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친구 런던아줌마 ㅡ 삶과 사랑과 이별의 이야기
독후감 [British People, you don't know how]
[British People, you don't know how kind you are]
영국에 사는 은영언니가 네 번째 책을 출간했다. [나는 런던의 수학선생님]을 시작으로 세 권의 책은 한국에서 한국어로 출간했고, 이번에는 영어로 써서 영국에서 책을 냈다. 그동안 한국어 책이 나올 때마다 영국의 가족, 지인과 친구들, 그리고 제자들은 읽을 수가 없어서 무척 궁금해하고 아쉬워 했었다고 나 역시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이제 그녀의 삶을 촘촘히 담은 책이 영어로 출간되었으니, 영국의 지인들은 울고 웃으며 책을 읽을 것이고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난 뒤에는 그녀를 더욱 사랑하게 될 것이다. 특히, 그녀의 대학생 아들은 나오자마자 책을 읽고는 엄마에게 눈물을 펑펑 흘리며 책을 감동적으로 읽었다고, 그리고 엄마에게 사랑하고 존경한다고 말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 역시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기쁘고 흐뭇했다. 그것만으로 언니는 힘들게 영어로 책을 쓴 보람이 있다고 했다.
이 책은 제목만 보면 이민자의 영국 찬가처럼 보일 수 있으나, 그보다는 한국에서 성장해서 이십대 후반에 영국인 남편을 만나 영국에서 치열하게 살아간 한 여자의 사랑과 성장에 대한 감동 스토리이자, 세상을 떠난 남편을 향한 애절한 이별의 노래이다.
책의 전반부는 그녀의 한국에서의 어린 시절, 학창 시절, 그리고 좌충우돌 사회초년기 시절과 남편과의 러브 스토리를 순서대로 그리고 있다. 영어로 썼지만 그녀의 목소리와 말투는 그대로 살아있고, 무엇보다 솔직하다. 그녀와 수험생활 & 사회초년생 시절을 같이 겪은 친구로서, 남편 필과 만나고 사랑한 시절의 목격자로서, 그녀 결혼식의 진행을 도운 두 명의 통역 중 한 사람으로서, 나는 책을 읽으며 그 시절의 내 모습도 함께 떠오르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벌써 그게 이십년도 넘은 일이라니!!!
책의 후반부는 영국에서 수학교사가 되는 과정, 수학교사로서 일하는 경험담, 그리고 사랑하는 남편 필이 암 진단을 받고 투병하는 동안 옆에서 아내로서 지켜보고 간호하고 이별하는 이야기였다. 암 진단을 받은 필은 끝까지 아내를 지극히 사랑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이별을 준비하며 보냈고, 그녀 역시 가슴이 뜯겨나가는 고통을 참으며 하루하루 사랑으로 시간을 채워나가고자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이 등장했다. 그녀를 지원하고 아껴주는 주변인 사람들, 헌신적인 의료진,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음식을 그녀의 현관문 앞에 가져다 놓는 이웃들, 긴 편지로 은영언니 뿐 아니라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은 아들의 상실까지 따뜻하게 위로하는 은퇴한 직장 상사 등. 한 장 한 장 눈물 없이 페이지를 넘길 수 없었고, 마침 지하철에서 읽으며 속절없이 눈물이 주룩주룩 흐르는 통에 주변 사람들의 흘끔거리는 시선을 받기도 했다.
책에 나온 친절하고 따뜻한 사람들은 영국인이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내 친구가 선량하고 따뜻한 사람이기 때문에 같은 결의 마음을 가진 친구들을 곁에 두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아울러, 한국에서 힘든 시간을 많이 보냈음에도 그녀는 늘 주변 인연에게 덕을 베풀었기 때문에 되돌려 받는 거라고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지난 겨울 영국 여행 중 은영언니의 집에서 일주일 동안 묵으며, 언니에게 이것저것 질문을 할 때마다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 그건 지금 쓰는 책에 다 있어. 나중에 책으로 읽어봐.
- 말로는 좀 어렵고,,,, 나중에 책에서 읽으면 자세히 알 수 있을 거야.
책을 읽으며 나는 믿을 수 없었다. 우리 모자를 데리고 운전해서 데려갔던 윈저성이며, 내가 속없이 부러워하던 언니의 전기차, 무심히 식탁에 내놓은 영국산 명이나물 장아찌, 마지막 날 아침 함께 산책한 집 근처 호수공원까지,, 남편 필과의 추억과 이별이 서려있지 않은 것이 없었다. 이 모든 걸 우리 모자에게 해주며 언니는 남편이 그리워 어찌 참았을까 싶어 또 눈물이 났다.
책을 덮은 후, 시간이 한참 흘렀다. 친구의 삶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책으로 풀어놓은 그녀의 삶과 속내를 다 읽고 나서 한동안 좀 멍한 상태였다. 그리고 점점 생각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나는 과연 내 마음을 다하여 가족을 사랑하고 있는가. 가족으로 만난 우리의 인연은 언제까지일까. 후회없이 지내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언니는 책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했을 뿐인데, 내 머리 속에는 온갖 질문이 떠다녔다. 투명하고 진실한 그녀의 글에는 진정 힘이 있어서 주변의 잡스런 소음을 떠나 내 마음을 들여다보게 했다.
아내 바보, 아들 바보였던 남편 필은 세상에 없지만, 주변의 친구들과 이웃이 있어 언니는 오늘도 꿋꿋이 스스로 모든 일을 해결하며 잘 지내고 있다. 여름에 한국에 온다하니 나도 신세갚으려면 지금부터 부지런히 준비해야겠다.
참, 만약 한국에서 책을 번역하게 되면 어떻게든 내가 하겠다고, 모든 역사를 아는 내가 해야되지 않겠냐고, 언니에게 다짐을 받아두었다. 그것도 준비해야겠다.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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