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저 게임이 하고 싶어요

얼마나 쓰면 적당할까요

by 이싸라

평범한 주말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드러누워 있기엔 아내의 눈길이 따갑습니다. 주말인데 그래도 뭐라도 해야 된다는 무언의 압박감이 느껴집니다. 자연스레 전 툭 던집니다. "날도 좋은데 용산 아이파크몰이나 갈래?"


계획 없이 간 몰(mall)에서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건 역시 아이쇼핑(eye-shopping)입니다. 두런두런 이곳저곳을 걷다가 갑자기 문득 한 생각이 제 머리를 스쳐 지나갑니다. 바로 닌텐도 팝업 스토어였습니다. "이야, 빙고. 드디어 하나 찾았다. 놀러 가자 얘들아!"


호기롭게 외치고 닌텐도 팝업 매장이 있는 곳으로 저희 가족은 한달음에 달려갔습니다. 근데 아내는 곧바로 저의 무능과 아저씨스러움에 대해 지적하며 한 마디 합니다. "이 사람이 아직도 세상 물정 모르네. 미리 예약 안 하면 들어는 갈 수 있을 것 같아?" 전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살포시 반항해 봅니다. "그래도 현장 예약도 있겠지. 일단 얼른 가보자. 혹시 모르잖아. 예약해 놓고 안 오는 사람들을 위해 현장 대기도 바로 될지."...


... 는 어불성설. 주말, 서울시내, 인기 IP(지적재산권)의 팝업 매장과 사전 예약을 우습게 봐도 너무 우습게 봤나 봅니다. 사전 예약자들의 길게 늘어선 줄 그리고 일치감치 마감된 현장 예약. 근처 스텝들을 붙잡고 혹시라도 가능할까 싶어 물어봤지만 역시나 허사입니다. 뭐, 어쩌겠습니까. 일단 후퇴해야죠. 하지만 그냥은 못 갑니다. 비록 팝업 매장은 못 가더라도 아쉬움은 달래야 합니다. 저희는 곧바로 6층의 상설 매장으로 향합니다.


그렇게 도착한 6층에서 저희 딸은 제 손을 잡고 한쪽을 향해 달려갑니다. "아빠, 커비의 드림 뷔페가 있어요. 저건 크리스마스 때 사주기로 약속했죠?"


제 딸과 저는 같이 하는 게임을 즐깁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닌텐도 스위치의 몇몇 타이틀은 저희가 가장 좋아하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해온 게임이 다섯 손가락은 가볍게 넘습니다. 누가 저희 집에 놀러 오느냐 혹은 기분에 따라 즐기는 타이틀이 달라집니다. 가장 처음에 한 게임이 저스트댄스(Just dance)입니다. 예전에 딸이 독감에 걸려 닷새간 집에만 있어야 할 때가 있었습니다. 이건 그때 딸을 위로해 주기 위해 했던 게임입니다. 독감에 걸린 후 이틀 정도 지났을 무렵이었습니다. 열도 잡히고 상태도 호전됐지만 밖을 나갈 수는 없었습니다. 그런 딸이 안쓰러워 먼지만 뽀얗게 쌓이고 있던 닌텐도 스위치를 꺼냈습니다. 딸에게 뭐가 어울릴지 고민하다 전 이 저스트댄스를 찾았습니다. 곧바로 결제하고 딸을 거실로 불렀습니다. 그렇게 한 시간 동안 조이콘(게임 컨트롤러)을 각자의 손목에 차고 화면에 나오는 댄서의 움직임에 맞춰 신나게 췄습니다. 그 후 집에만 갇혀있던 3일 동안 매일 저녁 꼬박꼬박 한 시간은 같이 춤추며 놀았습니다. 이 게임이 바로 저희 부녀가 함께한 최초의 게임입니다.


이후 제 딸은 자연스레 이 닌텐도 스위치로 친구들과 종종 놀게 됩니다. 학교 친구들과 분기에 한 번쯤 '동물의 숲' 온라인에서 만납니다. 엄마의 핸드폰을 빌려 카톡의 그룹통화로 대화하며 각자의 섬으로 놀러 갑니다. 반면 유치원 때부터 만나온 동네 친구들과는 다른 타이틀을 즐깁니다. 이들은 저희 집에 놀러 오면 '음악 따라 부르기', '블록 쌓기' 그리고 '슬라임'을 하며 놉니다. 그러다 거실로 나와 닌텐도로 춤도 추고, 말랑말랑 두뇌게임도 하고, 마리오 파티로 미니게임을 즐기기도 합니다. 그러다 두 명이 한 팀이 돼 운동게임인 '링핏'을 할 때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얼마나 썼는지를 계산한 적이 있습니다. 대략 7년 동안 40만 원 정도니, 한 달에 6천 원 정도인 것 같습니다. 초롱초롱한 눈으로 제 손을 잡고 있는 딸이 사고 싶어 한 '커비의 드림 뷔페'는 생각보다 가격이 저렴합니다. 아마도 콘텐트 양이 많지 않아 그런 것 같습니다. 근데 그 순간 뭔가 짠한 생각도 듭니다. 2만 원도 안 하는데 이걸 크리스마스 때까지 기다리게 해야 할까라는 마음에 말이죠. 물론 사고 싶은 걸 그 자리에서 모두 다 사줄 순 없는 법입니다. 그리고 딸에게 한 번씩 되뇌기도 합니다. 하고 싶은 게임이 있다고 무조건 다 살 순 없는 거라고. 그렇게 어느 가정에서나 하는 일반적인 약속을 저희도 지켜나가려 노력합니다. 하지만 그 순간 뭔가 안쓰러운 마음에 물어봅니다. "딸, 이거 지금 서줄까?" 그러자 딸이 말합니다. "아니, 괜찮아. 크리스마스 때 사기로 약속했잖아. 그리고 지난번에 아빠가 사준 동물의 숲 해피홈 파라이다이스도 아직 재밌게 하고 있어. 그때까지 기다릴게."



놀이에 얼마를 쓰면 적당할까요? 그리고 게임에는 얼마를 쓰면 적당할까요?


이 질문은 사실 답이 없습니다. 하지만 가끔 모바일게임에 아이들이 몇 백 혹은 몇 천을 썼다는 충격적인 기사를 볼 때면 '이건 좀 잘못된 것 같은데'하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게임이길래 이렇게나 쓰도록 내버려 두는 걸까. 또, 저렇게 쓸 때까지 부모님들이 어떻게 모를 수가 있는 거지 하는 생각도 함께 들고요.


재밌는 건 이를 시스템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곳도 있다는 겁니다. 어떤 국가에서는 청소년이 쓸 수 있는 금액을 정해놓기도 합니다. 일본이 그렇습니다. CESA (Computer Entertainment Supplier's Association)는 '권고'의 수준으로 가이드라인 냈습니다. 이에 큰 기업들은 15세 미만에게는 한 달간 5천엔(약 5만 원), 18세 미만에게는 한 달간 1만 엔(약 10만 원) 정도만 허용되게끔 모바일게임을 대상으로 설정을 해 놓기도 합니다. 한국도 있습니다. 비록 등급분류기관(GCRB)을 통한 경우에만 한정돼 있긴 하지만 PC온라인게임에 대해 청소년은 월 7만 원까지만 쓸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설정할 수도 있습니다. 핸드폰 결제 한도도 있어 모바일은 조금만 신경 쓰면 시스템적으로 조절이 가능합니다. 어쩔 수 없이 부모 계정에 신용카드를 걸어놓더라도 카드 한도만 설정해 놓으면 조절할 수 있습니다. 각종 플랫폼(모바일, PC 및 콘솔 등)에서 제공하는 Parental Control 기능을 사용해 금액을 설정해 놓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기엔 전제 조건이 필요합니다. 부모-자녀 간에 대화를 통해 '이 정도면 적당해요'라는 서로 간 약속이 말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가족이 같이 놀면서 부딪히고 싸우고 대화하고 풀면서 자연스럽게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건 그저 자녀 입장에서 강압이라고 느낄 수도 있을 테니깐요.


전 딸에게 말했습니다. "물론이지.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그 게임 사줄게. 그럼 지난번에 얘기한 마리오 월드는 언제 살까?" 딸이 대답합니다. "그건 내년 생일 때 사주세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딸과 함께 영어 공부하기 (Ep.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