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그를 따라가세요. 플래그북스
나는 책을 읽을 때 플래그를 남긴다. 좋지 않은 기억력 탓에, 책을 다시 읽었을 때 기억을 빠르게 떠올리기 위한 일종의 도움 장치를 남기는 것이다. 플래그가 헨젤과 그레텔에서의 조약돌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언제부턴가는 책 표지나 속지의 색을 맞춰 플래그를 골라 붙이다 밑줄 긋는 펜 색도 맞추게 되었다. 지금은 새로운 책 읽기를 시작하기 전에 플래그 색과 펜 색을 맞추는 것이 필수 조건이 되었다. 무척 공감이 가는 책에는 방정맞게 우다다다 플래그 잔치를 벌여서 변별력을 갖추지 못할 때도 있지만 아무튼 독서할 때에 플래그 활동이 내게 적지 않은 기쁨을 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런 흔적들을 공유하고자 책방 한편에 자리를 마련했다. 검사를 기다리는 30분 남짓, 플래그들이 그 머무는 시간에 자신만의 문장을 찾을 수 있는 도우미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