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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기정 Apr 22. 2019

배신을 피하는 법

셰익스피어가 본 배신

배신이란 인간이 행하는 가장 나쁜 행위로 간주됩니다. 단테의 신곡에서는 지옥을 9개로 구분해 놓았는데 배신자를 가장 지독한 지옥에 위치시키는 것으로 보아도 배신이 인간에게 의미하는 바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셰익스피어는 배신을 중요한 주제로 다루었는데 이와 관련하여 가장 유명한 인물은 누구일까요? 카이사르 살해의 주모자 브루터스 아닐까요. 브루터스는 로마의 지성으로 카이사르의 사랑을 누구보다도 많이 받은 인물이었습니다. 카이사르가 브루터스의 칼에 찔린 후 하는 말 "너마저 브루터스"는 배신의 쓰라림입니다. 자기를 키워준 은인에 대한 하극상이니 브루터스를 단테가 지옥 중에도 가장 지독한 지옥에 배치한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배신은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배신자부터 애인의 눈을 속이고 거짓말을 하며 다른 상대를 만나는 사내까지 그 형태가 다양합니다. 배신이란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믿음을 등지는 행위입니다. 인간으로서 가장 비난받아야 할 행동임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왜 배신을 왜 할까요? 그것은 배신으로 인해서 개인적인 이득이 있기 때문입니다. 브루터스는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로마의 정의를 위해서 개인적인 의리를 포기했기 때문에 미묘한 점이 있기는 합니다. 카이사르를 덜 사랑했기 때문이 아니라 로마를 더 사랑하기 때문이었다는 브루터스의 연설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진짜 배신자는 어떤 인물일까요?


우선 리어왕 편에서 언급했던 리어의 두 딸을 거론해야겠군요. 이름이 고너릴과 리건입니다. 리어왕은 딸들에게 모든 걸 물려주고 은퇴해서 딸들에게 번갈아 의탁하며 편안하게 살고 싶은 소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은퇴한 리어가 첫째 딸 집에 가서 거주하는 첫 며칠 동안 그 희망은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큰 딸 고너릴은 리어에게 시종의 수를 반으로 줄이게 하는 등 푸대접을 합니다. 화가 난 리어는 둘째 딸 리건의 집으로 가지만 리건은 자기 집이 아버지를 받아들이기에 준비가 안되었다며 다시 언니 집으로 가라고 합니다. 한 달 후에 올 때는 시종의 수를 다시 반으로 줄여서 오라고 하면서요. 권력을 전부 이양한 리어는 그냥 힘없는 노인일 뿐입니다. 그래서 리어는 신하 하나와 광대 하나를 데리고 황야로 나가게 됩니다. 오갈 데 없이 된 전 왕을 충신 하나와 광대가 자진해서 따라나서는 게 그나마 다행이지요. 리어의 두 딸이 하는 행동은 막장 드라마 그 자체입니다.


리처드 3세, 존 왕 등 혈육을 죽이거나 밀어내고 권력을 쟁취하는 인물이나 하극상으로 왕위에 오르는 헨리 4세나 맥베스는 최고의 배신자들이지요. 최고 권력이 개입되는 경우 배신의 의미는 일반인과는 다르겠지요.


우정을 배신하는 경우는 실제 세상에 가장 흔하게 일어나는 일입니다. 셰익스피어의 대사 중에도 있듯이 사업이나 권력, 혹은 사랑이 개입되는 경우 우정은 깨질 수 있습니다. <두 귀족 신사>라는 작품에 나오는 주인공인 두 사나이는 어느 날 감옥에 갇히게 되는데 감옥에서도 같이 있는 한 감옥 생활도 즐겁다고 말할 만큼 돈독한 우정을 자랑합니다. 그런데 감옥 창살 밖으로 어떤 여자를 보는 순간 이 두 남자는 동시에 그 여자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그들은 먼저 본 사람이 임자라는 등 입씨름을 하다가 급기야는 결투까지 벌이게 됩니다.     


믿음이란 가까운 사이에만 성립할 수 있으므로 별 관계가 없는 사람과는 배신도 있을 수 없습니다. 여러분도 배신당한 적이 있나요? 다른 사람을 배신한 적은 있나요? 주변에서 배신당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배신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네요. 그런데 배신을 당한 것과 배신감을 느끼는 것은 상당히 다릅니다. 배신감을 느낀 것을 배신으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배신감을 느낀 거야 찬찬히 자기 자신을 돌아보거나 당사자와 마음을 열고 대화를 하면 대개 해결이 되지요. 하지만 믿었던 사람이 자기 이익을 위해서 내게서 등을 돌리고 의리를 저버렸다면 인간관계는 회복할 방법이 없을 뿐 아니라 당한 사람에게는 커다란 마음의 상처가 됩니다. 이런 마음의 상처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개인적인 이익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일종의 본능이라고 보면 누구나 배신의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 합니다. 사업이란 이득을 목적으로 하므로 사업상 만나는 사람에게서 의리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서로에게 이득을 주는 한도 내에서 좋은 관계를 유지할 뿐입니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옛 친구들보다는 일 때문에 만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고 일부는 친구처럼 지내게 됩니다. 진짜 친구가 되는 사람도 있기는 하지만 배신에 가장 취약한 대상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일 때문에 만나는 사람들은 늘 호의를 표현하고 우정을 가장하기 때문이지요. 그중에 배신의 성향이 강한 사람을 알아볼 수 있다면 어느 정도는 마음의 상처를 받을 일은 줄일 수 있습니다. 거짓말을 되풀이하거나 허언을 일삼는 사람은 위험한 사람들입니다. 이간질을 하는 사람, 뒤에서 험담하는 사람은 더 위험합니다. 그러면서 면전에서는 과도한 칭찬을 늘어놓는 사람이라면 배신자가 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집니다. 자신이 정의롭다는 걸 자주 말하는 사람이나 조직에 대한 충성을 과시하는 사람도 배신의 소질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자신의 인간관계를 늘 살펴보고 배신자의 소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가까이하지 않는 것이 배신을 당하지 않는 방법입니다. 잘 관찰하면 보인다는 것이 셰익스피어의 가르침입니다. <아테네의 타이먼>에서 부자였던 타이먼이 베풀 때는 친구였던 자들이 돈이 떨어지자 전부 돌아서는 얘기는 우리가 참고할 만합니다. 타이먼은 자기 자신을 포함해서 아무도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진실을 바로 보는 법을 익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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