ing를 갖고 있고 그 뒤에 단어(들)가 또 나온다입니다. 한 2주가량 간단한 문장의 S와 V만 열심히 찾았는데, 딸은 뭔가 한 방 맞은 기분입니다. 엉덩이는 들썩들썩, 입은 삐죽빼죽, 재미없다는 기분을 누구나 알 수 있는 바디랭귀지로 표현 중입니다. 자, 이걸 어떻게 설명하면 이 친구의 눈높이에 맞을까를 고민해 왔는데 이젠 부딪혀야 할 때입니다. 전 이렇게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저: 이번 주말에 우리 딸 가고 싶은데 있어?
딸: (잠시 생각하다) 응, 수박 빙수, 망고 빙수 먹고 싶어. 왜 있잖아. 지난번에 갔던 거기 호텔 로비에 있던 데 말이야. 거기 너무 맛있었어.
저: 오, 그래? (헉, 거긴 너무 비싼데...) 그럼 지금 얘기한 걸 영어 문장으로 한번 만들어 볼까?
딸: 어떻게? 아빠가 도와줘.
저: 물론이지. 자, 그럼 만들기 쉽게 문장을 나눠볼까? 우선 "나 이번 주말에 그 호텔에 가고 싶어요."부터 시작해 볼까?
딸: I want to go to that hotel.
저: 이번 주말이 빠졌는데?
딸: (이번 주말이 뭔지를 검색한 후) I want to go to that hotel this weekend.
저: 그럼 이번엔 거기서 수박 빙수와 망고 빙수를 먹을 거예요.
딸: I will eat water-melon 빙수 and mango 빙수.
저: 거기서가 빠졌네. 그리고 빙수는 shaved ice로 바꿀까?
딸: (몇 번의 과정을 거쳐) I will eat an shaved ice of water-melon and mango at that hotel.
저: 자, 이젠 이 두 문장을 하나로 합칠 거야. 반복되는 건 한 번만 쓸건대, 아빠가 좀 도와줄게.
딸: (몇 번의 과정을 거쳐) I want to go to that hotel and will eat an shaved ice of water-melon and mango there.
저: 이 문장을 아빠가 이렇게 고쳐 볼게. I want to go to that hotel to eat an shaved ice of water-melon and mango. 어때? 이 문장이 무슨 뜻인지 이해되지?
딸: (이미 위 과정을 거쳤기에) 응, 무슨 말인지 알겠어.
저: 아빠가 한 문장에는 하나의 main S와 V만 있다고 했잖아. 근데 상세하게 얘기하려면 또 다른 V가 필요할 때가 있거든. 근데 한 문장에는 V가 하나밖에 없으니깐 다른 것들은 모양을 변화시켜. 그 기능(동사로서의)은 갖고 있는데 말이야. 앞으로 볼 to-v, v-ing 또는 v-ed가 바로 그런 것들이야. 가령 먹는데(eat) 무얼 먹을지 얘기하고 싶을 때 있잖아. 딸이 수박 빙수랑 망고 빙수 먹고 싶다고 한 것처럼 말이야. 얘네들도 형태는 다르지만 동사로서의 기능은 여전히 있어. 그러니깐 이제부턴 S와 V를 우선 찾고, V의 기능을 갖고 있는 것이 있으면 걔네들을 한 무리로 보는 연습을 해볼 텐데 괜찮아?
딸: (앞으로 다가올 수많은 난관은 전혀 모른 채) 좋아.
이렇게 또 한 고비 넘어갑니다. 다음번에는 할 얘기가 많을 때 여러 문장을 잇는 법과 단어에 대해 보다 상세한 설명을 하고 싶을 때 잇는 법을 다룰 예정입니다. 어려운 단어로 표현하면 이렇습니다. 각각 독립적이거나 혹은 다른 문장에 종속적이거나. 무사히 계속 진행됐기를 기원하며 다음번 ep3에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