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기정 Apr 14. 2019

여자와 사랑

강력한 사랑의 주인공 줄리엣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가장 많이 사용된 단어는 '사랑'이라고 합니다. 인생에 있어서 사랑만큼 중요한 것이 뭐가 또 있을까요? 셰익스피어의 작품 역시 희극이든 비극이든 사랑을 소재로 하는 것이 많습니다. 특히 희극은 업치락 뒤치락 사건이 얽히다가도 남녀의 결혼으로 결말을 맺습니다. 물론 비극의 경우에는 사랑극이라 하더라도 주인공의 죽음으로 끝나지요. 셰익스피어 작품 중 가장 유명한 비극적 사랑의 주인공은 로미오와 줄리엣일 겁니다. 그 스토리는 너무나 유명해서 자세히 얘기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는 주인공이 어떤 인물인지에 초점을 맞추어서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작품의 제목은 <로미오와 줄리엣>이지만 사실 줄리엣의 비중이 훨씬 높아서 '줄리엣과 로미오'라고 했어야 적절한 제목이 될 뻔했습니다.  줄리엣의 극 중 나이는 14세인데 조숙했다 하더라도 너무 어리지요? 어쩌면 맹목적이며 순수한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서 작가가 순수할 수밖에 없는 나이로 설정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리비아 허시가 출연한 영화를 아시나요? 리엣 역할을 했을 때 리비아의  17이었을 겁니다. 재미있는 것이, 이 영화에는 약간의 노출 장면이 있는데 올리비아 허시는 당시 미성년자였던 관계로 자신의 노출 씬이 있는 영화의 시사회에 참석을 못했다고 합니다. 저도 미성년 때 이 영화를 본 기억으로는 그럴만한 장면이 없었는데 알고 보니 당시 우리나라 극장용 필름에서는 그 장면을 삭제했더군요. 셰익스피어의 많은 작품 영화화되었지만 비아  리엣 역할보다   어울리는 배역은 보지 못한  같습니다.


리엣은 사실 나이만 어릴 뿐 자기 주도적이고 주관이   성숙 여인입니다. 대역인 로미오의 나이는 정확히 나오지는 않는데 20 가까울 것으로 추측됩니다. 로미오 역시 순수하고 열정적 청년입니다. 사실  나이 청년은 예쁜 여자만 보면 금세  때이지요.  작품 시작은 로미오가 사라져서 집에 로미오의 친구를 동원해 찾으려고 하는 면입니다. 로미오가 사라진 이유 어떤 자와 짝사랑 빠졌기 때문입니다. 로잘린이라는 이름인데  제대로 나본 적도 습니다. 로잘린은 작품에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 인물입니다. 이런 로미오가  처음 나는 면을 기억하시지? 미오 캐퓰렛가의 무도회에  친구들과 함께 며들었다가 발코니에 있는 리엣을 보고 첫눈 반하는  말입니다. 로미오가 이렇게 중얼거립니다. "입으로는 아무 말도 안 하는데 미모가 말을 하는구나."  시점에는 짝사랑 아픔으로 베로나 교외 숲 속을 매던 때는 이미 잊어버렸습니다. 어쨌거나 이 발코니 장면에서 아시는 바와 같이 줄리엣도 동시에 사랑에 빠집니다.


하지만 적대적 집안인 몬태규 가의 로미오라는 것을 안 줄리엣은 다음날 로미오를 기다리며 이렇게 독백을 합니다.


"로미오, 로미오, 어찌하여 그대는 로미오인가요?

아버지를 부정하고 그 성을 버리세요.

저를 사랑한다고 맹세해주세요.

그러면 저도 캐퓰렛이라는 이름을 버리겠어요...

이름 속에 뭐가 있나요?

장미꽃을 다른 이름으로 부른다 해도

그 향기는 똑같을 텐데요..."


장미꽃의 비유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대사 중 하나인데요, 본질은 바뀌지 않습니다. 줄리엣의 이 발언은 몬태규가 와의 반목과 관계없이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의 사랑은 변함없을 거라는 암시이기도 하지요. 담을 넘어 들어온 로미오와 밀회를 한 후 헤어질 때 하는 줄리엣의 대사입니다.


"잘 가요, 안녕. 이별이 이렇게 달콤한 슬픔일 줄이야.

나는 내일이 올 때까지 계속 굿나잇이라고 말할래요."  


스윗 소로우 sweet sorrow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습니다. 아름답고도 시적인 표현 아닌가요. 줄리엣은 아버지로부터 파리스 백작과 결혼하기를 강요받고 있는 중인데 사랑하는 남자는 로미오이니 어떻게 합니까? 아버지가 로미오를 받아줄 리가 없으니 줄리엣과 로미오는 로렌스 신부에게 부탁해서 비밀 결혼식을 올립니다. 간 밤에 헤어진 후 그다음 날입니다. 그야말로 빛의 속도입니다. 결혼식이 끝나고 한 시간 만에 큰 사건이 일어납니다. 줄리엣의 사촌인 티볼트와 로미오의 친구인 머큐시오 간에 말다툼이 벌어져 결투가 되고 로미오가 싸움을 말리느라 사건에 말려듭니다. 머큐시오가 티볼트의 칼에 맞아 쓰러지고 로미오는 티트를 찔러 죽게 합니다. 로미오는 이 사건으로 베로나에서 추방령을 받고 다음날 새벽에는 베로나를 떠나야 합니다. 리엣이 로미오 떠나기 전에 볼 수 있는 밤은 오늘뿐입니다. 줄리엣이 로미오를 기다리며 이렇게 열정을 표현하는데 14세의 소녀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뜨겁습니다.


"빨리 달려라, 발굽 불타는 준마들이여.

포에부스가 사는 곳으로.

페이튼이 그대를 채찍질하여 서쪽으로 내몰고

구름 많은 밤이 곧 오게 하리라.

밤의 커튼을 펼쳐다오. 연인들이 사랑을 나눌 밤을 위하여..."


여기서 그대는 태양입니다. 빨리 밤이 와서 로미오의 품에 안길 것을 상상하고 있습니다. 로미오는 줄리엣의 보모가 던져준 줄 사다리를 타고 올라와 줄리엣과 함께 마지막 밤을 보냅니다. 로미오는 추방되어 만토바로 갑니다. 줄리엣의 아버지는 진실을 알지 못한 채 파리스 백작과 이번 주 목요일에 날을 잡았으니 결혼식을 하라고 합니다. 줄리엣은 싫다고 하고 아버지는 분노를 터뜨리며 저주를 퍼붓습니다. 로미오는 추방되어 없고 줄리엣의 대화 상대는 유모뿐입니다. 유모에게 무슨 꾀가 없냐고 무슨 말이든 위안이 될 말을 좀 해보라고 하는데 유모는 지금 상황에서는 백작과 결혼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합니다. 첫 번 째 남편은 죽은 거나 마찬가지라며 말입니다. 유모는 보통 사람이 생각할 수 있는 최선책을 제시한 거지요. 줄리엣의 다음 독백을 보면 나이는 어리지만 대단한 여자입니다.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자기 운명을 받아들이겠다는 의지가 확고합니다.


"천벌을 받을 할망구, 끔찍하기 이를 데 없는 마귀 같으니.

날 보고 맹세를 어기라고? 게다가 내 낭군이 최고라며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하던 그 입으로 그이를 욕하다니

어찌 죄가 안 될까? 가 버려. 지금까지는 믿어 왔지만

이제부터는 마음을 털어놓지 않겠어.

신부님께 가서 도움을 청해야지.

달리 길이 없더라도 죽을힘은 남아 있어."


이리하여 신부에게 달려간 줄리엣은 신부가 준 약을 먹고 가사 상태에 빠지는데 만토바에 있던 로미오는 줄리엣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독약을 사 가지고 줄리엣 옆에서 죽으려고 베로나에 다시 옵니다. 이하 얘기는 다 아시니까 생략하겠습니다. 어떻습니까? 줄리엣이 대단하지 않습니까? 양 방향으로 첫눈에 반하는 사랑, 맹목적이고 순수하고도 열정적인 사랑의 본보기와도 같습니다. 모든 일이 번개처럼 빠르게 진행되는 것은 셰익스피어의 의도적 설정이겠지요? 불꽃같은 사랑이니 빠르면 어떻습니까. 열네 살의 엣은 사랑 빠진 여자의 모든 것을 보여줍니다. 리엣의 대사는 의가 시입니다. 열정과 순수 없이 발산합니다. 처음  작품  철없는 애들 성급한 사랑이라고 느낄 수도 있지만 스피어 그런  도적이었습니다. 엣을 간만 주의 깊게 바라보면 사랑 빠진 위대한 성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랑은 뜨겁고 멋지고 위대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권력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