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4 문장을 잇는 법, 두 번째
무언가 좀 더 설명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이게 이름은 무엇인데, 어떤 맛과 향을 갖고 있고, 모양은 어떤지, 그래서 어떤 점이 마음에 드는지 등등 막 더 상세하게 얘기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언젠가부터 딸은 공차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우연히 친구들과 함께 먹은 후 그 맛이 인상 깊게 남았나 봅니다. 그중 '타로 밀크티'를 특히나 좋아합니다. 아니, 이것만 좋아합니다. 보라색의 달달하면서도 시원하고, 또 안에는 쫄깃쫄깃한 암갈색의 동그란 펄도 맛난다고 합니다. 이제 딸에게 문장을 잇는 법에 대한 두 번째 수업을 진행할 준비가 된 것 같습니다. 좀 더 설명하고 싶은 단어와 문장을 잇는 방법에 대해 말이죠.
저: 딸, 공차 좋아하지?
딸: 당연하지. 타로 밀크티 너무 맛있어. 또 사 먹으러 가자 아빠.
저: 좋지. 근데 그 타로 밀크티에 대해 설명해 줄 수 있어?
딸: 음... 보라색인 데다, 안에 얼음이 들어가 있어 시원해. 그리고 당도를 30%만으로 조절해서 먹어도 충분히 달아. 그리고 그 안에 펄이랑 같이 먹으면 쫄깃쫄깃 재미도 있어.
저: 그럼 이걸로 문장을 2개 만들어 볼까? 하나는 나는 타로 밀크티를 좋아합니다. 그리고 타로 밀크티는 보라색이고, 얼음이 있어 시원하고, 달콤한 데다 펄이 있어 쫄깃쫄깃 씹어 먹는 재미도 있어요.
딸:...
저: 아빠가 도와줄 테니 일단 '나는 타로 버블티를 좋아합니다.'부터?
딸: 좋아. 근데 왜 버블티야?
저: 요런 거 보고 보통 버블티라 표현하거든. 그래서 영어로는 버블티로 쓸 거야.
딸: 좋아. 이건 쉽지. I like Taro bubble tea.
저: 오, 좋은데. 그럼 다음번엔 타로 버블티는 보라색이고, 시원하고, 달콤한 데가 펄이 있어 쫄깃쫄깃 씹어 먹는 재미도 있어요.
딸: (눈으로 몇 차례 욕 비슷한 것을 날리고 나서 몇 번의 도움을 받은 후) Taro bubble tea is a color of purple, cold with ice, sweet and fun with chewing some Tapioca pearls.
저: 이 두 문장을 합칠 텐데, 중복되는 게 하나 있네.
딸: Taro bubble tea
저: 오케이. 그럼 이 둘을 하나로 이어볼게. 그럼 이렇게 돼. I like Taro bubble tea which is a color of purple, cold with ice, sweet and fun with chewing some Tapioca pearls. 이번에 배울 문장을 잇는 두 번째가 바로 이거야. 뭔가 더 설명하고 싶은 단어를 어떻게 문장으로 연결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말이야. 짧은 걸로 하나만 더 볼까? There is a book. A book is written in English. 이걸 하나로 연결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위 방법처럼 말이야.
딸: There is a book which is written in English. 이거 맞아?
저: 딩동댕. 하나만 더 해볼까? 이건 어때? There was the book. I bought the book.
딸: 이건 뭔가 좀 다른데... 붙어 있지 않잖아. 못하겠어.
저: 책은 책인데 어떤 책이야?
딸: 내가 샀던 책.
저: 그럼 앞에 방식으로 잇는다고 생각하고 which를 쓴다면?
딸: There was the book which I bought. 이렇게?
저: 와우! 이야 최고다 최고.
딸: (우쭐우쭐)
저: 아빠가 쉽게 설명하려고 딱 2가지 예만 보여주긴 했는데, 앞으로는 더 다양한 것들을 보게 될 거야. 가령 사람이라면 who, 사물이라면 which나 that, 그리고 where 이런 것들도 쓰는 경우도 있어. 이런 건 앞으로 배워가면서 차차 알아가면 될 것 같아. 중요한 건 딸이 뭔가 더 설명하고 싶을 때 이렇게 공통되는 것들은 이어주는 단어들로 바꿀 수 있다는 거야. 앞으로는 이런 which나 that, who 이런 것들을 문장 중간에 발견하게 되면 뭔가 앞에 있는 것을 상세하게 설명하려고 하는구나라고 생각해 볼까?
딸: (잘은 모르겠지만 뭔가 알아들은 척하며) 좋아.
딸이 영어를 배우고 있는지 얼마 되지 않기에 아직은 갈 길이 멉니다. 사실 뭐 저도 영어를 사용해서 밥 벌어먹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멉니다. 외국어는 그런 것 같아요. 당연히 끝도 없고, 언어라서 항상 새로운 게 계속 생기기도 하고. 근데 또 한동안 안 쓰면 팍팍 줄고. 위 설명이 접속사(conjunction)와 관계사(relative pronoun/ adverb)에 대한 완벽한 설명은 아닐 겁니다. 그래도 딸과 함께 이런 시간을 보내고 이 친구의 눈높이에서 설명하려고 애쓰는 이 시간이 즐겁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대로 끝내면 뭔가 아쉬우니 Oaktree insights에서 보내오는 newsletter 중 아래 한 대목만 더 가져와 봤습니다. 딸이 이 문장을 보고 이해할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말에요. somebody를 더 설명하려고 who로 연결했구나라는 것을 눈치챈다면 말이죠.
We are in business to buy assets for less than they’re worth. But that requires cooperation from somebody else who’s willing to sell it to us for less than they’re worth.
자, 다음 시간은 딸과 함께 영어 공부하기의 마지막 시간입니다. 돌고 돌아 다시 S와 V입니다. S와 V는 너무너무 중요합니다. 이 S는 구체적(명사)이거나 뭉툭(대명사) 거리 거나, V는 단독이거나 누군가(preposition)와 함께 오거나입니다. 딸이 외국어를 배우는 흥미를 계속 이어가기를 희망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