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음악 ㅡ STABAT MATER 성모애가
지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
부활절을 앞두고 Pergolesi의 Stabat Mater를 듣는다. '성모애가'라고 번역되는 이 곡은 13세기 이탈리아의 종교시인이 지은 기도문 형식의 시를 가사로 한다. 페르골레시 뿐 아니라 비발디, 롯시니, 하이든 등 18세기 초 여러 작곡가들이 자기만의 음률로 아들예수를 잃고 슬픔에 잠긴 성모를 노래했다. 그 중 페르골레시와 비발디의 곡이 가장 널리 연주되고 나 역시 가장 익숙하게 찾아듣는다.
모든 작곡가들의 곡은 우선, 비통하다. 가사는 같으므로 전체적 흐름은 비슷하나, 작곡가마다 슬픔의 빛깔을 다르게 노래했다. 40분 남짓한 연주 시간 동안 인간이 느끼는 가장 큰 슬픔이 듣는 이의 마음에 묵직하게 번진다. 아들을 잃은 어머니라니. 아아.
바로크 교회 음악을 들으며 언제나 상상한다. 산업혁명 전, 대부분 농노로 일하며 먹고 살고 또한 대부분 문맹이던 시절, 일반인들이 접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문화활동이었던 교회의 성가는 어떤 의미였을까. 일상어가 아닌 유일한 텍스트인 성서와 성가의 노래가사를 그들은 어찌 받아들였을까.
가장 순수한 마음으로, 음악의 아름다움을, 성서라는 유일한 레퍼런스의 권위를 눈물로 경외했을 것이다. 게다가 죽은 예수 아들의 죽음을 슬퍼하는 성모마리아를 노래하는 음악이라면, 당시의 관객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강렬한 감정으로 꾸밈없이 울었을 것이다. 닳고 닳은 현대인인 내가 듣기에도 이 음악은 지극히 슬프고 애달프다. 한 소절 한 소절이 울음소리같다.
어떤 사람이 20년 동안 열심히 일해 세상을 좀 더 낫게 만들고 싶었으나 사람에게 실망해서 슬프고 좌절스럽다고 말했다. "예수님은 이천년 넘게 해마다 부활해서 노력해도 세상 꼴이 이렇소."
그럴 때 들어야 하는 음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